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잇따른 수상 소식으로 광주영화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허지은·이경호 감독은 10여 년이 넘게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감독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광주대표감독”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 영화인들은 이들의 수상 소식을 공유하며 함께 기뻐했다.

허지은·이경호 감독은 2017년부터 <오늘의 자리>, <돌아가는 길>, <신기록>, <해미를 찾아서> 등 4편의 단편영화를 공동 연출하였고 그중 <신기록>(2018)은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에 이어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그해 “최고의 단편영화”에 수여되는 ‘청정원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렇듯 이들은 대한민국 유수의 영화제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으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올해 벌써 세 차례 수상 쾌거를 거두며 광주영화계 위상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메가박스상 수상

허지은·이경호 감독이 준비 중인 첫 번째 장편영화 <긴 밤>이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피치&캐치부문 메가박스상(상금 2천만 원)을 수상했다. 올해 12번째를 맞이한 피치&캐치는 국내외에서 제작, 발표되지 않은 여성 창작자의 극영화, 다큐멘터리 장편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공개 피칭 프로그램으로 총상금 7,500만 원을 지원한다.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예심 심사위원회(대표 김영)는 “올해에도 다양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고 인간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에 주목했다”라고 밝히며 “허지은 감독, 이경호 작가의 <긴 밤>은 아동폭력으로 상처받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선정 경위를 설명했다.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긴 밤>은 “가정폭력 생존자로 아동보호쉼터에서 성장해 쉼터 생활복지사로 일하는 ‘수진’에게 그녀를 죽이려 했던 엄마가 출소 후 만나고 싶어 하고, 그녀를 만나겠다는 동생과의 사이에서 다시 과거의 긴 악몽 속으로 들어가는“ 내용의 극영화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

▶ ‘벡델데이 2021’ 단편영상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해미를 찾아서>(2019)가 ‘벡델데이 2021’ 단편영상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상금 5백만 원)을 수상했다. 올해 성평등주간(9.1~9.7)을 맞아 진행된 ‘벡델데이 2021’ 공모전은 영화의 양성평등 지수로 널리 알려진 7가지 벡델 테스트를 기준으로 작품을 심사, 선정한다. 이는 한국영화에서 극 중 성별 재현이 보다 평등하게 이뤄지고, 더욱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해미를 찾아서>(2019)는 대학 내 성폭력 가해자 백 교수의 복직에 맞서는 ‘선아’와 여성들의 연대를 그려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여성영화 전용 플랫폼 ‘퍼플레이’에서 관람 가능하다.

▶ 제9회 인천독립영화제 감독상 수상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고마운 사람>(2020)이 이달 2일부터 5일까지 개최된 제9회 인천독립영화제(INFF) 감독상(상금 1백만 원)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일반섹션 상영작 가운데 상영작 감독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고마운 사람>은 학창 시절 담임 교사였던 ‘서인’에게 못다 한 고백을 하려는 ‘진아’의 이야기다. 여성-퀴어 서사를 ”담담한 영화적 태도로 표현하여 연대의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출처: 제21회 한국 퀴어 영화제)

허지은·이경호 감독은 올해 세 차례의 수상을 통해 ‘지역 감독’을 넘어 독립영화계 전반에서 인정받는 감독으로 견고히 자리매김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받은 상금을 기반으로 첫 번째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이들의 수상작은 그동안 환영받지 못했던 ‘여성 중심의 서사’를 꾸준히 다뤄 온 바 있다. 이는 현 사회에 필요한 이해와 연대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는 창작자로서의 윤리관이 녹아있다.

광주영화계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한 영화인은 ”우리가 손꼽아 기다려온 허지은·이경호 감독의 장편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두 감독의 수상을 계기로 ”광주광역시와 시민들의 지원과 관심이 높아지고, 나아가 광주 독립영화가 더욱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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