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
[이기명 칼럼]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6.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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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국 대한민국

하루 일이 끝나면 좋든 싫든 잠자리에 든다. 잠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마지막 잠들기 전에 내가 한 생각은 무엇인가. 잠들기 전 내 눈이 머문 곳은 어디인가.

■86년 살아 온 세월

긴 세월이다. 이 긴 세월이 발길을 멈추는 그 순간. 내 눈이 머문 마지막은 어느 곳일까. 요즘 따라 무척이나 많이 생각하는 문제다. 역시 나이란 도리가 없는 것일까.

살아오는 동안 나는 무슨 짓을 하며 살아왔을까. 기억에도 한계가 있어서 까먹은 것이 태반이다. 그래도 기억력에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남아 있는 기억은 어떤가. 자랑할 만한 것들인가. 부끄러운 것들인가. 신은 공평하신가. 세월을 절반으로 나눈다면 반은 후회다. 잘못이란 얘기다. 절반은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 보자고 애를 썼다고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 덕이다. 죽어도 잊어서는 안 될 은혜다.

아내가 몸이 안 좋다. 여윈 아내를 보면서 옛날 아름다웠던 그를 생각하면 새삼 잘못한 후회로 가슴이 저리다. 거의 알코올 중독이었던 내가 얼마나 지겨웠을까. 우연히 그가 쓰다 덮어 놓은 일기장에서 유서를 읽었다. 오죽했으면 유서를 썼을까. 아픈 아내를 보며 그때 생각을 하면 보상을 할 방법이 없다. 그냥 참회하는 것뿐이다.

마음에도 없는 글을 많이도 썼다. 독재에 아부하던 그 많은 글이 지금도 어느 구석에 굴러다니고 있겠지. 그땐 우쭐했지. 지금도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의 기레기들은 기사를 쓰면서 우쭐하고 있을까.

과거의 나 같은 기자가 있을 것이다. 지금 참회해도 그때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참회한다. 내가 마지막 길을 떠날 때 눈을 감기 전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은 바로 이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하는 대한민국이다.

■내 글은 참회록

이제 글쓰기도 무섭다. 글을 쓸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책을 내기로 했다. 지금 쓰는 글의 제목이 ‘내 눈이 마지막 머문 곳’이다. 어쩌면 내 인생에도 마지막 제목이 될 것 같다. 책도 나오기 전에 홍보냐고 할지 모르지만, 많이 팔리고 수입도 왕창 들어와서 내가 쓰고 싶은 일을 위해 쓰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시절, 돈 없는 설움을 많이 겪었다. 어려운 형편에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이 몇 푼이나 되는가. 젊은 회원들이 돼지저금통을 들고 뛰었다.

후원회 행사 전날 밤 삼륜차에 돼지 저금통을 잔뜩 싣고 돌아오는 젊은 회원들을 보면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울었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밤을 새우며 동전을 정리했다. 그렇게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웠다.

경선 날짜를 두고 민주당 안에서 말이 많다. 지지율 1위인 분은 예정대로 하자는 것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기하잔다. 지금 경선을 하기에 조건이 어떤가. 무더운 삼복에다 코로나로 모두가 짜증이다. 이 판에 경선으로 지지고 볶으면 국민은 뭐라고 그럴까. 규정에도 있다. 민주당 당헌 88조 2항에 규정이 있다.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당무회의 결의로 결선 날짜를 바꿀 수 있다.’

어떤가. 삼복무더위, 코로나와의 지겨운 전쟁. 휴가철, 국민의힘 상황 등 어느 것 하나도 경선을 축제로 치르기에는 부족하다. 선거는 사람의 하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여러 문제를 상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과연 상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경선을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이다.

19대 대선을 앞둔 2016년, 이 조항을 들어 경선 연기를 주장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경선 강행론자다. 내가 주장하면 옳고 상대가 주장하면 잘못이라는 인식은 정당한가. 더구나 당시 원안에는 끝장토론이 없었는데 그는 끝장토론까지 주장했다.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판에서 당연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러면 안 된다. 이런 때는 이 말, 저런 때는 저 말, 왔다 갔다 정치인에게 국민이 질렸다. 독사가 개구리에게 잡아먹혀도 당당해야 한다.

2017년 당시 대선에서 이 규정을 근거로 경선 연기를 주장한 분이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인가. 자신이 주장하면 옳은 것인가. 지지율 1위의 속이 왜 그리도 좁은가. 근거 있는 주장을 탐욕으로 몰아붙이는 독선이야말로 버려야 할 못된 버릇이다.

‘기본소득’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렇게 말하기 편한 것이 어디 있는가. 재원 걱정은 저리가라다. 세금 거두면 해결된다는 한 마디면 끝이다. 그런 정치 누군 못하는가. 독선으로 정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그런 식으로 기만하면 정치의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선당후사(先黨後私)는 정치인의 구호다. 바로 정권재창출이 선당(先黨)이고 경선 우선은 후사(後私)다. 이해했을 줄 믿는다.

지도자는 자신의 몸이 깨끗해야 한다. 처신이 맑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저지른 과오라서 자신과 무관하다고 우기면 안 된다. 자신이 비난하는 인간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국민은 만만하지 않다. 자신은 뭐든지 뚫고 나갈 자신이 있다고 하는 자만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빨리 버려야 산다.

■정도를 걸어라. 정직 이상의 자산은 없다.

소년 시절의 경험이다. 이웃동네 애들과 축구시합을 하면서 건방을 떨었다. 실력이 좀 낫다는 자만심이 방약무인(傍若無人)으로 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세는 역전, 우리는 눈물을 삼켰다.

지금 지지율 상위자의 측근들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자파(自派) 세력이 모든 자리를 장악했다고 한다. 남의 정책도 모두 내가 한 것이다. 어제의 지지가 배신으로 돌변한다. 소신이 있다고 여겼던 정치인이 궤변을 늘어놓으며 변심을 할 때 분노와 더불어 슬픔을 견디기 힘들다.

내 눈은 벌거벗은 그들의 모습 그대로를 목격했다. 정치지도자들은 순리를 따라야 한다. 잘 알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절치부심(切齒腐心) 할지 모르나 모두가 그리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느냐. 권력쟁취도 정도라는 길이 있다.

이 땅은 우리 민족이 영원히 살아가야 할 땅이다. 억지가 가져올 것은 파멸뿐이다. 한국정치를 생생하게 지켜본 목격자의 눈으로 충고한다.

'내 눈이 마지막으로 머물 곳은 내가 사랑하던 조국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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