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마스크 안쓰고 나왔네.

정말 오랜만에 가족 나들이에 나섰다. 그러니까 작년 2020년 2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이니 거의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 어릴 적 자주 찾았던 함평 용천사에 들렀다.

용천사는 추석 전후에 꽃무릇이 가득한 가을도 좋지만 봄과 여름에도 신록과 잔디가 어울려 가볍게 걷기에 좋다. 절 입구 연못의 징검다리를 건너보고, 절 안으로 이어지는 짧은 거리가 아이들과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그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모양인지 사천왕이 있는 입구까지 올라가는 계단에 잡풀이 무성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유일까? 갈 때마다 놓치지 않고 마셨던 약수터가 메말랐다.

ⓒ광주인 자료 사진.
ⓒ광주인 자료 사진.

우린 목도 축이지 못하고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절에서 나왔다. 거기다 아까부터 줄곧 쓰고 있던 마스크로 숨이 턱턱 막혀온다. 아이참! 마스크!

이 답답함을 달래고 제대로 콧바람 좀 쐬보자 싶어 돌머리해수욕장으로 갔다. 우리가 도착한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돌머리해수욕장을 물이 한창 들어오고 있었다.

어촌계에서 마련한 데크 위에 텐트를 치고 쉬는 사람들, 모래사장 위에 텐트나 돗자리를 깔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 그러나 여기서도 대부분이 마스크.

돌 갓 지난 어린이가 마스크를 쓰고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이 조그만 아이에게 우리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한 걸까? 누군가 대속한다고 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석연료로 탄소배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것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짊어질 숙제가 되었다.

기후위기와 감염병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c 오르면 감염병이 4.7%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 인간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동물들이 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인수공통 감염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의 대유행, 유래 없이 길었던 장마, 집중호우, 호주 산불 등을 접하면서 기후 위기의 문제가 더 이상 외면할 문제가 아님을 자각하게 되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은 시민들의 소소한 캠페인이 여기저기서 진행되었다.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줄이기, 손수건 사용, 채식하기, 장바구니 사용을 일상화하자고 했다. 아. 정말 우리 시민들은 모두 불편할 준비가 되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는 것인가. 기후악당국가로 악명을 떨치던 대한민국 정부는 올해 2050 탄소중립국가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탄소중립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박약하고 허울만 남은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녹색성장과 탄소중립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2010년에 대비하여 2030년에 탄소배출량 50% 감축하여야 2050년에 탄소중립(탄소배출량=탄소흡수량)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정확한 목표를 세워달라. 목표가 있어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액션이 시작될 것이다.

교통운수분야, 석탄발전소분야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지금 당장 시작해야한다. (*중요사항_ 이 부분에서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이 발의한 ‘기후정의법’을 유심히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송희 정의당 광주시당부위원장.
박송희 정의당 광주시당부위원장.

마스크는 요즘 시대에 필수품이 되었고, 때론 다양한 무늬의 마스크, 다양한 색상의 마스크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집 밖에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스크를 하고 나가는 경험을 한 두번쯤은 하고 산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마쳤어도 델타변이가 마스크도 뚫고 간다하니 우리는 쉽게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우리 아이들이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모래놀이를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여름휴가도 다가오는데 마스크, 너 참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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