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가 천리다. 국민 뜻 따르거라.

꼭두새벽에 일어나 길에 버린 종이상자 주워 팔아 사는 이들의 소망은 무엇일까. 하루 세끼 굶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게 소망일지 모른다.

어렵게 대학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 해 몇 년째 취준생 신세를 못 면한 친구는 취직하는 게 소망일 것이다. 재벌의 사위나 며느리가 되는 꿈. 사람마다 소망은 있고 모두 다를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엄청 축구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던 나는 축구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소망이 아닌 소원이었다. 빌어먹을 6·25가 터져 쫄쫄 굶던 16세 소년 시절엔 그저 밥이나 실컷 먹었으면 하는 게 소원이기도 했다.

조폭영화를 보고 일렬횡대로 늘어선 똘마니 앞에서 폼 잡는 조폭 두목도 하고 싶었다. 많고도 많은 인간의 소망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지상에 낙원일 것이나 그건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시인이 되려던 꿈도 접었고 작가가 됐지만 별로다. 지금은 정치칼럼을 쓰고 있지만,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글 읽으면 ‘저놈의 늙은이’ 하며 이를 가는 정치인도 많을 것이다. 다만, 나는 소신대로 쓰고 평가도 받으니 후회하지 않고 만족한다.

■ 왜 이낙연인가

지난 9일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전남지역 집중호우 피해 농가를 방문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지난 9일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가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전남지역 집중호우 피해 농가를 방문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늘 하는 소리지만 내 인생은 둘로 나뉜다.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알기 전과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새 사람이다. 주위에서 모두 그런다. 이제 난 새사람이 됐다. 왜 새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모두 알 것이다.

요즘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해서 많은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관심 또한 대단하지만, 나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내가 이낙연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나의 사심 없는 눈이 뚫고 바라본 이낙연은 대통령감으로 여러 후보 중에 가장 안정감 있고 인품이 있는 후보라고 국민도 믿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마라톤 경기에서 수십 명이 출발할 때는 누가 누군지 모른다. 누가 우승할지도 모르고 설사 우승 예상 후보가 있다 해도 예상외의 새 인물이 나와 우승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정치는 검증이란 가시밭길을 제대로 건너야 하기에 형극(荊棘. 나무나 덩굴의 가시)의 길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최고 덕목은 정직, 그리고 안정감·품격

나는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큰 덕목으로 보는 것이 정직이다. 정직하지 않으면 세상없는 인간이라도 아니올시다. X다. 왜냐면 정직은 인간 됨됨이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지율이 널뛰고 있는 이재명의 경우에도 처음부터 ‘정직’을 상표로 들고나왔으면 오늘의 곤욕을 치르진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이재명이 자신의 욕설패륜과 김부선 성추문을 보다 일찍 다 털어놓고 걸렀으면 지금처럼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헤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어디 가서 무슨 소리를 해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여러 추문일 것이다. 그것들이 걸림돌이 되어 말이 정리되지 않는다.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그처럼 어색할 수가 없다. 자신은 몰라도 말하는 그의 얼굴을 보면 일그러져있다. 그래서 얼굴은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다. 몹시 안타깝다.

앞으로 후보자 간 토론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이 빠트리지 않고 물어볼 이재명의 과거는 풀기 힘든 올가미가 될 것이다. 지금 이재명의 지지율은 급속하게 추락하고 그 이유를 이재명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주먹으로 공격하다가 이제 발로 공격한다’는 반격도 얼마나 구차한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재명이다. 도덕적 열등감은 치명적이다.

안타까운 일이 있다. 과거에 나를 잘 따르던 후배들이 있다. 물론 정치지망생들이다. 이재명의 지지율이 상승하니까 나를 경원(敬遠· 겉으로 공경하는 체하지만 가까이하지 않음)하는 것이다. 기가 막혔다.

그러면 안 된다. 자기 소신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모두 민주당 당원이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사랑한다.

제멋대로 굴러가는 세상을 개판 세상이라고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런대로 질서가 있다. 그것을 순리라고 한다. 아무리 역리가 순리를 이겨 먹는 것처럼 보여도 순리의 힘은 무섭다.

못된 정치인들도 그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순리를 어기면 남는 것은 망하는 것뿐이다. 하늘의 뜻이다. 천리(天理)라고 한다. 국민이 하늘이다.

세상사가 어떻게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되겠느냐. 절대로 안 된다. 순리를 따라야 한다. 이재명도 이제 순리를 따라야 한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아니다. 깊은 밤 조용히 생각해보라. 해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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