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4구역 참사와 불법비리 백태를 지켜보며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 참으로 엿 같은 세상이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사고들이 잊을만하면 일어나고 또 터져서 죄 없는 민초들만 목숨을 잃어야 하니 분통이 터진다.

이번 참사를 안전불감증으로 도배되던 여타의 대형 참사 중 하나로 볼 수 있겠지만, 광주시민들의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9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에 숭고해야 할 518구속부상자회와 민주당 전직 지방의원의  땅투기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518구속부상자회 문흥식이란 자가 재개발을 장악했다는 소식에 “아니 왜 518단체가”라며 갸웃했다. 그러나 그가 '신양OB파'라는 폭력조직의 행동대장 출신이라는 보도 앞에 광주시민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불법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을 받던 중 지난 13일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불법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을 받던 중 지난 13일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

스스로 연루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져야하지만 그는 사고 직후 신속하게 미국으로 도피해 광주시민들은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도피를 도울 수 있는 위치는 고위직 공직자 신분이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피의 학살 이후 등장해 1980년대 내내 최루탄 곤봉에 맞서던 518단체들은 YS정권의 518보상법으로 인해 투쟁은 점차 사라져갔다. 그리고는 온갖 자리싸움과 각종 이권 다툼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것이 오늘날 518단체들의 현주소이다.

광주시민 모두는 쓸쓸하기 그지없었지만 산 자들의 미안함 때문에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곧 정상화 되겠지”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최악이다.

문흥식으로 인해 518은 ‘조폭 518’로 윤색되고 있다. 그 동안 그의 정체를 안 회원들과의 충돌도 꽤나 있었겠지만 518단체들의 토양에는 썪은 물줄기가 스며들었고 이미 도려내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나 광주시민과 전세계인의 자랑인 광주5.18이 결코 미꾸라지 몇 마리에 놀아날 수는 없는 일이다. 518단체들을 더 이상 썪지 않고 새살이 솟아오르도록, 원래 목적대로 정상화 시켜내야 하며 이 역시 오롯이 광주시민의 몫이다.

지난 9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이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내버스. ⓒ예제하
지난 9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이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내버스. ⓒ예제하

회원들의 자정 노력, 외부 감사, 시민감시단, 기타 등 모든 것은 공론화장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사태의 원인이자 이권 자리싸움의 원인이 된, 518단체 예산과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업 공개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참사로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또 하나는 민주당 조종진 전 동구의회 부의장의 연루다. 그는 조폭 재건축 조합장과 한 몸이 되어 가족이 투기단에 나선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의원직을 이용해 재건축 고급 정보들을 독식했을 것이며 그에 따라 빼먹는 방법 또한 도가 텄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 정가에 이런 의원이 단지 조종진 한 명뿐이었을까?

좀 더 솔직해지자. 지역 정치권에 제2, 3의 조종진은 차고 넘치며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먹잇감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광주 호남의 토호세력들은 지역의 여당인 민주당에 들어가 시나 구의원 심지어 지자체장 까지 한자리씩 꿰차고 있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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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재개발이나 지자체 사업들은 자신들이 해온 사업이거나 해야할 사업이었기에 아주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조폭과 공권력을 손아귀에 올려놓고 주물떡거리는 그들에게 걸리적거릴 게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10년 전부터 모든 재개발지역에 대해 전·현직 의원들의 전면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백번 천번 지당한 주장이라고 본다. 계속 드러나고 있는 이번 사태의 실상들은 민주당에게 큰 지지를 보내준 광주시민들을 기망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민주당이 이제라도 시민들의 지지에 응답하고 쇄신할 의사가 있다면 당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시민단체 주장처럼 스스로 전수조사에 응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재개발, 재건축이니, 조합설립이니, 인.허가니 이런 것들에 대해 언론 쪼가리 수준일 뿐 별로 아는 지식이 없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집 없는 서민들을 끝없는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 정도는 빠삭하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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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겨우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국민이 500만 명에 육박하고, 800만 명이 언제 짤릴지 모를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1년 내내 한 눈 팔지 않고 노동해서 번 것이 겨우 연봉 2천 5백만원이다. 정치인 토호세력들이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재개발 땅투기를 통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씩 벌어들이는 세상, 상식으로 치면 맞아 처죽일 일이다.

또한 많은 시민들의 예상대로 이번 사고에서 가장 낮은 신분인 현장소장과 굴삭기 기사가 구속 수감되었다. 이들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의 돈벌이를 위한 다단계하청과 관리감독 부재가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임은 모르는 사람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원청사 사장과 하청사 사장은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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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렇게도 건설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하청다단계의 폐혜를 지적하고 법으로 강제하라고 요구했을 때 관련 부처는, 국회의원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참사의 책임을 버스 운전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상식 이하의 뇌세포에 무얼 기대하리오.    

땅과 집은 공공재이자 행복의 보금자리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참사를 교훈삼아 정치인들의 땅투기 행위는 전재산 몰수는 물론, 죽어서 감옥을 나오게 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설치는 조직폭력 집단을 발본색원해 단죄하고 이들과 정치인의 카르텔 끊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모든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고 투명한 정책이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음을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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