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연대시] 전숙 시인- '주먹밥이 세손가락경례*에게'
[미얀마 연대시] 전숙 시인- '주먹밥이 세손가락경례*에게'
  • 광주in
  • 승인 2021.04.1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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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작가회의 미얀마민주화투쟁 연대 연재詩 (20)]

주먹밥이 세손가락경례*에게

전숙
 

총탄에 드러누운 세손가락경례의 벼랑 위로 슬픔처럼 무너지는 누이야, 자욱한 비탄 속으로 풀꽃보다 작은 네 얼굴이 떠오르고 가늘어지는 숨결에 아직 뜨거운 자유의 핏대가 솟구친다. 광기처럼 휘몰아치던 바람이 너의 바람벽에 무릎을 꿇는구나. 무기가 목숨뿐인 너희가 피의 강을 건너서 기어이 도달할 평화의 꽃밭. 주먹밥이 눈물을 뭉친 오월의 밥이듯이 세손가락경례는 눈물을 연결하는 민주의 끈이다.

샛별 같은 아이야
피 같은 장미야
뿌연 달빛 속 겹겹의 저항처럼 첩첩의 응원처럼
흘릴게 피뿐인 장미야
서로 다르면서 서로 같은 꽃들이
어깨를 겯고 깃발처럼 나부길 때
“죽을 때까지 쏴라”
산천에 깔린 지독한 살기에도
내가 먼저 과녁이 되어 너를 지키겠다는
내가 먼저 새벽이 되어 너를 밝히겠다는
눈물 젖은 거리는 구름처럼 뭉클한데
상처뿐인 세손가락 경례는
어쩌면 샛별
어쩌면 장미
저 살기에 흐느끼듯 꽃잎 이울고
어린 연두 처연하게 쓰러져도
진흙탕을 뚜벅뚜벅 걷는 순한 물소 같은
돌아보면 거기 서있는 세손가락 경례의 바람벽
아이는 샛별처럼 빛나고
장미는 핏속에서 피어나리

샛별 같은 아이야
피 같은 장미야.

세손가락경례의 가슴에서 자라나는 자유는 벼랑 끝의 장미, 아스라한 너의 희생이 벼랑으로 스러질 때 민주의 꽃망울이 함성처럼 돋아나리.
 

*세손가락 경례: 아시아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의미.

ⓒMPA
ⓒMPA. 5ㆍ18기념재단

 

** 전숙 시인은 2007년 <시와 사람> 신인상 수상. 시집 <나이든 호미>외 3권 출간. 제9회 고운 최치원 문학상, 전국 계간지 우수작품상, 한국PEN 문학상(31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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