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차마 못 들을 욕설의 난장
[이기명 칼럼] 차마 못 들을 욕설의 난장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5.25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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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와 욕쟁이 할머니

■글쓰기 전에

먼저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靈前)에 절부터 올립니다. 늙은 몸 봉하에도 못 내려갔습니다. 몸 핑계 대지만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용서하십시오. 대통령님.

■고운말, 존댓말

말은 곱게 해야 한다. 고운 말을 써야 한다. 오래전 고인이 되신 저의 백모님(큰어머님)은 말씀을 참 잘하셨는데 조선 21대 왕 영조(英祖)의 부마(駙馬. 왕의 사위) 댁 자손이다. 초등학교도 안 보내고 9살 때 결혼시켰다.

집에서 언문(한글)과 한문을 깨치셨다. 파주에서 부마 댁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백모님은 말씀을 아주 재미있게 하시기도 했다.

백모님의 재미있는 말씀 하나 소개한다.

‘사람은 말을 곱게 해야 한다. 누구한테든 꼭 존대해야 한다. 알았느냐.’

그러면서 외양간에 소를 가리키신다. 소머리에는 검불(지푸라기)이 묻어 있었다.

‘소님의 대갈(머리)님에 검불님이 붙으셨습니다.’

이 정도의 존대라면 최고가 아니겠는가. 끝내 준다는 말이 맞다. 그냥 넘겨들을 것이 아니라 교훈으로 들어야 한다.

요즘 애들 말버릇은 고약한 것은 고사하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세종대왕도 통역사를 대동해야 하실 것이다. 뭐 이거 가지고 시비할 생각은 없지만, 말은 알아들어야 하고 고운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지도자의 언어

말에는 품위가 있어야 한다. 나는 격조(格調)라고도 하는데 격조가 있는 말은 하는 사람의 인품을 한결 높여 준다. 국회의장을 하시던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의 말씀은 품위와 격조가 있으셨다. 이런 분이 화가 몹시 나셨다.

1956년 5월 5일, 한강 백사장에는 당시로써 생각지도 못할 30만 인파가 모였다. 신익희 선생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였다. 10여 일 후면 대통령 선거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승만·이기붕이 자유당 후보로 출마했고 민주당에서는 신익희·조병옥이 후보였다. 그러니까 한강 백사장 강연은 대통령 후보 연설이자 시국 강연이었다. 그 때 해공이 토해내던 사자후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승만을 각하라고 합니다. 각하(閣下)가 뭡니까 각하가. 각하는 저기 보이는 한강 다리 밑이 각하(脚下)에요.’

불경하기 짝이 없는 말을 들으면서 30만 군중은 박수를 치고 배꼽을 잡았다. 그때 어느 누구도 신익희 선생을 비난하지 않았다. 말도 시와 때를 잘 만나야 빛난다.

신익희 선생은 그날 바로 호남유세를 떠났다가 호남선 열차 안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하셨고 이를 암살(독살설이 있었다)로 오해한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때 대학 1년생인 나도 경무대(지금의 청와대) 앞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발포에 줄행랑 쳤으나 정부서울청사 인근인 당시 치안국 무기고 앞에서 특무대에 잡혀 구속됐다. 치도곤 맞고 없는 죄까지 털어놨다. 더 이상은 창피해서 덮는다.

욕쟁이 할머니

자유당 정권은 참 많이도 욕먹던 정권이다. 욕쟁이 할머니란 분이 계셨다. 청주에서 해장국 음식점을 하시던 할머니는 욕을 잘하기로 유명했다. 해장국 맛이 좋아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았는데 할머니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욕을 하셨다.

한번은 박정희 대통령이 들렸는데 대통령을 쓱 보더니 한다는 말씀이.

“박정희 닮은 놈이네”

수행원들이 기절초풍했겠지만 대통령은 웃었다고 한다. 사실 여부는 모른다. 누가 욕을 하던 욕은 좋은 게 아니다. 문득 오늘의 정치가들을 욕쟁이 할머니가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무리 욕먹을 짓을 했어도 욕이란 몇 마디 정도다. 욕 싸움을 벌이고 형제간의 싸움으로 번지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직접 들어 본 욕

내가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소신이 다르기 때문이지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형제간의 싸움도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왜들 저렇게들 야단일까 궁금했지만 애써 무관심했다.

우연히 듣게 된 그게 탈이었다. 듣다가 끔찍해서 보청기를 뺐다. 형제간에 저토록 독한 싸움을 할까. 내 인식이 바뀌었다. 우리 애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욕쟁이 할머니의 욕에도 저주는 없었다.

당사자는 고통스럽겠지만 싸움의 시종(始終. 처음부터 끝까지)을 들어보기 바란다. 듣고 난 다음 국민에게 실상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믿는다. 사과해야 한다.

지금 야당은 도끼날 벼르듯 하고 있다. 이때다 판단이 설 때 ‘용감한 형제’의 싸움 전모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물 구경(홍수), 불 구경(화재), 싸움 구경을 재미있어하는 인간들이 있다.

군에서 전략심리를 담당했던 장군과 나눈 대화다. 요즘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들 거의가 민주당 사람들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판단했다는 것인데 잘못 판단했다. 나중에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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