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많은 교육활동이 위축되었다. 이미 한해를 넘기고도 벌써 몇 달째 팬데믹 상황에서 수업도, 생활지도도, 동아리 활동, 체육대회, 학교축제...등등 참으로 많은 영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 가운데 원격수업이 예견치 못한 채 성큼 앞당겨진 수업환경에서 디지털 기반 4차 산업시대 교육의 두 얼굴을 본다.
 

ⓒ광주 북구청 제공
ⓒ광주 북구청 제공

디지털과 아날로그 수업의 뒤섞임 속에서 갈팡질팡, 뭔가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왜일까? 디지털시대에 맞닥뜨린 아날로그 방식의 엇박자랄까? 특히 자율활동 시간에 그런 인상이 깊다.

자율활동은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과 함께 중요한 창의적체험활동이다. 과거에는 HR(homeroom)시간이라고 불렸다가 학급회의, 학급 자치 시간이란 명칭을 거쳐 지금은 자율활동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사실 명목상으로는 학생들이 스스로 쓸 수 있도록 부여된 특별한 시간이다.

학교의 또 다른 주체로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생활을 계획하고 결정해 추진하도록 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 뜻을 살려 담임교사와 함께 자율탐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권장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자율’이라는 명칭이 그저 그럴싸한(?) 교육적 포장일 뿐이다.

어느 학교에서나 이 시간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명실공히 학교의 주체라고 내세워지지만 학교교육활동에서 학생들의 주체적 지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학급회의를 포함해서 자율활동 시간에 학생이 주체가 되어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확보되지 않는다. 자율이 들어설 틈이 없을만큼 상부기관의 강제적 주문에 제몫을 내주게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관련 교과 수업시간에 배치하고도 시시때때로 또 권장의 옷을 입혀 의무적으로 관련교육들을 부과한다. 그로 인해 창체시간을 제 몫을 담아 운영할 수 없다. 결국 각종 계기교육을 비롯해 교통안전교육, 생활안전교육, 재난안전교육, 정보통신교육, 양성평등교육, 생명존중교육, 다문화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자살예방교육 등등 수도 없이 쏟아지는 별도의 교육은 자율시간을 번외로 취급하게 만든다.

ⓒ광주시이회 제공
ⓒ광주시이회 제공

자율은 학생들이 자치활동을 쌓아가 학교의 한 중심축으로 거듭나라는 뜻이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안건을 내고 처리할 수 있도록 논의과정을 만들어가면서 민주주의의 주인정신을 익히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라는 의미에서 ‘자율’인 것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학생의 결정권이 유명무실한 가운데 자치를 위한 자율은 자리잡기 어렵다. 겨우 학생자치회실 공간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멈출 뿐 결정권과 참여권을 행사할 환경은 요원하다. 교육이라는 활동 구조가 여전히 교사중심의 일방적인 구조로 유지되는 한 권리가 평등하게 보호될 수 없다.

어떤 학교는 화장실에 배치한 화장지로 장난을 치니 아예 없애버린 곳도 있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율의 힘이 자신들의 권리를 더 많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식으로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교실마다 타반 출입금지 경고를 붙여놓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기도 한다. 학생이 주체가 아니라 대상화된 현실이다.

이렇게 교실은 자율이 숨쉬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 학생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학급회의이지만 반장의 역할은 교사들만큼 권한을 행사하기 어렵다. 가끔 리더십을 발휘하는 반장도 있지만 대부분 진학용 점수 반장 이상을 수행하지 못한다. 왜 자율은 불신받고 있을까?
 
그래서 달레마다. 권리를 교사들과 형평성 있게 나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행사할 수 없다면 그만큼 강제가 반대급부로 끼어든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반장과 대의원이 유명무실해진다. 담임과 학교 분위기에 따라 권리를 누리는 일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담임이 자치와 자율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현실을 채우기에는 중과부적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책임의식과 권리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인식이 안 된 상태, 권한이 행사될 수 있도록 내부 장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교사들의 무관심한 인식, 게으른 상급기관의 방치에서 자율적인 학교문화는 허세적 현실일 수밖에 없다.

ⓒ광주 동구청 제공
ⓒ광주 동구청 제공

 

왜냐하면 자율을 가로막는 구성원들의 저급한 인식, 권력 구조의 불평등한 환경, 삐뚤어진 탁상 행정이 서로 자기 길만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더해 코로나19로 교사들은 통제 아닌 통제를 앞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은 결정타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면서 초기 수칙은 교실에서 떠들지 못하게 하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허락받게 통제했다.

코로나19 시대는 그나마 살아나려던 자율조차 씨를 말린 셈이다.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통제된 감시를 위한 강제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위력 앞에 모든 업무가 최소치로 축소되면서 자율은 빛 좋은 개살구 신세가 되었다. 자율의 삼중모순을 넘어 교착상태를 보여주는 현주소여서 더욱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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