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왜 정치인을 돕느냐
[이기명 칼럼] 왜 정치인을 돕느냐
  • 이기명 <팩트TV>논설위원장
  • 승인 2021.03.1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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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해도 정치인은 소중하다.

이길 줄 알았던 운동경기에서 참패하고 찔찔 짜던 우리에게 까만 선배가 한마디 했다.

“경기하는 거 다 봤다. 최선을 다했느냐.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면 울지도 마라. 울 자격도 없다.”

7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생각나는 경구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정부와 여·야, 국민 모두에게 하는 소리다. 자신 있는 사람은 손 들어 보라.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간 노무현을 따라 내려갔다. 지역구 언덕배기에 방 하나를 얻어 밥을 해 먹으며 선거운동을 했다.

남편을 보러 부산에 왔던 아내는 내 참혹한 꼴을 보고 울었다. ‘무슨 호강을 하려고 이 고생을 하느냐.’ 할 말이 없었다. 호강은 무슨 호강, 내 소신일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소신일 뿐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낙선 발표 후 눈물을 뒤로 한 채 차를 몰고 정처 없이 떠났다. 전국 일주를 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졌다. 다만, 부산 민심이 야속했다. 어쩌면 노무현 같은 사람을 떨어뜨린단 말인가. 지역감정이라는 게 이런 것인가. 지금까지도 좋은 정치인을 낙선시키는 국민들에 대한 원망은 변함이 없다.

지금 세상은 온통 선거 얘기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판이 요동을 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의 진짜 걱정은 나라의 장래다.

‘걱정 마라. 조금 있으면 넌 죽을 테니까 험한 꼴은 안 본다.’

입이 험한 친구의 말이다. 나쁜 놈. 내가 죽은 다음에 우리 새끼들은 이 나라에서 안 사느냐. 내 새끼 남의 새끼 가리지 말고 다 들 잘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생목숨 끊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뒤에 남은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정신 차리고 있는가

윤석열의 지지율이 급등했다. 남의 일 안됐다면 안 되지만 걱정이다. 윤석열의 처신이 한국 정치판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렇게 올라가는 지지율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빈 잔에 맥주를 급히 따르면 거품으로 흘러넘친다. 잠시 후 거품이 꺼지면 잔에 반도 채우지 못한다. 고건·반기문·박찬종을 예를 들것도 없이 인간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죽 끓듯 한다.

윤석열이 인물은 인물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그에 대한 평가는 혼란스럽다. 개혁의 적임자라고도 하고 개혁의 장애물이라고도 한다. 행위의 선악은 결과가 결정한다고 했으니 두고 보면 된다. 다만, 두고 볼 만큼 한국의 정치 상황이 한가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서 엄청난 권한을 소유하고 있었다. 자기 믿는 대로 밀어붙였다. 그것이 지지의 비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힘으로 왜 검찰개혁을 하지 않았는가.

지금 검찰과 언론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쌍벽이다. 윤석열의 불도저 성격이 개혁에 적임이라고 믿은 국민도 많을 것이다. 어떤가. 만족인가 실망인가.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란 말이 있다.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몸에 때부터 씻으라는 말이다. 윤석열 몸에 때가 많은가. 무슨 말인지 국민들이 너무 잘 알 것이다.

정상적인 정치판이라면 윤석열의 지지는 정상이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지지율 1위라니. 문득 국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이 바로 이 같은 현상을 불러왔으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이 져야 할 책임은 막중하다. 물론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의 잘못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나만 물어보자. 야당이 여당이나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찬성한 것이 몇 개나 되는가. 입이 광주리만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부심도 좋지만

6·25를 겪어 본 사람으로 오늘의 발전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가장 죽을 쑤고 있는 것이 정치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국민들의 분노도 목에까지 차 있다.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방역에 땀 흘리는 의료인들을 보라. 국회에서 쌈질할 생각이 어디서 나는가.

흔히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말을 한다. 지금 국민의 분노가 그렇다고 생각지 않는가. 아는 의원 한 분은 밖에서 절대 배지를 안 단다. 이유는 알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배지인데 안 달고 다니는가. 그 마음 안다. 그래도 국회의원은 소중하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들이 어떻게 법을 만드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우된다. 정신들 차려라.

당대표 벗어난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를 물러난 날 이낙연 의원은 오랜만에 잠 좀 잤을 것이다. 나는 이낙연 의원의 초년 기자 시절부터 알고 있다. 특히 그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했기 때문에 더욱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성실과 신뢰, 정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오래 했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멘토단의 고문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늘 내게 말씀하시길 ‘선생님은 사람을 잘 보신다’고 했다.

지금 나는 이낙연 의원 캠프의 상임고문이다. 나는 그들을 믿고 내 힘을 모두 쏟는다. 이낙연 의원에 대한 믿음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가 꿈을 이루는 것을 보고 죽고 싶은 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는 192일간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422건의 법안을 비롯한 480건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최선을 다 했다. 하늘을 나는 재주야 불가능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피하지 않았고 나 역시 보지도 못했다.

그의 신뢰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남과 대할 때 정겹게 대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나치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가 남을 대하는 뜨거운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가슴속 눈물을 안다.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내 인생의 마지막 정성을 그에게 쏟을 것이다. 정치인은 소중하다. 이낙연은 더욱 소중하다.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지 못했으면 울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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