고 홍정운 여수 특성화고 실습생 사망 진상규명 촉구
특성화고 실습 노동권 보장 및 관련법 개정 필요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성명서 [전문]

17살 여수 현장실습생의 죽음 우리는 분노하고 싸우겠습니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사고가 다시 발생하였다. 전남 지역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학생이 실습 열흘만인 지난 6일 잠수작업 중 사망한 것이다. 

먼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계속되는 현장실습생의 죽음에 우리는 분노한다. 실습생의 죽음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여전히 현장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시스템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인의 죽음은 그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대책과 함께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직 사건 발생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번 사망사고의 과정까지 문제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고의 과정과 원인, 책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며 현재까지 확인한 문제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1. 고인의 잠수 작업과 관련한 문제

언론보도를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떻게 실습에서 고등학생에게 위험한 잠수작업을 시킬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며, 구체적인 문제점들이 있었다.

(1) 고인이 18세 미만이라면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적용을 받는다.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24조에서는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근로기준법 제65조가 존재한다. 

근로기준법 제65조의 내용 중에는 18세 미만인 자를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며, 그 금지 직종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0조에서 정하고 있다. 해당 내용 중에는 “고압작업 및 잠수작업”이 존재한다.

따라서 고인이 현재 18세가 되지 않았다면 이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법 위반이 된다. 고인이 18세를 넘겼다 하더라도 이제 막 18세가 되었을 나이인데 그 신체적 조건이 잠수작업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이다.

(2) 현장실습 실습과제인 ‘보트 선체관리(LM0903010517_16v_2)’ 관련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학습의 연장으로 이론과 실습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특성화고에서 이러한 교육내용은 NCS 학습모듈로 체계화되어 있다. NCS 학습모듈이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현장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한 것을 교육훈련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교수·학습 자료’이다. 

이러한 NCS 학습모듈에는 학습목표나 능력습득을 위한 과정 등도 명시되어 있지만, 위험한 작업의 경우에는 지켜야 하는 안전보건상의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고인이 실습을 나간 기업의 현장실습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 계획서를 확인하였는데, 해당 계획서가 고인의 실습에 적용된 것이라면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 계획서 상 고인의 실습과제는 보트선체 파손 대처, 보트 선체관리, 보트기관 관리, 항해장비 운용 등이 있었다. 
 

그 중 고인이 잠수작업을 통하여 요트 바닥에 있는 해조류와 패류를 제거한 업무는 보트 선체관리(분류번호: LM0903010517_16v_2)와 관련 있는 업무이다.

해당 모듈의 내용에는 선체의 오염 시 유지 보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중에는 ‘유지 보수를 위한 장소’는 “유지 보수 과정에서 발생되는 오염 물질이 수중으로 유입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정도만큼 수면으로부터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며, “수중에서 유지 보수 작업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수중에서의 작업 금지’에 대하여는 “수상레저기구의 유지 보수를 위해 수중에 잠수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프로펠러나 샤프트, 방향타에 걸린 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시행할 수 있으나, 선체에 부착된 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NCS 학습모듈에서 금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바로 고인이 잠수작업을 한 ‘수중에서의 유지 보수 작업’, ‘선체에 부착된 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이 학습 프로그램 계획이 사전에 수립되고 지켜진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고인의 잠수작업은 전혀 이러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 자체로 문제이며, 과연 이것을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3) 고인의 신체적 부담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습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제5조에서 기업의 의무로 “현장실습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현장실습생의 신체적 부담 능력을 고려하여 현장실습과제를 부여할 것”을 정하고 있는데, 고인이 잠수작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연령에 도달했는가 아닌가에 무관하게 실습에서의 문제를 드러낸다.

고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인용한 언론보도에서 고인이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고인이 잠수자격도 없었던 상황에서, 특히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고인의 잠수작업은 실습생의 신체적 부담 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무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습 기업이 그 의무를 다하지 않은 내용이다.

(4) 현장지도교사 없이 고인 혼자 잠수작업을 한 문제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제5조에서는 기업의 의무로 “현장실습을 지도할 능력을 갖춘 현장실습담당자를 배치하여 현장실습생의 현장실습을 성실하게 지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인은 혼자서 잠수작업을 했고,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

이러저러한 위반사항을 떠나서, 적어도 현장실습담당자가 당시 고인이 잠수작업을 하는 현장에 있기만 했더라도 고인이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 위험한 작업을 2인1조가 아닌 실습생 혼자 하도록 시키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하게 제기되었던 문제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실습현장이 존재하고 있다.

