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중 스쿨미투에 관한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입장문]

2019년 H중 스쿨미투 이후 교육청의 고발, 그리고 2020년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광주지역 사회는 다시 한 번 도덕 수업 시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한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안에 있어 해당 교사는 처음부터 본인의 sns를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교사의 지지모임이 만들어지고 이 사안 자체를 교육청의 ‘행정폭력’으로 프레임화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경청되었어야 할 학생들의 존재는 까맣게 지워졌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다시 한 번 용기를 냈고,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소속 단체를 통해 피해 학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2019년 스쿨미투 이후 고립된 채 두려움과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던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건네며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왜곡도 하지 않았습니다.

‘억압당하는 다수’라는 영화와 관련해 우리는 무지한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왜곡’과 ‘무지’라는 단어는 13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학생들을 따라 다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확하게 ‘억압당하는 다수’라는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그 영화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었던 상황, 그리고 영화 상영 시 낄낄대며 조롱하듯 웃는 학생들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없었던 것, ‘성’을 다룸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무수한 것들이 배제되어 누군가는 모욕감을,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꼈을 그 ‘상황’을 문제 삼고 있었습니다.

성교육은 성차별적인 사회가 개인의 생애사 전반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통념을 건드리고 까발리기에 그가 느낄 ‘불편함’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며, 그걸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하기에 성교육 강사에게 성인지 감수성은 더 더욱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강의 시 텍스트를 사용함에 있어 청자들의 나이, 성별, 배경지식 등을 참고로 한 텍스트 재가공의 과정, 텍스트 사용 후 놓치지 말아야 할 청자와의 피드백 과정, 강사와 청자 간의 수평한 관계의 지향, 서로가 ‘안전하다’라는 공동의 감각 속에 놓이는 경험 등 성교육 과정은 그 자체가 감수성 훈련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놓치거나 충분히 소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찰’은 강사의 덕목에서 핵심입니다. 하지만 강사로서의 성찰과 반성 없이 철저히 이 사안을 ‘영화’의 옳고 그름의 문제로 가져가 버리며 ‘문제’ 자체를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건 누구입니까?

또한 학생들은 ‘영악하다’ ‘선동한다’라며 SNS상에서 벌어진 무수한 2차 가해적 댓글들에 대해 무척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실명이 밝혀질까 두려워 가명을 쓰면서까지 존재를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학생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공개적으로 행동과 발언을 이어간 해당 교사와 그의 지지모임 구성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들이 누려온 ‘권력’ 입니다.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왜곡된 말만큼이나 학생들을 공격한 지지모임 구성원들의 그 ‘말들’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해당교사와 지지모임 구성원들이 내뱉은 그 무수한 말들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상처’이자 ‘고통’이었음을 똑똑히 인식하길 바랍니다.

13개월입니다. 침묵하고 있었던 학생들이 이제 겨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 사안이 시작된 시점부터 검찰의 불기소 이후까지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교사가 분리조치를 위반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발화권력을 이용할 때조차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신의 안전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도록 하였습니다.

해당 교사와 지지모임 또한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온 무수한 2차 가해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요구합니다.

1. 해당 교사는 수업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지모임은 지금까지 해온 무수한 2차 가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십시오!!

2. 광주시교육청은 ‘보호’라는 미명 아래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해당 교사에 대한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십시오!!

2020. 10. 16.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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