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댐로쉬(Walter Damrosch, 1862~1950. 독일태생, 뉴욕필하모닉 지휘자)가 1930년대 아주 재미있는 연구를 한다.

그의 관찰은 NBC(National Broadcasting Corpo.ration)의 요구에 따라 칠백만 명 이상의 청중을 대상으로 ‘훌륭한 음악을 작곡했던 두 명의 작곡가 즉, 가난한 슈베르트와 부유한 멘델스존’을 대상으로 천재 음악가에게 있어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의 삶의 조건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관찰에 의한 연구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진실한 그 어떤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다. 댐로쉬에게 설문지를 받아 답을 한다고 하면 여러분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하겠는가? 1930년대로 돌아가서 대답하는 것과 약 90년이 지난 현대 시대의 사회를 경험하면서 겪고 있는 대답이 다를까? 필자도 궁금해진다.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슈베르트의 음악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가슴을 심하게 울리는 서정시에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 극적인 우아함과 화려함을 선보인 600여곡이 넘는 수많은 가곡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극한의 경지를 보인다.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슈베르트는 찢어지게 가난했다. 운이 별로 없었다고 해야 할지, 명예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고 해야 할지.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그 수입으로 생활을 하지만 경제적인 궁핍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슈베르트는 31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슈베르트는 피아노를 장만할 돈도 없어서 거의 모든 작품을 기타에 의존하여 탄생시킨 작곡가이다. 악기를 전혀 연주해 보지 않고 오직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악상을 그려낸 슈베르트는 진정 천재다.

반면, 멘델스존은 태어난 순간부터 금수저이다. 할아버지가 유명한 철학자이고 아버지가 은행가로 남부러울 것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세계 여행은 어디든지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었고, 집안에는 자신의 전속 오케스트라가 있어서 마음껏 언제든 작곡을 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멘델스존의 작품은 ‘유복한 환경’에서 나오는 인상과 감동의 여운을 받는다. 안타깝지만 멘델스존도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의 삶의 조건이 그들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가?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일반인과 클래식을 전공한 전문가에게 ‘클래식 음악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슈베르트는 대부분 5위안에 반드시 들어간다.

하지만, 멘델스존은 해마다 약간의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10위 안에도 들어가지 않을 때가 많다. 대부분 10위~20위 안에는 들어가는 작곡가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도 간단하고 평범하게 댐로쉬의 관찰 연구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해보자.

1. 부유하기 때문에 음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훌륭한 작품을 많이 탄생시켰다. 멘델스존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실제로 그의 생활이 너무나도 풍족하여 그의 작품에서는 어두움이나 슬픔, 아픔, 그리고 인간의 고뇌와 깊은 생각이 엿보이지 않아 사람들의 심금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한마디의 평을 받기도 하지만, 멘델스존은 자신의 부유한 환경으로 인해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수많은 작품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2. 가난하고 불행했기에 자신의 삶을 탈피하고 성공하고자 오로지 음악에 몰두했다. 슈베르트를 굳이 이 경우로 끼워 넣고 싶지는 않다.

반드시 명예와 성공을 얻고자 전문 음악가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다른 일은 일체 하지 않고 오로지 작곡만으로 생계를 유지한 음악밖에 모르는 열정적인 바보였다.

슈베르트는 삶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처절할 정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알기에 사람들의 심금을 저미는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두 가지의 답에서 엿보는 결론은, 부자든 가난하든 천재 음악가에게 있어서 삶의 조건이 그들의 작품에 진실한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삶의 조건이 더 좋지 않았기에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탄생시킨 슈베르트가 멘델스존보다 ‘유명한 클래식 음악가’로 현재까지 자리 잡고 있기에 더 멋진 천재 음악가로 느껴지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다음호에서 또 다른 답을 제시한다.


* <음악사회학 원전 강독> 한독음악학회. 음악학연구소 총서 313. 심설당. 2006. p. 409.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7호(2021년 4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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