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게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를 들자면 여성들의 사회적인 영역이 많이 넓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여성들이 이제는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어디에서나 그 위치와 역할을 감당하며 나아가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반대로, 성악에서는 여성의 음역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에서의 가치관을 탈피하여 남성 성악가가 숙련된 발성으로 고음을 충분히 감당하며 멋지게 나아가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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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 합창에서 가장 안정된 형태로 나누어 부르는 합창이 4부 합창이다. 남성이 베이스(bass ‘굵은’, ‘낮은’이라는 의미를 지님. 제일 낮은 성역. 가장 낮은음을 담당)와 테너(남성 음역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뜻함)를 맡고 여성이 알토(여성의 낮은 음역. ‘높다’,‘깊다’라는 라틴어 altus에서 나온 말) 와 소프라노(여성의 최고 성역. 성악에서 가장 높은 음역)를 맡는다.

현재, 오페라 무대나 성악가들의 무대공연을 접할 때 여성이 내는 또는 여성 같은 고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남성 성악가들을 접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럴 때면 깜짝 놀라 “우와~”라는 소리를 절로 내면서 두 손 곱게 모으고 머리 앞으로 내밀며 감탄하면서 듣는 관객들이 많음을 느낀다. 여기에서 남성 성악가가 여성의 성역을 넘나들며 여성 소프라노 성악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층 멋있게 소리를 표현하는 이들을 ‘카운터테너’라고 한다.

카스트라토의 쇠퇴가 카운터테너의 시작

카운터테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가성(假聲, falsetto)으로 소프라노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

또는 가성(팔세토=falsetto)을 사용하여 여자 음역인 알토, 메조 소프라노, 소프라노까지의 음역을 구사하는 남성 성악가. 16,17세기의 교회음악, 특히 영국에서 사용되어 발전되었다. 카스트라토(castrato)와는 다르다.’라고 게재되어있다.

17세기 영국교회에서는 여성이 교회 내에서 절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을 할 수가 없는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1688년 교황 클레멘스 9세는 각 교회에 ‘여성은 가수로 일할 목적으로 음악공부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금지령을 발표한다. 이로 인해 당시의 교회 성가대원은 모두 남자로 구성되었다.

특히 어린아이를 많이 모집하여 깔끔한 목소리로 여성의 음역을 감당하게끔 하였다.

남자아이들이 변성기가 오기 전에는 깨끗한 목소리로 높은 음역의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를 구사하지만, 변성기가 되면 가차 없이 잘렸기 때문에 잘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속적인 단체의 구성을 위해 남자아이들을 거세시켜 맑은 고음을 그대로 유지하게끔 인위적으로 만든 카스트라토(castrato)가 유행했다.

물론 이 유행은 오페라 무대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18세기까지 카스트라토의 인기는 감히 그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을 정도로 무대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역시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남자아이가 감당하기에는 표현력이 빈약했고 소리의 울림도 약했기 때문에 알토 부분은 훈련받은 남성 팔세토(가성)가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19세기 초, 남자아이를 거세해서 무대에 서게 하는 것이 ‘잔인하다’고 하여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카스트라토를 대신하여 훈련받은 남성 팔세토가 인기를 얻게 된다. 이것이 카운터테너의 시작이자 인기의 시작이 된 배경이다.

카운터테너의 멋진 폭발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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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무대에서 여성이 설 수 있게 됨에 따라 카운터테너의 인기는 후퇴하며 발생지인 영국에서 소소하게 그 전통을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 알프레드 델러 (Alfred, Deller 1912~1979. 영국 성악가)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한번 카운터테너가 부활한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돼요”라는 관객의 평가를 받을 정도로 17~18세기 영국 노래를 멋진 가성으로 불렀던 그는 당시 귀하고도 귀한 카운터테너로 현재까지 멋진 발전의 명맥을 이어준 인물이다.

여성의 성역으로만 생각했던 소리와 울림을 훈련받은 남성의 목소리로 멜로디에 힘을 넣어 표현하며, 울림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관객을 소름 돋게 사로잡는 이들. 무대에서 이들의 활약에 놀라지 말자.

이들은 강조하지만, 고되고도 고된 목소리의 훈련을 받아 여성의 성역까지도 거침없이 담당하는 남성 성악가. 이들이 바로 카운터테너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2호(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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