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양림동에 명소가 문을 열었다. 이이남 작가의 작업실 겸 일반인들의 놀이공간이다.

700여 평의 대지에 1,000평의 공간이 사람들을 맞는다. 2층인 듯, 3층, 옥상 정원 등으로 구성된 특별한 공간이다. 지대가 높아서 저 멀리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이 온전하게 보이는 작업실.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공간에서 문을 닫으면 정확히 분리되는 작업실.

둥그런 선으로 세워진 책꽂이에서 무슨 책을 꺼내 읽을까, 벽면을 가득 메운 아이디어 메모에서 어떤 빛나는 상상이 현실이 될까, 햇빛이 그대로 꽂히는 피에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이곳에서 작가가 꿀 새로운 꿈이 못내 궁금하다.

달항아리에서 명화의 현대적 해석까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미디어아트를 만난 것은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강의를 하면서였다. 아날로그만 알던 작가에게 컴퓨터로 구체화 되는 애니메이션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디어로 구현하는 아트를 실험하면서 세탁기에서 그림이 세척되는 작업과 자켓 호주머니에서 동전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를 미디어아트로 형상화하며 현실과 가상을 오고 갔다.

작가는 “경제적으로 매우 빈곤한 시절이었는데, 그때의 실험들이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단초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작업은 점점 다방면으로 진화되었다. 우리나라의 옛 그림들을 소환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서는 나비가 날고 꽃이 피었다 졌고, 겸재의 그림에서는 초록의 식물이 자라고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단풍이 들었다.

고전 명화인 모나리자는 입꼬리를 올려서 웃고 머리 위로는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보석 같은 눈물도 한 방울 툭, 떨어트린다. 심지어 이 모든 그림을 차용한 작품에는 작가만의 방식인 차용을 넘어 소리, 다시 말하면 음악까지 입혔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업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업실.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작가는 “정말 아쉬웠던 것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이었다. 대부분의 전시장에 가보면 관람객들은 그림 앞을 그저 지나쳐 간다.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드는 작가들의 시간과 고뇌를 순간으로 지나쳐버리는 느낌은 곧 절망으로 느껴졌다.”며 “가능하면 내 그림 앞에서는 단 5분이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내 작품은 스토리를 삽입했고,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닌, 머물면서 생각하며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마침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살아있는, 움직이는 그림이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계절의 그림이다. 달이 뜨고 뻐꾸기가 울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그림이다. 폭포가 음악과 같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개울에서 목욕도 하는 그림이다.

엄청난 작업의 분량도 너끈히 소화해낸다. 이 모든 것은 아이디어와 싸움이고 자신과 고군분투한 시간의 결과물이다. 한순간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관심은 자료를 채집하게 하고 난삽한 생각들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치면 한 점의 작품으로 실행한다.

손으로 그리고, 눈으로 읽으며,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한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은 생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마침내 달항아리에서 나비로 날아오르고 한겨울 대나무 위로 눈을 흩뿌리게 한다.

차용한 우리 그림들은 대부분이 자연을 노래한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이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바로 이 세계와 다름없다. 작가는 “삶에 생동감과 단순함, 움직임 등을 자연을 통해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업실 공간.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업실 공간. ⓒ광주아트가이드 제공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누볐다. 각종 개막식부터 정치적인 중요 오픈세레머니도 미디어아트로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여기까지 오는데, 혼자의 힘은 아니었다.

10여 명의 스텝들과 지속적인 도움을 준 선배, 동료, 어르신들이 있었다. 모두가 현재의 작가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작가는 다시 큰 꿈을 꾼다. “옛 명화들을 선택할 때면 현대적 해석과 사회적 이슈 등을 결합해 조형적 구성을 해내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은 창작이기 이전에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를 넘어서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독창적인 창작의 어떤 것. 나만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작품, 누군가에는 깊은 울림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문학이 결합된 작품을 고민 중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32호(2020년 1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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