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멋있던 약장수 아저씨

■애들은 가라.

곰 가죽을 깔고 앉은 약장수 아저씨의 청산유수 달변은 NG가 없다.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고, 아들인지 딸인지는 낳아봐야 알고, 어쩌고저쩌고. 자아,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구경꾼은 조무래기 초딩들뿐인데 약장수 아저씨는 연상 애들을 쫓는다. 하기야 아저씨가 파는 약이라는 게 가짜 정력제(그땐 몰랐다)니 아무 소용없는 애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애들은 약장수 아저씨의 만담과 익살이 재미있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많았는데, 요즘은 약장수 아저씨를 거의 볼 수 없다. 구경거리가 없던 그 시절, 약장수의 재담은 큰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약장수가 아니라도 구경거리가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애들은 가라고 쫓을 필요도 없다. 초딩도 핸드폰으로 뭐든지 볼 수가 있다.

■새로 등장한 약장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갈무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갈무리

무슨 약장수가 새로 등장했는가. 국민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대통령후보 여론조사 1위의 정치인이 한 말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빙빙 돌리지 말고 탁 털어놓고 얘기해라’. 맞다.

벌써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누가 약장수를 만들었고 누가 약장수가 됐는지 국민들은 다 안다. 당분간 약장수 논쟁은 여의도 정치바닥을 시끄럽게 할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민주당 한 초선의원이 가짜 약장수가 된 사연은 이렇다.

초선의원들이 당의 앞날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교환했다. 한데 이런 의논이 가짜약장수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럼 누가 이들을 가짜 약장수로 전락시켰는가. 밝히지 않아도 다들 알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서 논란이 됐다. 왜 하필이면 약장수였을까. 아무리 요즘 값이 나가지 않는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아닌가. 거기다가 사기로 약이나 파는 약장수로 비유를 했으니 화도 날 만하다.

■말의 품격

인사를 나누고 잠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의 인품을 생각하게 된다. 언어다. 말속에 품격이 들어 있다. 아무리 말에다 그럴듯한 색깔을 입혀도 잠시 후면 속이 드러난다. 감출 수가 없다.

뭐 그까짓 약장수란 표현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할지 모르나 바로 그런 생각이 바로 품격의 문제다. 약장수로 전락한 국회의원도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말 같지도 않으니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속이 끓을 것이다. 표현 내용을 보면 많이 심하다.

“가짜 약장수가 묘기로 약을 팔던 시기는 지났다” 이 정도는 괜찮은가.

지금 지지율 1위로 정상을 달리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든지 또는 말 몇 마디 잘못 하기로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건 자기 생각이다. 이미 실수의 수준을 넘어선 말로 국민에게 실망을 준 전력이 있다.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실수 연발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는 사과해도 국민이 그 사과를 믿어 줄지 의문이다.

자신은 그까짓 욕설(?)쯤 하면서 대범하게 생각할지 모르나 대범한 것은 자신뿐이다. 국민은 그렇게 대범하지가 않다. 국민이 관대할 이유가 없다. 국민은 품격 있고 격조 높은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가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권리다.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가짜 약장수의 거짓말은 문제가 안 된다. 어차피 가짜를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는 다르다. 품격 있는 말이 쌓여 존경이 되고 국민들의 신뢰도 역시 굳어진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그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기도 하는가. 그런 정치인을 국민들은 많이 보고 있다. 가짜 약장수도 이 먹자고 약을 판다. 손해나는 약장수를 왜 하고 있는가.

가만있자. 지금 내가 약장수가 된 것은 아닌가. 이득을 봤는가. 손해를 봤나. 재미도 없는 약장수 노릇을 한 것 같다.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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