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초대 관장에 이지호 전 대전 이응노미술관장이 선정됐다.

초대 전남도립미술관장으로 임명된 이지호 씨는 서울 출신으로 이화여대 서양학과를 졸업, 프랑스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경력으로 대전시립미술관장을 비롯해 대전 이응노미술관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고 광주비엔날레 학술위원, 연세대 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광주아트가이드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광주아트가이드

특히 선발시험위원회와 인사위원회에서 그동안의 경력과 국제교류 전문성 등을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호 관장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곳으로 전남도립미술관”과 “전남미술문화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동체 허브 구축” 등, 재임 기간의 포부를 밝혔다.

* 먼저 전남도립미술관 초대관장 선임을 축하드린다. 할 일이 많겠다. 기본적 시스템 구축에 대해 말해달라?

시스템 구축은 미술관의 가장 핵심 부분이다. 미술관 운영에 있어서 큐레이터와 행정을 나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전문적인 시스템에 포함된다.

흔히 큐레이터를 미술관의 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요구되며, 큐레이터와 행정이 그렇다.

또, 미술관에서 행해지는 모든 전시의 시작과 끝을 정리, 보존, 기록하는 아키비스트 역시 전문성을 요구한다. 도립미술관의 개관준비에 앞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전문가 정착 시스템’일 것이다.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전남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초기에 형성시켜야 할 최대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 전남도립미술관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광주아트가이드
전남도립미술관 전경. ⓒ광주아트가이드

전남은 한국미술사와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을 품고 있다. 의재와 남농은 물론 서예에 소전 손재형과 회화에 김환기, 오지호, 천경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배출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진행되었던 기록과 도록 출간을 넘어, 이와 관련된 기록을 발굴·정리하고 연구해 출판하는 등 미술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해낼 예정이다.

종이 작품이 많은 남도의 특성에 맞춰 지류 작품의 보존 수복에 관한 국제 세미나도 계획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자료 수집과 작품 보존 등 미술사적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할 예정이며 거장들의 집합체 연구를 통해 세계적 재조명으로 끌어낼 계획이다.

우리 현대미술의 보고인 거장들의 미술사적 자원의 풍부함을 통해 ‘현대미술이 무엇인가 답을 줄 때’라고 여겨진다.

* 이응노미술관 관장까지 그동안 행보에 족적이 컸다고 들었다. 전시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재직 시에는 국제전시를 보강하는데 주력했다. 대전시립미술관장 재직 시에는 대전이 과학의 도시인 만큼 과학과 미술의 만남에 기획전시를 개최했다.

이른바 융복합전시였다. 2004년 말 그대로 관람객들이 줄 서는 전시가 되었다. 어려운 과학을 미술로 풀어내어 대전시민들의 높은 호응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장 재직 시에는 1958년에 프랑스로 간 이응노 선생의 작품 1300여 점을 기증받아 미술관에 소장하는 역할을 해냈다. 그중 140여 점으로 국제전시를 기획했고, 지방에서도 콘텐츠가 좋으면 관람객들은 온다는 희망을 갖게 한 소중한 전시였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도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적 의미와 고찰을 통해 현대성을 살린다면 대중적 사랑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전국의 시립미술관과 도립미술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의 계획에 대해 말한다면, 그리고 도립미술관 소장품 매입 방식에 대해 알려달라?

중요한 질문이다. 모든 사물이 그렇지만 혼자서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이룩할 수는 없다. 먼저, 단적으로 답을 한다면 하나의 전시를 공동개최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좋은 콘텐츠는 공유해야 하고, 관람객들이 누려야 한다. 인력과 예산을 들여서라도, 혹은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공동기획과 개최는 필요조건이라고 여긴다. 참고로 기회가 되면 광주시립미술관과 공동기획을 할 수 있다.

작품매입은 2019~2020년에 걸쳐 지역미술사를 엮어낼 주요작가의 대표작 160여 점을 매입했다. 두 가지 방식이었는데, 공모와 미술관 학예사들의 제안과 추천이었다.

물론 작품수집위원회를 거쳐 작품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작품이었다. 2021년 3월 도립미술관 개관 후 5월에 작품매입 공모가 다시 있을 예정이다.

* 취임 후 임기까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남도립미술관 야경. ⓒ광주아트가이드
전남도립미술관 야경. ⓒ광주아트가이드

임기는 2년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반해 첫 질문에서 답했던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아키비스트를 양성해서 전문적인 아카이빙 연구소를 미술관 안에 존치하는 일이다.

미술관 개관부터 전시기획, 출판, 작가와의 대담 등 대부분의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문서화해서 아카이브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자료실 겸 도서관을 2층에 마련했다.

전남 대표거장의 기본적인 자료부터 새롭게 발굴된 자료까지 소장하게 될 것이다. 작가에게 얽힌 이야기 채록도 채집할 예정이며, 생애 모든 흔적, 다시 말하면 작가의 먼지 한 톨까지 아카이빙해서 전남의 작가들을 국제화할 것이며 세계화 시키는 작업의 단초로 쓰이게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와의 동행이다. 새내기들의 네트워크를 돕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의 발판이 되어주는 미술관 역할을 하고 싶다.

전시기회와 공간기획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며, 방식을 달리한 실험적 전시를 적극 수용할 방침이다. 우리는 현재의 모든 것을 다음 세대인 그들에게 주기 위한 ‘순간’에 있을 뿐임을 잊지 않겠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6호(2021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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