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 미얀마민주화투쟁 연대 연재詩 (34)

데칼코마니

오성인

 

5는 영영 완성되지 않는 데칼코마니

맞은편의 빈자리는 이미 한번
머물렀던 누군가의 흔적

대검에 찔린 골목과 총상을 입은
거리와 마지막 숨을 내쉬던 광장
피 범벅된 얼굴을 마주하고
피 묻은 몸을 부둥켜안고

피 묻은 손을 내밀며
피의 목소리로 다 잘 될 거야*

위로를 주고받았던 자리에서

몸 반쪽이 꺾인 꽃과
날개 하나를 잃은
새와 나비가 엎드린 채 흐느끼고 있다

익숙하고도 낯선 저 모습은
언젠가 우리가 겪었던 통증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림의 맞은편이
마저 그려져서 잃어버린 몸과 날개와
통증을 영영 잊어버리면 어쩌지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의 비명
기억이 지속될 때 그림은 완전해진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가 외발이다
 

* Everything will be OK. 2021년 3월 3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19세 여성 치알 신의 티셔츠에 새겨져 있던 문구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부상했다.
 

** 오성인 시인은 2013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시집 <푸른 눈의 목격자>가 있음. 대산창작기금 수혜. 나주문학상 수상. 나주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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