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칼럼] 전투에는 졌어도 전쟁에는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최영태 칼럼] 전투에는 졌어도 전쟁에는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 승인 2021.04.13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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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1일 페이스북에 “진짜 조국, 가짜 조국!”이라는 글을 올렸다. 좋지 않은 느낌을 조심스럽게 표현한 글이었다.

2020년 6월 30일 페이스북에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면 어떻게 되지요?-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의 싸움을 보면서”라는 글을 올렸다.

ⓒ박영선 전 의원 SNS 갈무리
ⓒ박영선 전 의원 SNS 갈무리

조국 파동 이후 중도층이 집권 여당을 떠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권력을 잡고 있는 집권 여당이 윤석열 총장을 자리에서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11월 26일 페이스북에 다시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면 어떻게 되지요?” 2편을 올렸다. 집권 여당이 윤석열 총장과의 싸움에 올인하고 있을 때였다.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할 주제는 저출산 문제, 기후위기, 부동산값 폭등, 지방소멸, 교육개혁 등 따로 있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자신들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몰아내는 데, 그리고 결과적으로 윤석열 총장을 야권의 대권후보로 만드는 일에 올인하고 있었다. 법무부 장관 수준의 사법개혁은 정권을 잃으면 모두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버리는데 말이다.

'마이동풍'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침묵을 지킬 수가 없어 이렇게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하다못해 ‘벽 앞에서라도 해야할 말은 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처럼.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본은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은 게르만족이 침입하기 전부터 서서히 멸망해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적 요인이 아닌 내적 요인에 의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도층이 집권 여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출발점은 조국 파동이었다. 사법개혁도 중요하지만 일의 경중과 순서를 모르는 것 같았다.

2020년 총선 때 자신들이 선거법 개정을 주도해놓고 야당을 본따 어용 정당을 만들 때는 그 모습이 너무 추하게 느껴졌다.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해가는 모습에서 이게 나라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자세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2021년 4월 7일 실시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사실 박영선 후보나 김영춘 후보는 오세훈 후보나 박형준 후보보다 능력과 도덕성에서 훨씬 나은 인물이었다.

그들이 패배한 것은 그들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집권 여당 전체가 너무 무능하고 오만한 데 대한 심판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와 매우 유사한 사례가 2006년에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강금실 후보의 득표율(27.3%)이 야당인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61.0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때 강효리(이효리를 빗댄 표현)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았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그렇게 참패를 당한 것이다.

2006년과 2021년의 사례는 선거에서 아무리 좋은 후보를 내세워도 정권 혹은 정당에 대한 평가가 나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었다.

컴퓨터에서 정권 혹은 정당이 하드웨어에 해당한다면 후보는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며, 성능이 나쁜 하드웨어 아래서는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이치와 똑같았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이 꼭 명심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다. 화가 난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진보정당 혹은 민주개혁정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집권 여당이 저렇게 무능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우리의 딱한 신세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나 서민 교수 등은 진보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려버린 것 같은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그럴 수도 없다.

아무리 화가 나도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져 온 수구 보수세력에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야당은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약하다. 남북화해와 평화 대신 대결과 대북봉쇄론에 익숙해 있다. 호남에 대한 적대감도 여전하다.

ⓒ광주인
ⓒ광주인

평생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정치력도 뛰어난 김영삼 대통령마저 바꾸지 못한 정당 아닌가.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실망하고 화를 내면서도 진보진영에 계속 머무르면서 집권세력의 개혁과 환골탈태를 촉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못 남았다.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대적 세력교체를 수반하는 정치행사이다.

집권 여당은 이번에 전쟁에 비견될 만큼 큰 전투에 졌다. 2007년처럼 내년 대통령 선거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상태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정말 무서운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전투에 졌지만, 전쟁에 이기기 위한 특별한 각오와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집권 여당이 복원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당 안팎의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당내에 토론이 활성화되었다면 조국 파동이나 추미애 대 윤석열 싸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둘째,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비전도, 전략도, 정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오로지 강경 발언만 내세우며 당을 토론이 부재한 당으로 만드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그래야 국민 특히 중도층이 다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세째, 제발 코드 인사 좀 그만하라.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초 IMF 위기 극복 사령관인 재경부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자민련 출신 이규성 씨와 이헌재 씨를 내세우고도 IMF를 조기에 극복했다.

보수적 인사인 강인덕 씨를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내세우고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었다. 대통령의 생각과 능력이 중요하다.

인적 쇄신과 실용주의적 인사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이다.

네째,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문제 등은 시간 관계상 성과를 내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사생결단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야 할 주제는 부동산 문제인 것 같다.

일정 계층의 지지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설령 그 행위로 인해 지지가 더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라.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다섯째,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도 좀 더 성의를 보여라. 노무현 정부의 절반만 흉내 내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 등 애초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라.

한 여론조사에 의할 것 같으면 부산 시민 54%마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답변을 했다. 그런 것 하지 말고, 꼭 해야 한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하라. 진짜로 지방을 살릴 정책을 시행하라.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는 오세훈 후보의 절반에도 못 비치는 득표율(61.05% : 27.3%)을 보였지만 박영선 후보는 18%의 차이로 졌다(57.50% : 39.18%).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중도층이 진보적 정치세력에 등을 돌린 것도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실망해서였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새롭게 출발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큰 전투에 졌지만, 전쟁에 이길 방도를 꼭 찾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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