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노동조합 탄압하는 (주)호원을 규탄한다!

(주)호원 노동조합 김영옥 지회장이 15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 몸뚱이 하나에 가족 생계와 자신의 생존이 걸려있다는 것을 아는 노동자가 ‘음식을 끊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죽기를 각오하고 던지는 호소이며, 저항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그 절박한 호소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단식 중인 김영옥 지회장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기 위해 어제(12.2) ㈜호원 공장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확인한 것은 70~80년대 독재 시절에 자행됐던 노골적인 노동 탄압이었고, 노동자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비인간적이고 뻔뻔한 행위였다.

김영옥 민주노총 금속노조 호원지회장이 회사측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3일 현재 15일째 회사 정문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조선대 민주동우회 제공
김영옥 민주노총 금속노조 호원지회장이 회사측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3일 현재 15일째 회사 정문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조선대 민주동우회 제공

(주)호원 자본은 무엇이 두려워 곡기를 끊은 한 노동자의 건강이 걱정되어 회사 마당 한 구석 천막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까지 막는 것인가? 회사에서 우려하듯 그곳에서 집회를 연 것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친 것도, 시설물을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한 것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곡기 끊은 노동자가 걱정되어 찾아온 시민단체 대표단의 만남 자체를 물리친 것인가? 우리는 “회사 마당에 들어오기만 하면 고발조치 하겠다.”며 내치던 관리자들의 거만한 말투와 눈빛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실제 그들은 우리를 불법 사유지 침입으로 신고해 경찰이 찾아와 신원을 확인하기도 했다.

(주)호원은 차체를 만들어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이다. 소규모로 시작한 (주)호원이 오늘날 수천억 매출을 자랑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의 피와 땀 덕택이다.

그러나 (주)호원의 노동자에 대한 환경과 대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일반적으로 기아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 10년 근속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5,0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의 (주)호원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약 3,800만 원 정도이다. 이것은 극명하게 (주)호원의 고속 성장이 노동자에 대한 착취의 결과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주)호원의 노동자들은 37-38도가 넘는 찌는 듯한 작업장에서 에어컨 한 대 없이 작은 선풍기에 의지한 채 일하고 있다.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것까지 일일이 보고할 것을 강요받고, 잠시 기계가 멈춰 서 있을 때조차 쉬지 못하게 주변을 청소하고 기계 닦는 것을 강요받고 있다.

(주)호원이 쌓아 올린 부는 이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강요하고, 사용자측의 힘을 이용한 부당한 노동 탄압을 자행한 결과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주)호원의 노동자들이 요구는 단순하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그 활동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불법으로 유령노동조합을 만들어 합법적으로 결성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켰다.

뿐만 아니다. 회사는 민주노총 소속인 제2노조 주요 활동가들을 해고하고,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노무관리를 계속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 광주에서 (주)호원의 노무관리는 한마디로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부속품처럼 대했던 70~80년대 수준 그대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주)호원 회장이 노사상생의 상징인 노사민정협의회의 운영위원이고, (주)호원이 광주 상생일자리 기업으로 선정되어 광주시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노사상생을 제일 가치로 내건 광주형일자리에 노동조합 박멸을 위해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는 기업과 기업주가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남세스럽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주)호원의 거짓 성공 신화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그리하여 5·18의 도시 광주 이미지에 먹칠하는 악덕기업을 없애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연대해 나갈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과 의지를 밝힌다.

하나, 우리는 광주시민에게 (주)호원의 비인간적인 노동 현실과 노동조합 탄압 실상을 알리고, (주)호원 노동자들과 적극 연대 투쟁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주)호원의 제1노조 설립과 상생일자리 기업 선정 과정, 이후 국가와 광주시의 지원 등이 정당한 것이었는지 밝혀 부당한 행위에 대해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광주정신을 훼손하는 악덕기업 (주)호원 회장이 가지고 있는 몇몇 공적 직함들이 무엇인지 세밀히 살펴,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

2020년 12월 3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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