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자회견문 [전문]
 

우리의 꿈은 소박합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농성을 한다고 합니다. 공장안에서 농성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되기도하고 남편의 뜻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남편은 호원에서 일을 합니다.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공장이라 헙니다. 자동차의 몸통을 만드는 회사라 쇠를 만지겠지요. 가끔 작업복을 빨다보면 물이 새까매지고 쇠가루가 바닥에 가득합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고생한 흔적이 대야에 가득합니다. 일을 많이해서 늘 피곤해 하지만 변변한 영양제하나 못 챙겨주었습니다. 어쩌다 잠을 깨우면 짜증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름에는 검고붉은 두드러기가 납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일하다 보면 다 그런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깨가 아프고 허리에 통증이 있다해도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나도 일끝나면 피곤한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다치고와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습니다. 아프면 각자 해결하는 부부입니다.

남편이 회사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 어떻게 일을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남편이 바빠졌습니다. 근무시간과 상관없는 시간에 출근하고 일요일에도 회사를 나간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유를 꼬치꼬치 물으니 노동조합 이 생겼다는 겁니다.

회사이야기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회사는 어찌고저찌고 노동환경이 어찌고 저찌고

어용노조가 생겨서 어찌고저찌고 말이 많아졌습니다. 노조하면 고생한다더라 적당히 중간만해라. 당신이 무슨 간부를 하냐 식구들이나 잘 책임져라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투쟁이 길어지자 농성장에 가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가족과 만나고 다른 직원들 이야기를 들으니 호원의 현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상상 그이상이었습니다. 밥도해서 나르고 간식도 준비해갔습니다. 어느새 함께 투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짐을 챙겼긴 것을 보았는데 공장안에서 농성을 할지는 몰랐습니다. 절박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1년동안 싸우는 것을 보면서 회사가 참 독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요구하는 것이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왜 회사는 들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꿈은 소박합니다.

남편과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습니다. 회사에서도 어깨펴고 무시당하지 않고 살길 바랍니다. 이왕이면 임금 많이 받았으면 좋겠지만 회사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해결하겠지요.

꿈이 늘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어야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노조 탄압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편과 동료들이 저항을 할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농성장을 진압한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고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여러 사람이 해답을 찾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거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실제로 결정을 할 수 있는 양진석 회장이 나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2021년 3월 17일

호원 노동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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