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편지] 세월호 7주기- 존경하는 유민 아빠에게
[이지현의 편지] 세월호 7주기- 존경하는 유민 아빠에게
  • 이지현 5ㆍ18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연극인)
  • 승인 2021.04.16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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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유민 아빠, 김영오 아우님께!

이름을 부르기도 미안한 그대여.... 벌써 7년의 세월이 그렇게 훌쩍 지나 가버렸구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기나긴 단식투쟁을 하던 그대. 산신령 수염을 한 채 뼈만 앙상히 남은 몰골로 병원으로 향하던 그대의 모습.

ⓒ광주인
ⓒ광주인

어느 누구인들 통탄하지 않았겠는가. 심장이 미어져 아니 산산조각 날 것 같은 안쓰러움이 파고 들었어. 그리고 며칠 후 나와 모임 동료들은 더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바라며 전남 진도로 향했다네. 

우린 세월호 대참사의 슬픔을 머금고 식당에 들렀지. 그야말로 진수성찬었지만 나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었다네.

세월호 참사 1년 후. 2015년 8월 15일에 5ㆍ18민주광장에서 그대를 처음으로 만났지. 그때 세월호 가족들은 '자식 팔아 돈 벌었다'느니 하는 악성루머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들을 보냈었지.

광주시민들은 그대를 위로했고, 우리는 '호형호제로 부르자'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어루만져줬고.

2017년 11월 8일, 국회의사당 대강당에서 의원들을 비롯한 호남향우들 그리고 서울시민들의 성원으로 5ㆍ18민주화운동 기념공연 애꾸눈광대의 연극 <어머님 전상서>가 무대에 올랐지.

그때 경민 엄마와 세월호 가족들이 오셨어. 안산에서 오시느라 공복이었을 것인데 식사를 안 하신거야. '세월호 가족 일동'이라고 써 있는 봉투를 보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울컥하네. 감동을 초월한 예술 같은 세월호 유족들의 기부를 어찌 죽은들 잊을 수 있겠나?

3년 전 그대가 전남 무안으로 귀농생활을 하던 중, 근로정신대의 법정투쟁 때, 부부가 헌신적으로 봉사하던 모습이 선하구먼. 그래서 4ㆍ16 전에 식사라도 모시려고 초대했는데 끝내 오지 않던 그대.

그대를 위로한다고만 했지. 그대 가슴에 흐르는 슬픔과 스트레스를 못난 형은 몰랐었네. 미안하네! 그대를 진정으로 배려치 못한 이 사람을 용서해주시지 않겠나. 유민 아빠?

보고싶은 유민 아빠 김영오 동지!

올해에도 어김없이 4월 그날이 왔네. 진실이 수장된 채 7주년을 맞는 그대와 세월호 가족들은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무슨 말로 그대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무명시인인 나는 어떤 표현도 할 수가 없네.

아우님! 올해 나의 연극 제목이 뭔 줄 아나? <어느 봄날의 약속>일세.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약혼녀와 헤어져야 했던 어느 이름없는 시민군의 약속일까? 수학여행의 설렘을 안고 떠난 어느 소녀의 한맺힌 약속일까?

ⓒ광주인
ⓒ광주인

존경하는 아우님 유민 아빠!

7년이 지나도 어정쩡한 높은 양반들을 원망하며, 오늘 5ㆍ18 민주광장 추모식장으로 가네. 못난 형이 바칠 수 있는 것은 오직 꽃 한 송이와 묵념 뿐. 아니 또 있네. 국가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것!

형오 동생!
우리 울지 말세.
분노하면서 기억하세.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의 악령을...

2021년 4월 16일에 못난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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