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도 모르느냐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아까운 것이 없었다.

‘당신이 날 노 대통령 만분의 1만 생각해도 당신을 업고 다닐 거에요.’

아내의 말이다. 정말이다. 난 그렇게 노 대통령을 사랑하고 존경했다. 노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망설이지 않았다. 권 여사님도 속 많이 상했다. 당 부총재인 노무현에게 모두 보증을 부탁했고 그는 거절 없이 보증을 섰다.

그들이 빚을 못 갚으면 차압도 들어오고 심지어 경매도 들어온다. 오죽하면 내게 파산을 의논했겠는가. 펄쩍 뛰었다. 대통령 출마할지도 모르는데 파산한 대통령 후보라니 말이 되는가.

보증 서 준 거 갚은 인간이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돌아가신 강금원 회장도 나도 모두 연대보증인이다. 호남 출신인 강금원 회장은 아무 조건 없이 노무현을 도왔다.

생판 모르는 노무현을 찾아와 돕겠다고 했고 그 인연으로 강금원 회장은 뇌종양 수술도 못 받고 돌아가셨다. 죽일 놈들이다. 내가 살아 있는 것도 천행이다. 그 얘긴 나중에 할 것이다.

■내 인생길을 방해하지 말라.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인 2007년 5월 19일 광주 무등산 장불재에서 산상연설을 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제공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인 2007년 5월 19일 광주 무등산 장불재에서 산상연설을 하고 있다. ⓒ노무현 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제공

이낙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변인이었고 당선자 대변인이었다.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의 입이다. 대변인의 꼿꼿한 성격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이다.

“선생님. 대변인은 대통령의 앵무새가 아닙니다. 소신이 있어야 합니다.”

대변인 이낙연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신뢰는 각별했다.

어느 계파의 중진이 내게 말했다. 이제 선생님도 정치해야 하니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 문제는 내게 맡겨라. 속으로 웃었다. 이낙연 대변인에게 그 얘길 했더니 역시 웃었다. 며칠 후 그 중진은 사라졌다. 이낙연은 날 보고 웃었다. 이낙연은 그런 거 못 참는 사람이다.

■이낙연의 새벽 전화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새벽 7시경 이낙연 총리 지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통령 뵈러 청와대 가는 길이란다. KTX라고 했다. 총리 지명받으면 꼭 보자고 했다. 총리 지명 후 총리공관에서 아침을 함께 했다.

"선생님이 공관에 처음 오신 제 손님입니다. 절 좀 도와주십시오. 전 선생님을 믿고 있습니다."

긴 얘기가 필요 없었다.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하고 있었다. 난 결정이 어렵지만 한번 결정하며 한눈팔지 않고 간다. 난 럭비선수 출신이다. 송건호(한겨레신문 초대 대표이사. 고교 은사) 선생님 제자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이낙연은 종로에서 출마했다. 음해 모략은 선거에 단골이다. 친노 친문이 어쩌고저쩌고. 나는 종로에서 수백 년을 산 서울 토박이다. 종로 창신초등학교 출신이다. 거주지가 종로다. 그날부터 종로지구당으로 출근했다. 잡소리가 사라졌다.

■ 봉하, 노 대통령 묘역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인생과 많은 부분을 함께 했다. 봉하에 행사가 있으면 가슴이 답답했다. 고관대작, 국회의원, 정치지망생, 언론인 등등. 내 가슴속 수첩을 펼치면 그들의 족보가 나타난다.

침통한 표정으로 묘역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인간들. 참으로 괴롭다. 나의 탁월한 기억력이 야속하다. 어떤 유명한 정치인은 내가 몇 년 전 그가 노 대통령에게 한 말을 기억해 내면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이다. 어렸을 때 날 업어주던 누나의 머리 동백기름 냄새도 기억해 내는 기억력이다.

몇몇 정치인은 내 눈에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제멋에 사는 게 인간이다.

이재명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봉하에서는 함께 만나지 않았다. 내가 피했을 것이다. 이재명이 성남시장 시절, 날 초청했다. 가수 이미자 씨가 성남에서 공연하는데 함께 보자는 것이다. 응했다.

이미자 씨는 나의 연속극 주제가를 몇 곡인가 불렀다. 그의 부군이 나와 논산훈련소 동기생이다. KBS에서 함께 근무했다. 공연이 끝나고 식사를 함께했다.

나와 이미자 이재명 부부 그렇게 넷이서. 그때만 해도 혜경궁 김씨도 이재명 부인도 몰랐고 김부선 염문이나 형님 욕설도 난 몰랐다.

식사하면서 자연히 정치 얘기를 많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피한다. 다만 한 가지. 늘 나의 지론인 정치인은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은 여러 번 한 기억이 난다.

내가 요즘 이재명 비판을 많이 하니까 그때 내 충고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못하면 말고. 지금 만나도 내가 할 얘기는 그때 한 얘기나 동일할 것이다.

내 정치철학이 그렇고 만약에 이낙연 후보가 내 정치철학과 다르다면 그의 상임고문을 안 했을 거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시절. 난 그와 함께였다. 지금 이낙연은 어떻게 지내는가. 보지 않아도 선하다. 약속은 지키는 이낙연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칼같이 지킨다. 그런 것이 신뢰다.

아무리 용한 점쟁이도 알아맞히지 못하는 것을 나는 맞춘다. 무슨 비결인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가슴속에 조건이 있으면 그것이 장애다.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니까 그가 이뻐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억지는 아니다. 그가 연설할 때 얼굴을 보라. 진실이 배어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 지역주의는 망국으로 가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현명하다.

이낙연 후보의 선거운동은 공정하다는 것을 약속한다. 이기명과 이낙연은 거짓말을 안 한다.

“대통령님. 공정한 선거를 하겠습니다.”

거짓말 않기로 노무현 대통령과 약속한 이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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