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제주 부미갤러리서 전시 중
1980년대 조대 미술패, 20년만에 작품으로 한자리에 모여

1980~90년대 미술을 매개로 치열하게 시대를 헤쳐왔던  조선대학교 미술패가 2021년 새해를 맞아 작품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조선대 미술패들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 부미갤러리에서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는 전시명를 열고 있다. 2000년, 광주의 남도예술회관에서 <아름다운 출신>이란 이름으로 첫 전시가 열린 지 꼭 21년만이다.

1987년 조선대학교 미술패들이 재작한 걸개그림 '백두산의 자락'.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1987년 조선대학교 미술패들이 재작한 걸개그림 '백두산의 자락'.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는 1984년부터 2021년까지 조선대학교 미술패 활동을 했던 회원들의 이야기이다.

1984년 전정호와 이상호를 주축으로 ‘시각매체연구회’란 미술패를 만들고 독재타도!와 민주주의 만세!를 불렀다. 강의실에서보다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고, 대학 실기실보다 미술패들이 모여 걸게그림을 그림을 그리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 전시는 당시 미술패였던 송부미 회원이 제주도에 부미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몇십 년 동안 안부를 모르던 회원들이 서로를 물고 있던 보이지 않던 인연들을 풀어내자 순식간에 수십 명의 회원들이 다시 모인 것.

20대 청춘을 함께했던 미술패 회원들은 2021년  현재 교사, 회사원, 사업가, 전업작가, 출판업, 거리미술가에서 농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젊은 날 소망했던 자유국가, 민주국가.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소망하고 있다. 

1988년 이돈명 조선대학교총장 취임식 걸개그림과 조선대 미술패.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1988년 이돈명 조선대학교총장 취임식 걸개그림과 조선대 미술패.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1989년 11월 이철규 열사 장례식 걸개그림.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1989년 11월 이철규 열사 장례식 걸개그림. ⓒ조선대학교 미술패 제공
1987년 당시 조선대학교 미술패 이상호.전정호 학생이 제작한 노동자 농민이 미국성조기를 찢는 그림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공기관을 통해 구속돼자 전국의 민주인사들과 문화예술계가 항의한 자료. ⓒ조선대 미술패 제공
1987년 당시 조선대학교 미술패 이상호.전정호 학생이 제작한 노동자 농민이 미국성조기를 찢는 그림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공기관을 통해 구속돼자 전국의 민주인사들과 문화예술계가 항의한 자료. ⓒ조선대 미술패 제공

미술패 회원들이 다시 모이면서 몇 십년동안 묻혀 있던 미술패 자료들도 대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업일지며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던 당시의 전시와 회원들의 동정을 알 수 있는 사진들까지 소중한 역사의 조각들이 하나의 기록으로 다가섰다.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 전시에는 모두 16인의 회원들이 참여한다. 전업 작가부터, 이번을 계기로 다시 붓을 든 회원까지 젊은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며 참여했다.

조선대미술패 시절 가장 혹독한 시련은 이상호, 전정호가 미술인 최초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건이다.

1985년 ‘시각매체연구회’를 결성했고 ‘땅끝’으로 개편해 후배들과 민주화 투쟁을 위해 수많은 판화와 걸개그림, 만장 등을 제작하는 과정이었다.

전정호와 이상호는 1987년 4학년 재학 당시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제작했다.

이상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이상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전정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전정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이진우-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이진우-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노동자와 농민이 미국의 성조기를 찢고 어린동자가 미국대통령의 머리 위에 오줌을 싸는 장면이 빌미가 돼 미술인 최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수감 되어 고초를 겪었다.

전시를 준비해온 서동환 추진위원(광주아트가이드 대표. 조대 미대 88학번)은 "조선대 미술패는 1984년을 시작으로 땅끝이라는 이름에서 개땅쇠로, 조선미술터에서 족쇄풀이까지 끊임없이 현실의 부당함과 부조리, 학내민주화까지 투쟁하고 항거하며그림과 깃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싸웠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이어 "이후엔 더 늘어났지만, 당시 회원들은 50여 명 내외였으며, 그들은 청년의 시대를 지나 현재 반백의 초로의 중년들이 되었다"며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김우성, 김원, 명미희, 문승미, 박미경, 박미용, 서동환, 송부미, 안상희, 오치근, 이상호, 이진우, 임경호, 임신영, 임헬레나, 전정호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송부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송부미-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서동환-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서동환-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임신영-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임신영- 2021년 1월 제주부미갤러리 전시 출품작. ⓒ조선대 미술패 제공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