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부터 5월 9일까지..확장된 지성의 다층적 모색과 예술 실천
이분법 구조와 관습 해체 시도…공동 생존과 삶의 양상 탐구
전시, 라이브 오르간, 출판 등 온·오프라인 유기적 순환
공공프로그램 성료…팬데믹 시대 온라인 상 연대와 연결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 여 가량 앞두고 전시 설치 준비가 한창이다.

2월부터 광주에 체류 중인 제13회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광주비엔날레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서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지에서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포럼과 행진 등의 프로젝트를 막바지로 소화하면서 팬데믹 시대 관람객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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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은 전시와 ‘라이브 오르간’,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 출판물 등으로 구성되면서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은 그동안 서구 사회와 근대를 지탱해온 합리성과 이성의 이분법에서 나아가 비서구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 전 지구적인 생활 체계와 공동의 생존을 위한 예술적 실천에 방향성을 두며, 인지자본주의, 폭력적 알고리즘, 행성 제국주의가 드리운 미래와 겨루는 지능의 무한한 형태와 삶의 양상, 공동 생존의 다양한 방식 등을 다루며 우주론 전반을 다학제적으로 파고들었다.  

● 4월 1일 공식 개막 이후 1전시실 무료 개방…사회적 역할 시도
 

이번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는 69작가(명/팀)가 참여하며, 40점 커미션 신작이 선보여진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오른쪽)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왼쪽)가 24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에서 전시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오른쪽)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왼쪽)가 24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에서 전시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메인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5개 전시실은 각기 다른 분위기로 연출된다. 또한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1전시실에는 매표소와 관람객 편의시설 이외에 8명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태동한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취지에 맞춰 1전시실은 집단 지성의 장이자 사회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철저한 방역 아래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1전시실에는 존 제라드(John Gerrard), 아나 마리아 밀란(Ana María Millán)의 영상 작품과 오우티 피에스키(Outi Pieski)의 직조 설치 작품을 비롯해서 민중미술의 선구자 민정기, 사진가 이갑철, 다학제적 작업을 하는 미술가 문경원 등 한국적 맥락에서 미완의 역사와 억압된 연대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묵직하게 채운다.

이와 함께 샤머니즘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부적, 제의적 회화 등이 함께 선보여지면서 한국의 샤머니즘, 즉 무속의 의식 체계를 탐구한다.

이외에 한창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인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테오 에쉐투(Theo Eshetu),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신작 커미션이 전시돼 죽음과 사후세계, 영적인 물건이 주는 보상, 육체의 한계성 등의 개념을 다룬다.

크리산네 스타타코스(Chrysanne Stathatos)의 만다라꽃이 발산하는 덧없는 찰나의 아우라에서부터 알리 체리(Ali Cherri)의 네크로폴리스가 지닌 적막함까지 예술 작품과 유물을 통해 선조와 이어지는 연쇄적 인간관계, 사후세계에 대한 비전, 비서양 문화권의 질병과 치유에 대한 도식화, 그리고 ‘온전히 죽지 못한 자들(the undead)’이 실존 세계에서 가지는 근원적인 역할 등을 살펴본다.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Judy Radul)이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시각 인지의 개념과 기술적·생물학적 의미의 ‘이미지’ 개념에 도전하며 조피아 리데트(Zofia Rydet)의 1975~79년 작품인 포토몽타주는 공산 정권 시절 폴란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의 시네마토그래피 역사와 조응한다.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Korakrit Arunanondchai)와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의 비엔날레 신작, 파트리샤 도밍게스(Patricia Dominguez), 사헤지 라할(Sahej Rahal), 김상돈의 근작이 함께 전시된다.

라이브 오르간(Live 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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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오르간’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들을 탐색하며 퍼블릭 프로그램과 온라인 커미션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개시된 다학제적 담론의 장인 공공프로그램 GB토크 | 수면으로 떠오르기: 연대의 미래를 실천하기가 5개월 대장정을 마쳤으며, 최근에는  ‘행진 : 저 문들을 지나’,  ‘증강된 마음, 계산할 수 없는 것’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외에 아나 프라바츠키(Ana Prvački), 키라 노바(Kira Nova), 나사4나사(nasa4nasa)의 온라인 커미션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웹사이트(www.13thgwangjubiennale.org)와 SNS 채널에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 ‘행진 : 저 문들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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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회복과 저항의 경계들을 시험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행진 : 저 문들을 지나’(The Procession: Through the Gates)는 라이브 커미션과 전시 출품작으로 구성되었다.

이 유기적 행진은 삶과 죽음, 생물과 무생물의 관념을 전도시키고, 전시된 작품들을 ‘일깨우며’ 이번 전시를 공동체의 마음이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맡는 기념의 장으로 만든다.

에이토스(드미트리 파라뉴시킨&쿠 데스)(∞OS(Dmitry Paranyushkin and Koo Des))는 관객의 신체적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행진을 위한 안무와 곡을 만들었다. 이외에 안젤로 플레사스(Angelo Plessas), 정관, 김상돈, 세실리아 벵골리아(Cecilia Bengolea) 등 작가들의 작품과 퍼포먼스가 시공간 속에서 유연하게 중첩되고 매개되어진다.

