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동지냐. 누가 적이냐.

정치칼럼에 관심이 있는 글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해 본 소제이며 읽어 본 글의 제목일 것이다. 나도 자유당 시절 시인이자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던 김동명 선생의 ‘적과 동지’를 읽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기레기와 인연 없는 정론지였고 깨어있는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언론이었다. 옛날 얘기다.

‘적과 동지’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항상 곁에 있는 존재다. 적은 경계해야 할 존재며 동지는 함께 해야 할 존재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누가 동지고 누가 적이냐는 것이다. 내게는 동지인데 그를 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동지가 있다.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도리 없이 견뎌야 한다.

내게 있어서 적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분명하다. 반(反)민주세력이다. 그럼 반민주세력이란 규정은 누가 하는 것인가. 여기에 필요한 것이 합리적 사고다. 아니 간단히 해결하자. 이명박은 반민주주의고 노무현은 민주주의다. 아니라고 할 인간은 손들어보라.

■가치판단, 적과 동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왼쪽), 이재명 경기도지사. ⓒ민중의소리

나는 민주당 당원이다. 권리당원이다. 민주당은 지금 이재명 지지자와 이낙연 지지자로 크게 갈려있다. 갈려 있다고 해도 이들이 반민주주의자라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럼 왜 이들이 서로 주먹을 쥐고 다투는가.

권력은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권력을 차지하는 세력이 올바른 정치세력이기를 국민은 간절히 기원하는 것이다. 누가 그것을 아는가. 임금 왕(王) 자를 손바닥에 새겨서 다녀야만 아는가.

이낙연을 지지하든, 이재명을 지지하든 그들은 민주당 당원이고 반민주세력과 투쟁하던 동지들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두고 경쟁하면서 그들이 동지인지 적인지 모호하게 됐다. 내가 알기에는 의원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자리를 약속하거나 심지어 정치자금까지 지원한다.

역시 내가 아는 정보로는 대개 그런 유혹(?)을 받는 경우 넘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노사모 동지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어 땅이 꺼지는 절망을 느끼지만, 그것도 세상사니 도리가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들이 과연 과거에 민주주의 수호라는 가치를 두고 함께 투쟁하던 동지였던가 하는 의구심이다. ‘적과 동지’가 모호하게 된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활동 중인 노사모 동지들이 많다. 모두가 아끼는 후배들이고 그들도 나를 좋아한다. 한데 어느 날 그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동냥질 몇 년에 느는 것은 눈치라고 그들을 보면 짚이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적중한다. 문제는 왜 내 눈치를 보느냐는 것이다. 정치는 소신이다. 누구를 지지하던 자유다. 설사 나와 의견이 다르다 해도 속으로 섭섭할지언정 내가 자기를 미워하겠는가. 그럴 때 참으로 난감섭섭하고 저들을 동지로 믿을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어디를 가든 바르게만 살면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원팀은 가능한가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이라면 막강한 실세라고 한다. 이 자리 저 자리 맡아달라는 곳도 많았다. 나는 완곡하게 거절했고 한 번도 수락해 본 적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나를 믿어 주었다. 문재인 후보 언론멘토단 고문이나 지금 이낙연 후보의 상임고문도 벼슬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의 정치신념과 내 생각이 같기에 기꺼이 함께 하는 것이다.

많은 정치인을 안다. 틀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맞고 그래서 아직 신뢰받고 있다. 벼슬을 안 하고 돈과 관련된 추문이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살 것이다.

‘선생님은 벼슬도 뇌물과도 인연이 없으신데 그 연세의 뭘 그렇게 힘들게 글을 쓰시고 사십니까. 편하게 지내시지요.’

그렇게 살고 싶다. 나이도 있지만 요즘 건강이 안 좋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늘 주장하지만, 가치판단의 기준은 나의 판단이다.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면 그 길로 간다. 정의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정직이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정의가 보인다. 내게 욕심이 없으면 정직이 보인다.

■원팀이 가능할까?

많이 걱정하는 문제다. 당연히 원팀으로 대선에 임해야 하는데 쌓인 앙금이라는 것은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면면을 알고 있다. 평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들이 걸어 온 길을 보면 아득하다. 저들이 집권해서 정치를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민주당은 정신 좀 차려야 한다. 제대로 하면서 국민에게 지지를 부탁해야 한다. 지지해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가.

옆을 한 번 살펴보라. ‘적과 동지’가 구별이 되는가. 두 눈 끄게 뜨고 살펴보자.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를 해도 이미 해는 진 다음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