(5) 안전교육과 관련한 문제

기업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에 따라 실습생에게 안전교육을 해야 함에도 이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리 없다. 

현장실습 운영계획서에는 고인의 현장실습 기간 첫 주에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포함한 기본적인 입문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졌을지 의문이다.

산업안전보건교육의 내용에는 당연히 선체관리에 있어서 잠수작업을 통하여 생물을 제거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내용과 잠수작업이 유해위험한 작업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과연 고인이 이렇게 잠수작업을 하게 됐을까. 

또한 교육은 교육대로 하고 그와 무관하게 작업은 교육내용을 위반하는 것을 거리낌없이 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2. 정부는 안전한 현장실습을 위한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1) 산재 발생 기업 엄중 처벌 대책은 없다

4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사망사고 이후, 그리고 그 전에 발생하였던 현장실습 사망사고의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발생시키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구가 있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하는 것을 원하면서도 그 실습 기업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안전을 비용이라 생각하며, 법을 위반하거나 사업주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아 발생하는 수많은 산업재해는 여전히 존재하고, 사업주들은 그 책임을 온전히 지고 있지 않다. 현장실습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누더기로 제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조차 고인이 실습한 기업과 같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어, 많은 실습생들이 보호를 받고 있지 않다. 이러한 처벌 대책조차 없다면 안전한 실습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허상이 될 수 있다.

(2)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에 대한 관리 정책은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기업은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으로 나뉘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선도기업이 현장실습의 모든 측면에서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도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사와 노무사 등이 사전실사를 하고 교육청에서 승인하는 과정도 존재한다. 

또한 현장실습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기업에 방문하여 실습 운영 실태를 확인하는 것도 학교 교사와 노무사가 함께 방문한다. 

그러나 참여기업은 사전실사 과정에서나 실습 중 기업방문에서도 노무사가 함께 하지 않는다. 비단 노무사가 함께 대동하냐 아니냐의 차이만이 아니라 선도기업에 대한 관리는 참여기업보다는 좀 더 엄격하다고 할 것이다.

고인이 실습을 했던 기업은 참여기업으로 확인된다. 당연히 선도기업보다는 기업 선정 과정이나 실습 과정에서 관리가 부족했을 것이다. 직접적인 사고의 원인은 아니더라도 이러한 관리와 관련한 내용은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현장실습 정책에서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에 대한 이러한 관리시스템이 과연 안전문제에 있어서 적합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평균적으로는 학습중심 현장실습 정책 시행 이후 과거보다는 현장실습 기업에 대한 선정, 점검 등이 더 나아졌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위험 직종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한 관리일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하여서 선도기업 중에서도 그 직종 특성상 저위험 직종이 있는가 하면, 참여기업 중에서도 고위험 직종이 있다. 

그렇다면 안전에 있어서는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의 구분이 아니라 고위험 직종과 저위험 직종을 구분하여 고위험 직종 실습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관리를 보다 엄격하게 하고 관리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에 적합한 정책 운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학습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을 부정하지 말고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습중심 현장실습 정책이라는 이름, 실습이 이제는 학습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은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진 주장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상 기업의 현장실습에서 노동이 배제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학습을 강조하면서 NCS 학습모듈에 부합하는 운영계획을 세워도 기업 현장에서 그와 무관한 노동이 이루어지거나 어떤 형태로든 노동 과정이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억지로 노동을 부정하고 학습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전면적인 노동법의 적용을 받게 하는 것이 실습생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내용이 될 것이다.

(4)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이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도 현장실습 기업을 지도·점검 할 수 있으나 과연 고용노동부가 현장실습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학습중심 현장실습 정책이 시행되며 현장실습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책임의 많은 부분이 교육부로 넘어갔다고 하여 고용노동부는 이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 

현장실습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당연히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령 준수, 그 외 노동법 준수 의무를 다 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리·감독은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된다.

고인의 사망사고에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은 단순히 현장실습과 관련한 규정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령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상황들(조사가 완료되어야 확정될 것이기에)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고용노동부가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관리·감독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했다면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부처간 책임 운운할 것이 아니라 현장실습 기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3. 그 외의 문제들

현재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난 상황에서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세세한 문제점들, 법 위반 사항들이 모두 밝혀지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고인의 작업 중 수면 안전관리관을 배치하지 않았다거나 사고 발생 후에 구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제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사 초기에 여러 문제상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닐 수 있다. 

더 이상 고인은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지만 고인과 유가족분들을 위해서, 같은 처지에 놓인 현장실습생들을 위해서 명명백백히 조사하여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2021년 10월 8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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