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아인의 남하 후부터 대략 기원전 9세기까지 그리스의 거의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것처럼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이 시기를 깜깜한 상태라고 하여 ‘그리스 암흑기(Greek Dark Ages)’라 부른다. 이 기간동안 그 어떤 기념비적인 건물도 세워지지 않았고, 어떤 종류의 벽화도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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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미케네의 선형 B문자마저 사용되지 않아서 이 시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헌데 묘하게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고대 세계를 종횡무진하던 히타이트 문명이 붕괴되었으며 이집트의 신왕국이 끝나고 극도의 혼란기였던 제3중간기로의 진입했다는 사실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의 두뇌를 자극시켰다.

어쨌든 이러한 혼란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종결되었다. 기원전 9세기 말에서 8세기 초, 그리스 사람들은 페니키아인들이 사용하던 문자를 갖고와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변형시켰다.

이것을 우리는 그리스 알파벳이라 부른다. 기원전 776년 그리스인들은 각 도시국가들 간의 단합을 위해서 대표적인 성소인 올림피아에서 대회를 열고 4년에 한번씩 같은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경쟁과 화합을 도모하였다. 이것을 우리는 올림픽이란 이름으로 지금도 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에 있어서 주목해야할 것은 생각의 변화였다. 오래 된 암흑기가 끝나고 어느 한 떠돌이 시인이 옛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과 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는데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재주가 탁월하여 그의 노래는 널리 전파되었다.

물론 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그를 호메로스로, 그가 노래한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일리아드 Iliad>와 <오딧세이 Odyssey>라 부른다.

비슷한 시기에 또 다른 사람은 미케네로부터 비롯된 신들의 계보를 정리할 생각을 했다. 물론 여전히 다른 계통들이 있긴 했지만, 우리는 복잡한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그가 쓴 <신통기 Theogony>를 통해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암흑기 직후 그리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신들과 연결시켜서 생각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영웅 펠레우스와 물의 요정 테티스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 오직 한 신만 제외하고 많은 신들이 초대 되었다.

자신을 초대하지 않은 것에 화가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는 문구가 새겨진 ‘불화의 황금 사과(the Golden Apple of Discord)’를 식장에 남기자 헤라와 아테나, 그리고 아프로디테가 각자의 소유를 주장했다. 이에 곤란해진 제우스는 양치기이자 트로이의 왕자인 파리스에게 그 심판을 맡기게 된다.

이에 세 여신은 파리스에게 조건을 걸며 선택을 종용하는데 헤라는 지상의 모든 소유권을, 아테나는 전투술과 지혜, 가장 위대한 전사들의 능력을, 아프로디테는 지상에사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제시한다. 결국 한창 젊은 나이의 파리스가 선택한 것은 아프로디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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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의 아내인 헬레나였다. 하지만 신의 약속은 이루어지는 법. 유부녀였던 헬레나는 트로이로 납치되며, 이에 격분한 그리스 연합은 군대를 조직하여 트로이로 쳐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쟁조차도 신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했던 그리스 사람들의 관점을 신화적 세계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화적 세계관은 기원전 7세기 경 일종의 과학적인 사고에 의하여 극복되었다.

이오니아 지방에서 태동된 이 새로운 사고를 우리는 철학이라고 부르는데,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그 첫 번째 인물로 탈레스(Thales)를 들었다. 최초의 철학자라 불리는 밀레토스 출신의 탈레스는 더 이상 세상을 움직이는 배후에 신을 두지 않았다.

그는 세상의 근원 또는 원리에 대해 탐구했으며, 곧 물(水, water)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즉, 그는 지진이 더 이상 신들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 물에 떠있는 땅이 파도에 의해 출렁이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4호(2021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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