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5세를 맞이 한 큰이모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너무 오래 살고 있는 것 같다. 더 오래 살아서 자식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요새 100세 시대인데 그런 쓸데없는 말 하지 마셔!’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이렇게 버튼 하나만 누르면 편하게 가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 세상이여. 이렇게 좋은 세상 오래 살아야 한당게!’라고 했단다.

'국악무대' 기적의 아리랑-기쁨의 아리랑-국악방송 개국15주년 기념음악회. ⓒ국악방송. 광주아트가이드
'국악무대' 기적의 아리랑-기쁨의 아리랑-국악방송 개국15주년 기념음악회. ⓒ국악방송. 광주아트가이드

옛날 같으면 벌써 땅밥 먹고 있을 나이인데 내가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 것은 나라가 발전하고 의학이 발달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좋은 세상이 와서 맛있는 것 마음대로 먹으면서 편하게 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불과 80여 년 전만 해도 일제강점기 지배하에서 모든 것의 자유를 빼앗긴 채 기나긴 암흑과 고통의 시간 속에서 나라를 위해 촛불을 아낌없이 스스로 껐던 영혼들에 의해 지켜진 한국이 믿기지 않은 듯 연거푸 감탄과 감사의 말을 하면서 커피를 드셨다.

음악으로 항일의지를 표현했다

사람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기도 하며 감정을 승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공유하며 교감하기도 하기 때문에 느낌과 사고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 조약이 체결되면서 일본의 본격적인 무단통치가 시작되었다.

음악교육도 일본어 보급강화와 황국신민화정책(皇國臣民化政策)을 목적으로 하는 일본 창가교육이 주체가 되는 음악교육이 실시되었다.

모든 것의 자유를 빼앗긴 대한민들이 가슴과 손에 쥘 수 있던 것이 거의 없었던 시기에 작은 불씨로 의지의 표현을 터트린 것이 찬송가의 선율을 차용해서 항일하는 것이었다.

당시 애국가, 항일운동가, 독립가 등의 제목으로 불렸던 찬송가 선율은 개인적인 소통을 뛰어넘어 그 시대의 사회적 소통의 도구로 쓰이면서 거센 저항과 독립의 의지를 담은 강인함을 표현했다.

그 어떤 고통과 비극이 찾아와도 극복하고 승리를 거둔다는 대한민의 의지를 음악으로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대변했다.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의 노래 ‘기쁨의 아리랑’

모든 것의 자유를 빼앗긴 상황에도 작게나마 살아나는 불씨는 있다. 1940년대 조선의용군이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길에 불렀다고 전해지는 ‘기쁨의 아리랑’.

‘울고 넘던 피눈물의 아리랑 고개. 한번 가면 소식 없는 탄식의 고개. 업고 지고 쫓겨서 흘러가더니 기쁨 싣고 떼를 지어 뛰 넘어 오네’라는 가사는 당시 일제의 탄압과 고통 속에서 견디며 저항했던 한민족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리랑’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담긴 거대한 서사적 드라마를 담고 있다. 여러 종류의 아리랑은 동명의 제목을 가지고는 있지만 각기 다른 곡조의 모습으로 한민족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부르고 즐기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했던 아리랑은 어려울 때는 서로에게 위로를, 즐거울 때는 서로에게 행복을 공유했던 한민족의 울음과 웃음의 곡이다.

또 하나의 민족 대서사시를 담고 있는 ‘기쁨의 아리랑’은 누가 작사하고 작곡했는지에 대한 뚜렷한 증거와 자료는 없다.

하지만 굿거리장단으로 6/8박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한국 전통음악의 5음계를 기본주축으로 멜로디를 구성하고 음을 배열하고 있다는 점, ‘메기고 받는’ 민요의 가창 방식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해서 당시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은 전문가에 의해 작곡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리꾼의 목소리가 전하는 ‘기쁨의 아리랑’을 통해 한민족의 깊은 의지와 힘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그리고, 102주년 3.1절을 맞이하여 당시 끊임없이 저항하고 고통을 견뎌내며 광복의 기쁨을 염원했던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며 자유로운 나라에서 맛있는 것 마음대로 먹고 편하게 사는 후손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6호(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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