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
[이기명 칼럼]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5.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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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뽑고 후회한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객관적인 승리는 불가능이다. 개망신당하고 지느니 기권을 하자. 욕은 안 먹는다. 결정해라. 니들 뜻에 따른다.”

결승 전날이다. 주전 15명(럭비 유니온 방식) 가운데 뛸 수 있는 선수는 11명. 나머지도 부상이 많다. 상식대로라면 패전은 당연하다. 비장하다. 럭비부는 해체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 우승이라도 하면 유지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망이 없다. 듣고 있던 고1 막내 선수가 입을 연다.

“형들. 붙어요. 죽을 각오하고 끝까지 붙자고요.”

눈물을 훔치는 후배를 보며 결단을 내렸다. 좋다. 죽자.

다음 날, 우리 팀은 주전 넷이 빠졌다. 상대팀은 벌써 우승이라도 한 듯 기고만장이다. 경기가 시작됐다.

잠시 후, 내 눈을 의심했다. 우리 선수들이 훌훌 날아다닌다. 전혀 불가능한 공도 날개 단 듯 달려가 나이스 캐치. 남산만 한 덩치의 상대편 선수를 우리 막내가 멋지게 태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상대 선수들은 어리둥절, 우왕좌왕, 게임의 주도권을 완전히 우리가 장악했다.

■우승기를 안고 울었다.

ⓒ이낙연 의원 SNS갈무리
ⓒ이낙연 의원 SNS갈무리

경기 종료를 알리는 신호가 울리고 우리는 그냥 운동장에 앉아서 울었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우승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손에는 우승기가 들려 있었다. 이것이 기적인가. 기적이라도 좋다. 그 기적을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 교장 선생님이 우리 럭비선수들을 모두 앞에 불러 세웠다. 우승기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럭비부 폐지를 취소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울었다. 80년 전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선배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떨리는 기억이다. 그때 게임을 포기해 버렸다면 지금 이런 칼럼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무현 지지율

‘똑똑해 봐야 상고 출신 아이가. 분수를 알아야지. 대통령 출마라니 말도 아이다.’

노무현 의원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자 많은 사람이 웃었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 아침에 고구마만 먹고 학교 다니던 소년. 장래 소원이 면서기였던 소년. 공부를 잘해서 부산상고에 장학생이 된 소년. 땅굴에서 공부해 고시에 합격한 노무현. 그러나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서울법대 출신 대법관을 지낸 상대를 이기고 대통령이 됐다. 국민이 인정한 것이다. 그의 애국심을 알아본 것이다. 국민은 위대하다.

노무현의 면전에서 그를 모욕하던 중앙일간지 중견기자가 내게 사과했다. 내가 물었다. 이게 기적이냐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토록 못살게 굴던 언론과 검찰은 노무현의 비극을 보면서 회심에 미소를 지었으리라. 자신들에게 도전하면 이처럼 참혹한 꼴을 당한다. 그러니 엉뚱한 꿈들은 꾸지 마라. 이것이 경고인가. 그러나 역사는 그들의 방약무인(傍若無人.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함)한 작태를 엄숙히 나무라고 있다.

■개혁이란 이름의 자기 합리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결함 역시 가장 많다. 인간을 평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평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이 걸어온 과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도자로 거명되는 사람들의 과거는 더욱 중요하며 대통령 후보의 경우는 더 말해 뭘 하랴.

자신의 흉을 감추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공통점일까. 그러나 감추려고 해도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지지하기 전 그 인물을 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지지한단 말인가. 내가 이낙연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무엇이 그를 지지하게 했는가.

기자 생활로 닦은 관찰력이 깊다. 5선 의원을 하면서 국회를 안다. 당 대표를 했고 국무총리를 경험했다. 사람들은 그의 친근감 부족을 지적한다. 거리감을 느낀다고 한다. 옳은 지적이다. 나도 느낀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사람마다 결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가능성의 문제다. 이낙연의 성실과 정직, 신뢰는 참으로 귀한 것이다. 눈앞의 곤경만 모면하려는 요령꾼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는 오늘의 한국 정치에서 그는 매우 소중한 존재다.

나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오랜 세월 한국의 정치 지도자를 많이 접촉하면서 지도자를 판단하는 눈을 키웠다고 자부한다.

■나의 판단은 모두 옳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생존해 계실 때 나는 공개적으로 황송한 칭찬을 들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좋은 사람을 정확하게 가려내십니까.”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가. 그러나 바로 대답했다.

“사심 없이 관찰하면 보입니다.”

사심이 눈을 가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낙연 의원과는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다. 학연도 지연도 없다. 오직 나의 판단이다.

요즘 이 의원을 지지하는 운동원들의 힘이 빠졌을 것이다. 당연하다. 내가 칼럼 앞부분에서 럭비 얘기를 했다. 이해했으리라고 믿는다.

지난 4월 24일 ‘플랫폼 더 숲’ 대구·경북지역 결성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많은 인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대구의 어른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이해를 해 주셨다.

칼럼에서 소개한 럭비 결승전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화다. 나는 이 실화가 다시 재현될 거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 믿음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 이것은 이낙연에 대한 사랑 이전에 내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다. 조국은 나를 배신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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