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자리’라는 말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자치단체장이나 정부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홍보해댄다. 국민의 귀를 쫑긋하게 한다. 실업자를 두근거리게 한다.

특히 청년 실업자를 사로잡는다. 누구나 좋은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 유감을 표한다. ‘나쁜 일자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광주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가 광주지역 직업계고 재학생 48명을 대상으로 14‧15‧19일 사흘 동안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신입사원 채용 대비 AI면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윗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계 없음.
광주시교육청 취업지원센터가 광주지역 직업계고 재학생 48명을 대상으로 14‧15‧19일 사흘 동안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신입사원 채용 대비 AI면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윗 사진은 칼럼 내용과 관계 없음.

나쁜 일자리는 안 만들거나 적게 만들겠다는 말이다. 나쁜 일자리란 없다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가 있다는 얘기다.

 묻고 싶다. 좋은 일자리란 어떤 일자리인가? 나쁜 일자리가 있다면 어떤 일자리인가? 아마도 좋은 일자리란,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일자리를 말하지는 않은 것인가 싶다.

나쁜 일자리란 소위 3D 업종을 말하는 것인가? 좋은 일자리는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만, 3D 업종의 일자리는 없어도 되는 것인가?

 좋은 일자리를 갖기 위해, 학원이 만원이고, 도서관이 만원이고, 고시원이 넘친다. 재수나 삼수는 기본이고, 석열 9수가 부러웠던지 도전 9수가 많아졌다고 한다.

10수라도 해서 성공하면 대기만성이라고도 하겠지만, 백수(白手) 되기가 십상이다. 40이 다되도록 일자리가 없다면, 개인의 처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온 가족이 고통이다. 평생을 그늘 속에서 산다.

 오래전, 미화원을 뽑는데 대학 졸업자는 물론,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도 원서 접수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체면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한 것이다. 체면 문화, 이것이 개인을 망설이게 만들고,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고, 국가를 병들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수만은 직업이 있다. 필요 없는 직업이란 없다. 모두 필요한 일터다. 문명의 발달과 문화의 변화 발전에 따라, 뜨는 직업과 지는 직업이 있기 마련이다.

사회 구조적 조합으로,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기기묘묘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주변의 누군가가 나를 돕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서로 고마워해야 한다. 그러니 서로 존중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라는 말은 좋게 들리지만, ‘나쁜 일자리’라는 말과 상대적이어서 좋은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신 ‘보람된 일자리’나 ‘보람 있는 일자리’라는 말은 어떨까 싶다.

김선호 전 교장(전 낭암학원 이사장).
김선호 전 교장(전 낭암학원 이사장).

어느 일터에서 일하든, 본인이 보람과 기쁨을 가진다면 좋은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나를 위함은 물론,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틀림없으니 보람 있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일자리’라는 말속에는 노동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숨어있다. ‘나쁜 일자리’라는 말속에는 노동을 천시하고 비하하는 마음이 숨어있다. ‘보람된 일자리’라는 말에는 그런 뜻이 없다. 자긍심이 숨어있다.

어떤 일자리이건, 모두 보람 있는 일자리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을 배웠다. 노동의 소중함을 모두 알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반대의 생각과 마음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가 ‘좋은 일자리’라는 말보다 ‘보람된 일자리’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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