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 칼럼] 그림 속의 음악
[정수영의 음악 칼럼] 그림 속의 음악
  • 정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문학박사)
  • 승인 2021.06.30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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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번 주 내내 필자는 그림 속에 파묻혀 있는 시간을 보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시간의 덕택으로 미술지식을 습득하며 조금은 영리해진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들의 대부분이 미술을 전공한 분들이다. 음악을 전공한 필자가 미술의 큰 지식을 알리 만무하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뒤로하고 편집위원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미술의 지식을 조금씩 쌓아왔던 터라 그림 속에 파묻혀 있었던 지난 한 주간이 그리 어려운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한번 보고 지나쳤을 법한 그림도 두 번 보고, 세 번 보면서 어떤 의미가 들어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놓치지 않고 살핀 시간들이었다.

그림 속에서 음악을 찾다

이 그림은 에드가 드가(1834~1917, 프랑스 화가)의 〈파리 오페라의 오케스트라, 1870〉이다. 조금은 부유한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난 드가는 따뜻한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실제로 드가의 많은 작품에서는 당시에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발레, 경마, 오케스트라 등의 소재를 적용해서 발표하고 있다.

이 작품도 드가가 20살 이후 매일같이 파리 오페라극장을 드나들며 오페라를 감상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모습을 마치 카메라로 찍은 듯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당시 자신과 가장 친했던 바순 연주자 ‘데지레 디오’를 중심으로 해서, 첼리스트 ‘루이 마리 펠레’, 플루티스트 ‘알테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랑시엥’을 그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사실적으로 표현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표현되고 있는 한 곳에 시선을 멈추게 하고 싶다.

그림 왼편의 제일 위쪽을 보면 조그맣게 사람 얼굴을 그리고 있다. 2층 박스석 안에서 음악과 무용을 감상하고 있는 어떤 한 인물을 묘사하고 있다.

이 인물은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곡가겸 피아니스트인 에마뉘엘 샤브리에(1841~1894)이다. 서정적이면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부드러운 감성으로 표현한 음악가이다.

음악도상학 시선으로 관찰하다

그림에서는 ‘어떤 멜로디의 음악이 연주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림을 통해서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는지’ 상상은 할 수 있다. 이런 ‘시각적으로 묘사된 모든 자료에 나타난 상징물을 토대로 음악적 지식을 얻어내는 학문’이 음악도상학이다. 음악도상학 시선으로 그림을 봤을 때, 드가의 작품에서는 어떤 음악이 연주되었을까?

당시 오페라의 중심이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에 무대의 장소도 프랑스 파리 오페라극장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탈리아 오페라가 아닌 프랑스 오페라의 공연일 수 있다.

19세기 말의 프랑스는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구분을 짓는 서정적이면서 비극을 다룬 내용에 극의 내용이나 전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극 중간에 반드시 발레를 삽입하는 특징이 있었다. 드가의 작품이 오케스트라와 발레가 함께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프랑스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만한 근거이다.

또한 작곡가 샤브리에를 지적해서 생각한다면, 원래 2층 박스석에 앉아서 무대를 감상한다고 하는 것은 무대에 올려진 작품과 깊은 인연을 지닌 사람이 앉아서 듣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샤브리에도 오페레타(대사와 춤, 오케스트라가 있는 오락성이 짙은 가벼운 음악극)와 오페라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샤브리에의 곡은 드가의 작품보다 늦기 때문에 그림 속에서의 음악은 샤브리에의 작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 음악을 엿본다고 하는 것은 현시대에 또 하나의 어려운 학문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자료를 통해 당시의 음악형태와 상황을 유추하여 과거를 엿보는 것으로 미래를 연결하는 작업은 또 하나의 음악적 지식을 펼치는 세계이다. 그림 속에 파묻혀 지낸 지난 시간에서 발견한 음악의 지식을 소개했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9호(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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