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없는 기자도 있는가.

온통 가짜가 판을 치던 때가 있었다. 양주를 자유 판매 못하던 시절이라 술집에서 몰래 팔던 양주의 태반이 가짜였다. 윗분을 모시고 술집에 갔다. 특별손님이었다. 양주가 나왔다. 양주에 일가견이 있는 윗분은 술병을 이리저리 보더니 묻는다.

‘이거 가짜지?’

지배인이 어물거리더니 하는 말. ‘조금은 가짜일 겁니다.’ 웃기는 얘기다. 가짜 양주보다는 진짜인 국산 도라지 위스키를 마셨다. 가짜를 팔면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던 그 시대 인간들의 양심은 얼마나 두꺼웠을까. 도둑질도 버릇이 되면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도둑놈이 형사 앞에서 한다는 소리가 ‘어느 놈은 도둑놈 아닙니까’

이거 누구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먹고 살기 힘들어 너 나 할 것 없이 딴생각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던 때가 있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당시 국무총리 장택상은 어느 정도까지는 묵시적으로 인정을 했다. 허가받은 도둑놈이다. 모두가 전쟁 때 얘기고 지금이야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의 공직자들이야 얼마나 ‘끔찍’하도록 깨끗한가. 안 그런가.

■ 속 편하게 다 털어놓자.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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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취재라면 암행어사 출도나 다름이 없다. 지금처럼 성능 좋은 녹음기가 아니다. 아이스케익 통만큼이나 크고 무거운 녹음기를 메고 취재를 나간다. 갈 때까지가 힘들다. 다음부터는 왕이다. 현역 장교인 시장·군수들이 입에 혀처럼 논다.

취재는 적당히 하면 된다. 어차피 내 손끝에서 새마을이 탄생한다. 푸세식 화장실에 화분 놓인 게 새마을운동의 상징이다. 이런 것을 취재라고 싸들고 귀사(歸社)한다. 주머니를 들여다 볼 생각은 말라. 여럿이 먹고살 것이 들어있다.

잘 얻어 드시고 좋은 차 타고 귀사다. 날 기다리던 과장 국장은 기분이 좋다. 무슨 뜻인 줄 알 것이다. 이렇게 취재하러 다녔고 새마을운동의 성과는 비까번쩍(?) 전국으로 방송을 탔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쥐구멍이 어디 있느냐다. 엉터리방송이라는 시비도 없다. 기자가 썩으면 나라가 썩는다. 지금이야 얼마나 깨끗한 언론이냐. 격세지감이 바로 이것이다.

■ 옛날이나 지금이나 좋은 기자. 못된 기자.

이 세상에 기자란 직업으로 밥 먹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모두들 언론의 자유라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기사를 쓴다. 기사를 쓰는데 간섭을 하면 재갈을 물린다고 길길이 뛰며 파업이란 이름으로 세상을 암흑천지로 만들어 버린다.

만약에 언론이라는 것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끔찍해서 말도 할 수가 없다. 물론 군사독재 시대에는 재갈을 입에 물고 착하게 살아주는 국민이 더없이 이뻤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다.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이 할 말이냐. 그저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함부로 지껄이면 되느냐. 그건 개소리다. 바로 이 개소리는 막아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윤리라는 것을 입에 올린다.

정치이념이 다른 세력들이 서로 겨루는 것이 선거다. 자기 정책을 홍보하고 상대 정책을 비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합리성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라는 것은 죽기 살기다. 너는 어떻게 죽든지 상관이 없고 나만 잘살면 되는 것이다.

네거티브라는 괴물이 등장하는 이유다. 너무 심할 때가 많다. 언론이 한몫 거든다. 가짜뉴스에 악덕 기자다.

허무맹랑한 허위선전쯤 눈도 꿈쩍 않고 마구 내뱉는다. 화가 나니까 점점 공격이 세진다. 딱한 경우가 있다. 전 같으면 결코 할 수 없는 말을 주저 없이 내뱉는다. 과거에 정치이념이 같다고 생각하던 친구가 어물어물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더니 이건 몇 배 더 설친다. 저 친구가 저랬던가 할 정도다. 충성을 왕창 더 바치는 것이다. 정치가 사람 망친다는 말이 맞는다.

하도 딱해서 조용히 만나 너무 심하지 않으냐고 하면 정치가 다 그런 거 아니냐고 말한다. 할 말이 없다. 배신이란 말도 할 수 없다. 모두가 배신자다.

■ 기자도 상식인이다.

비판의식이 가장 강한 직업을 기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판은 합리적 비판이어야 한다. 옳고 그른 거야 각자 다를지 모르지만, 양심은 같지 않겠는가. 한데 양심이 다르다. 아니 다르다면 펄펄 뛸 테니까 다르게 보인다. 기레기란 소리를 들어도 웃는다.

웃음이 나오느냐. 웃음을 울음으로 바꾸면 된다. 세상이 아무리 못 되도 기자가 똑바로 서 있으면 썩은 나무에 꽃이 핀다.

입에 재갈 물린다고 아우성치지 말고 썩은 언론에 꽃을 피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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