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 미얀마민주화투쟁 연대 연재詩 (2)]
만 리 밖의 함성은 무등에 걸려
김희수
2021년 2월 말경 41년 전 계엄군의 총탄이 내 친구를 앗아갔던 그날처럼 경악하였다 포연과 화염이 자욱하여 지옥 같은 거리, 젊은이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귀를 찢는 듯, 군인들의 무차별 공격을 피해 기습에 몰린 짐승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모습, 아스팔트에 쓰러져 질질 끌려간 학생은 그 후 어찌 되었을까 거리 한 복판에 꿇어 앉아 군인들을 향해 제발 발포를 멈추라고 애원하는 수녀의 회색 등이 슬퍼 보였다 앉아쏴 자세를 한 저격수의 총구가 나를 겨냥하는 것 같아 으스스 몸을 떨었다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렸다 그 밤에 창 열고 무등을 보았다 만 리 밖의 함성이 무등에 걸려 만장처럼 하얗게 펄럭이던 것을, 1980년 광주 속가슴 깊이 응어리져 학질처럼 시름시름 오래 앓던 봄날을 또다시 보았다
세상에! 21세기 대명천지에!
국민을 지켜야 할 군경이 총부리 거꾸로 돌려 국민을 학살하다니!
미얀마여 미얀마여 슬픈 미얀마여
‘혹여 싸우다 죽으면 제 장기를 기증합니다’|
오늘은 또 누가 유서를 감추고 거리에 나서는가
동아시아 북쪽 반도 땅 광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
그대들의 아우성을 다시 듣나니
억울한 주검과 피투성이들을 보나니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분투하라 건투하라 외마디 비명을 보태나니
얼마나 끔찍한 기억이면 오금부터 저리는가
얼마나 징그러운 봄날이면 뼛속 징징 아리는가
꽃들은 일제히 떨며 움츠렸지
진압봉에 으깨어진 두개골에 선혈이 흘렀고
최루의 흐린 시야 속에서 민주를 그렸지
대검에 찔린 자유를 울며 껴안고
겁탈 구금 고문 능욕의 아수라 속에서도
참세상의 씨알들을 목숨으로 심었지
야만은 또 다른 야만을 부르고
총칼은 총칼로 반드시 망한다는 진리를 새겼지
아아, 미얀마여 양곤이여
그대들의 투쟁은 백번 정당하고 정당하여
그날의 어머니들이 일어서고 빛고을 꽃넋들도 음우하고
그날의 뜨거운 피 그날의 눈물을 보내나니
세계인의 부릅뜬 눈빛들과 천지신명이
기필코 그대들을 굽어 살피실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들은 마침내 이길 것이다
미얀마 만세! 아웅산 만세!
2021.3.11 광주에서
김희수 시인은 1949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고, 전남대 국문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4년 창작과 비평사 17인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뱀딸기의 노래’ 외 4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뱀딸기의 노래>, 광주항쟁서사시집 <오늘은 꽃잎으로 누울지라도>, <지는 꽃이 피는 꽃들에게>, <사랑의 화학반응>, <저 들녘에 내가 있다> 등을 펴냈다. 광주 전남 작가회장을 역임하였다.
2005-2006 광주전남 작가회장, 곡성 조태일 문학상 최종 심사위원, 담양 송순 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국어교사로 대성학원 일등학원 등에서 수능 문학을 강의했다. 대표으로 '죽세공 이야기'(창비17인 시집)1984 창작과 비평사, '호박'(창비17인 시집)1984 창작과 비평사, '신농부가'(창비17인 시집)1984 창작과 비평사, '저 들녘에 내가 있다'(문학들시선)2009 문학들 출판사 등이 있다.
주소: 담양군 담양읍 강쟁길 80-10
전자우편: @49khs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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