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 미얀마민주화투쟁 연대 연재詩 (11)]

카인의 봄
-마스크/ 얼굴/ 패션 
  
 조남록

 

미얀마……는 그토록 먼 나라이던가
광주의 거리는 봄꽃들이 벙글어지는데
추회만 남은 청춘을 살아버렸다고
뿌려 없는 오욕을 살아버렸다고
앙상한 가로수들을 바라보는데

카인……은 그토록 먼 사람이던가
죽음을 알리는 뉴스를 들었다
너의 최후의 침상을 보고 말았다
마스크로 얼굴을 덮은 채
무자비한 인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랑을 잉태한 적 없는 나의 스무 살은
총을 돌멩이를 화염병을 치켜든 적 없지만
금남로…… 플라타너스에는 초록이 번져가는데
꽃들이 피어난다는 봄을 얻으러 가는데
카인…… 너는 촛불로써 거기 사는가

다시 살아라 너의 조국도 대한민국도
총탄도 분노도 눈물도 봄날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계절이니, 미얀마……로
가는 길은 모르지만 썩어 빠진 양심일지라도
오늘만은 흙 한 줌을 저 쟁명한 하늘에 흩뿌리니

카인…… 너는 거기 다시 살아라
봄은 설움이며 뜨거운 포옹이니
어여쁜 네가 나를 꽃 피워내는
광주가 너의 꽃 피는 5월일 테니
너는 그토록 푸르른 계절일 테니,
 

* 카인 ; 미얀마 군부 쿠데타 항의 시위의 첫 희생자인 먀 뚜웨 뚜웨 카인. 20살 여성인 그는 2021년 2월 19일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하였는데, 그 죽음을 알리는 "내가 카인이다"라는 봉기의 메시지가 SNS에 이어지며 미얀마의 불복종 운동과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 조남록 시인은 1998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으로 <뿌리 깊은 몸>, <숲으로 돌아가는 마네킹>, <냉장고 속의 풀밭> 등이 있다.

전자우편: cc444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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