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 수업과 제한 등교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교육격차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들 간의 교육 환경 격차 속에서 학력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대인관계 활동이 제한됨으로써 정서, 사회성 발달의 결핍 이 커지고 있다.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교사를 비롯한 교육 전문가들 또한 원격수업이 등교수업을 대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원격수업이 등교수업의 대체재가 될 수 없음을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가 23일 오전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학급당 학생수 20명(유치원 14명) 상한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교조광주지부 제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가 23일 오전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학급당 학생수 20명(유치원 14명) 상한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교조광주지부 제공

이러한 상황에서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의 본령을 지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안전한 등교수업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병에 대처하면서도 등교 대면 수업이 가능한 방법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것밖에 없다고 한다.

현직 교사들이 교실을 직접 측정한 결과 방역당국에서 강조하는 개인 간 거리 두기 2m를 유지하는 학급당 학생 수는 16명 이하임을 확인하였다.

독일은 학교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반으로 줄인 후 학생들이 등교하게 하였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교육부가 신규 교사 고용과 학급 규모 축소를 위해 1억 달러(한화 약 898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언급하였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학급 규모를 축소 운영함으로써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 수를 감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OECD도 가장 효과적인 학내 거리 두기 조치로 학급 당 학생 수 제한을 꼽았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초등학교 교실에 입실할 수 있는 학생 수를 최대 15명까지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코로나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 학력 부진 학생 및 발달 수준에 맞는 개별 지도가 가능해지고 다양한 수업방식 도입으로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더불어 학령 인구의 자연 감소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제반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전교조가 진행한 2020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유치원 14명 이하) 감축 범국민 서명에 10만 7,420명이 참여할 정도로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요구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9월 이탄희 의원을 대표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021년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등 학급 당 학생 수 20명 이하 축소 법제화를 위한 의원 입법 발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교원 정원을 감축하며 과밀학급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전교조 광주지부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배움과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위해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국회 교육위는 지금 당장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법제화를 의결하여 본 회의에 상정하라!

하나, 제 정당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법제화를 당론으로 채택하라!

하나, 제 정당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법제화 국회 통과를 위해 앞장 서라!

2021년 3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기자회견 발언 [전문]

안녕하십니까?

지한유치원 교사 김지혜입니다.

2000년대 이전에는 공립유치원의 일과는 낮 12시까지였습니다. 외국에서 말하는 데이케어센터의 개념이었죠.

학자들의 연구결과, 만3~5세의 어린 유아들이 유치원에 머물기에는, 3~4시간이 적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김지혜 전교조광주지부 유치원위원장이 23일 기자회견에서 유치원 학급당 14명 상한제 법제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광주지부
김지혜 전교조광주지부 유치원위원장이 23일 기자회견에서 유치원 학급당 14명 상한제 법제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광주지부

그러다 최근에 맞벌이 가정의 요구 및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론이 우세함에 따라 전체 유아를 대상으로 한 8시간 방과후 과정이 자리잡게 됐습니다.

아침돌봄과 저녁돌봄까지 하는 유아들의 경우에는 10시간 이상 유치원에 머무르는 유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어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유치원 환경이, 과연 우리 아이들의 정서적인 측면까지 고려하여 충분히 안전한가를요. 게다가 30년이 지나도록, 교실 크기도 그대로, 아이들 숫자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만3세 18명, 만4세 22명, 만5세 25명...

여러분들은 갑자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18명 또는 25명과 함께 밥도 먹고, 놀이를 하라고 하면 어떨 것 같으신지요? 두렵고, 긴장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요?

3월이면, 저희 유치원 현관에서는 만3세 유아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들어가기 싫다는 아이를 놓고 돌아서는 부모님의 마음도 찢어지고, 교사들도 우는 아이에게만 오롯이 관심을 줄 수 없어, 마음이 찢어집니다.

우는 아이 외에도 소변 실수한 유아, 가방 정리를 못한 유아, 교실을 뛰쳐나가는 유아, 우유를 쏟는 유아 등 교사가 돌봐야 하는 유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유치원은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사회이자 또 하나의 가정입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8시간 이상이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을 돌보고 기르는 또 다른 부모죠.

부모가 어찌 아이들에게 무관심하고 사랑을 주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교사 부모 1인이 18명 또는 25명의 자녀들을 다 돌봐주기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부모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데, 현실은 유치원 교사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이라는 가정에서, 교사라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을 적정선으로 맞춰야 합니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라는 펜데믹 앞에서 우리는, 유치원을, 학교를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작은 학교가 안전하며 학급당 인원수는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음을요. 또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유치원은 너무 소중한 곳이라는 걸요,

교사 대 유아 비율 조정은 긴박한 문제라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202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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