 -  ‘증강된 마음, 계산할 수 없는 것’
지난 2월 23일에는 ‘증강된 마음, 계산할 수 없는 것’(Augmented Minds and the Incomputable) 포럼이 온라인으로 세 차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이번 포럼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서 생성되는 여러 주제를 한데 엮는 행사로, 확장된 마음의 스펙트럼을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육체적, 기술적, 정신적 지성에 주어진 기존의 구조적 구분을 해체한다.

샤머니즘, 우주기술, 신경 과학, 디지털 노동과 같은 주제를, 한국 시각 문화와 공동체의 트라우마와 관련하여 논의했다.

세 차례의 세션을 통해 엄청난 고통을 겪는 이 시기에 몸과 마음을 보충하기 위한 비위계적인 접근 방식을 살피는 한편 존재하며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여러 공존하는 조건들이 다루어졌다.

 ‘떠오르는 영혼: 한국의 반체계적 친족 관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셈할 수 없는 것’, ‘지성의 대사 상태’ 등의 3개 섹션에는 로렐 켄달(Laurel Kendall), 김성례, 양종승, 윤열수, 육 후이(Yuk Hui), 카렌 사르키소프(Karen Sarkisov), 마야 인디라 가네쉬(Maya Indira Ganesh), 마테오 파스퀴넬리(Matteo Pasquinelli), 드미트리 파라뉴시킨(Dmitry Paranyushkin) 등 철학자, 시스템 사상가,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  GB토크 | 수면으로 떠오르기: 연대의 미래를 실천하기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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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공프로그램 GB토크 | 수면으로 떠오르기: 연대의 미래를 실천하기(GB Talks | Rising to the Surface: Practicing Solidarity Futures)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으며 코로나 시대 연대와 연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팬데믹 시대에 맞춰 국가를 뛰어넘는 온라인 포럼 등이 5개월 간 매달 개최되면서 다국적 패널들이 참여한 집단지성의 장이 되었으며, 인권, 인종, 페미니즘, 환경, 풀뿌리 민주화 운동 등 동시대 의제들을 아우르면서 지속적인 담론 형성에 기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특히 개최지 광주의 역사와 정신, 지역사회 여러 활동을 바탕으로 동학농민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과 같은 역사적 순간들을 상기하는 내용 등이 대거 포함되면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배경과 광주정신 등이 유기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광주에서 하르툼까지: 봉기에 담긴 페미니즘의 유산’을 주제로 한 10월의 패널 토론과 ‘이스탄불에서 광주까지: 봉기에서 ‘아카이브할 수 없는 것’을 아카이브하기’를 주제로 열린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공동 주최 행사는 광주라는 도시가 지닌 역사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에는 루하 벤야민(Ruha Benjamin), 자밀라 리바이로(Djamila Ribeiro), 에스더 하룩(Esther Haluk), 나데지(Nadege), 록만 추이(Lokman Tsui), 블라단 욜러(Vladan Joler), 에이.오.(a.o.), 릴라 간디(Leela Gandhi) 등 학자, 예술가, 사회운동가, 시민 사회 주체 등이 참여하였다.

 ● 출판물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을 다룬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이 출간되었다. 광범위한 주제와 이슈에 관해 이번 비엔날레가 고민한 다채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다.

그 주제로는 로봇과 테크노 페미니즘, 치유를 위한 제반 활동, 성적 자유와 성폭력, 모계 문화 및 샤머니즘의 다양한 신, 자기최적화의 젠더적 측면, 디지털 정체성, 게임 문화,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가 미래 세대까지 전가되는 방식,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분류되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개발도상국들의 인종 문제, 본국 송환, 생태 폭력 등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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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오른쪽)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왼쪽)가 24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실에서 전시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예제하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큐레이터 팀, 전시 코디네이터, 설치 및 건축 파트너와 함께 투지와 인내심을 잃지 않고 현장에 작품을 설치해 내고, 최초로 대중에게 전면 개방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첫번째 갤러리에서 기자단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노고가 담긴 작품 중 일부를 공개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명성의 네 작가, 그리고 한국 작가 다섯이 두 달 여를 꼬박 투자해 현장에서 건축과 설치 작업에 매진했으며, 그 밖에 세계 각지에 있는 여러 참여 작가가 원격으로 비엔날레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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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는 공공프로그램, 특히 그 중에서도 ‘수면으로 떠오르기: 연대의 미래를 실천하기’ 포럼에서는 14가지 온ㆍ오프라인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며 "페미니즘을 다룬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은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아카이브 북스(베를린 소재)가 맡았다"고 소개했다.

이들 공동예술감독은 "국내외로 의견을 수렴한 후 새롭게 정해진 오프닝 일자에 광주 내 네 개의 장소를 무대로 막을 열게 될 전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에서 전시 작품을 공개할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며 "지난 2년 여간 코로나-19가 낳은 이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현장에서, 때로는 먼 곳에서, 흔들리지 않고 매일같이 비엔날레 준비 과정에 신경을 쏟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자체로 영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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