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편
나이 드신 분들은 ‘요즘같이 살기 좋고 편한 세상이 없다’라는 말을 한다.
전쟁을 겪고 보릿고개를 지나 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참민주주의를 체감하며 눈부시게 발전하는 나라의 모습을 긴 시간에 걸쳐 함께 호흡하며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 이 시대가 두 번 다시 없는 살기 편하고 좋은 세상이라 느껴지는가 보다.
조금 젊은 세대는 발전하는 사회에서 항상 살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오히려 왠지 모를 불편함에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으며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발전된 세상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다.
세상이 살기 좋고 편하다고 하는 말은 어느 한 면에서만 단언할 수 있는 현상은 결코 아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살기 편해지면서 변화되어 파생되는 악기로 인해 문화예술의 일대 변화를 생성하게 된 배경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피아노 등장 이전의 클래식계
18세기 초 피아노가 발명되고 중엽에 본격적으로 피아노가 제작되기 전까지는 일반 대중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녹음기술이 전혀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보통 가정에서 오케스트라 곡이나 오페라 곡을 듣고 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연장으로 발을 옮겨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큰 문제였다. 일반 대중이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 특히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를 듣기 위해서는 많은 지출을 감당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깔끔한 정장 이상의 옷을 입어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음악을 듣기 위한 티켓값이 비쌌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을 포함한 공연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일반 대중의 많은 참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입 면에서도 많은 타격을 입게 된다.
명성을 얻는다는 것도, 많은 사람이 듣고 호응을 해야지만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지, 아무도 듣지 않고 반응이 없는데 무작정 얻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많은 악기를 필요로 하는 거대한 작품을 선보이는 공연의 경우는 작곡가 자신도 뒤에서 후원을 해주는 후원자가 있지 않은 이상은 본인의 힘만으로는 섣불리 공연을 올릴 수 있을 만한 경제적인 뒷받침이 없었다.
자신을 알려 명성을 얻고 수입이 늘어나는 기회를 얻는다는 명목은 둘째 치더라도 우선 공연을 올릴 만한 비용이 해결되지 않으면 작곡가에게 있어서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피아노로 클래식의 세계가 넓어지다.
피아노가 발명되고 본격적으로 제작이 되면서 급격하게 가정 내 피아노의 소유가 늘게 되었다.
18세기 중반 당시의 피아노는 값이 비싼 신제품이었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각 가정에서는 개의치 않고 장만하는 추세였다.
굳이 비싼 돈을 계속 들여가면서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 보다, 가정 내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즐기는 일을 선호하게 되면서 피아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날로 증폭했다.
거기에 녹음기술이 없었던 시기에 가정에서 음악을 즐긴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악보에 의존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작곡가가 피아노의 발명과 제작을 기회로 삼아 오케스트라 곡이나 오페라 곡 등, 공연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곡들을 피아노곡으로 편곡을 해서 일부러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가정에서 즐기고 접할 수 있도록 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편곡에 의한, 일대 악보출판의 붐이 일어난 것이다.
악보로 발간된 오케스트라 곡을 비롯하여 오페라의 아리아곡이 공연장을 떠나 가정에서 연주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었고 당시 유행했던 살롱을 시작으로 하여 무도장, 술집에까지 흘러 들어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편곡을 선택한 작곡가들이 인쇄와 출판으로 인해 엄청난 돈을 벌게 된 최고의 기회까지 얻은 셈이다.
당시 클래식 음악을 전혀 알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시민들조차 지나가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잔향에 한 번쯤은 들어봤다고 했을 정도이니 피아노로 인해 파생된 예술문화 증폭 현상은 가히 혀를 내둘만한 당시의 사회적 현상이었다.
**윗 글은(광주아트가이드) 127호(2020년 6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