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순 대책위,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 개최

기자회견문 [전문]

청년노동자 故 김재순 산재사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과하고 조선우드 사업주를 구속하라!

21대 국회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1. 스물다섯 청년노동자 김재순이 죽었습니다. 그는 지적장애인입니다. 5월 22일 광주광역시 하남산단의 조선우드 공장에서 작업 중 수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온몸이 갈가리 부서졌습니다.

사업주는 “사수가 없는 상태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혼자서 하다가 자기과실로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닙니다. 평소 하던 업무인 ’수지 파쇄기 사전가동 및 점검’ 작업을 홀로 하다 당한 사고입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사망 전날과 전전날 사고 현장 폐쇄회로텔레비젼(CCTV)을 보고 파쇄기 사전가동 및 상부에 올라가 작업한 장면을 네 차례나 확인했습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와 강은미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와 강은미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 김재순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서 죽었습니다. 2인 1조 작업이어야 하나 지적장애인임에도 고위험 작업을 단독으로 수행했습니다.

작업계획서도 없었고 관리감독자가 유해위험요인 제거 의무도 준수하지 않았습니다. 수지 파쇄기 투입구에 안전장치가 부재한 가운데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지켜졌다면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목재 파쇄기 공정도 안전의 사각지대였습니다. 2014년 산재사망 사고가 있었고 개선조치를 했다는 데도 덮개, 울 등의 설치 부족했고 분진 방지조치 및 청소 미실시로 전도 위험이 많았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수두룩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보였습니다.


3. 김재순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지적장애인이지만 실업고에서 중장비 자격증을 땄던 그는 굴착기와 지게차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한 청년이었습니다.

조선우드는 10인 사업장으로 노동조합도 없는 데, 일 힘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입사 14개월 만에 퇴사했지만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3개월 만에 조선우드에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2014년 산재사망 사고를 겪고도, 사업주는 안전설비와 안전 작업 초치를 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는 안전관리감독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2020년 김재순을 죽게 한 것입니다.


4. 안전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이 고용노동부에 있습니다. 이재갑 장관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합니다.

2014년 안전진단보고서조차 제공하지 않고 진상규명 요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광주고용노동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조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두 번이나 노동자를 죽게 하고 아직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 죽었다”며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주를 즉각 구속해야 합니다.


5. 대책위는 지역의 동종업체 및 파쇄기 사용업체에 대해 광주노동청, 광주시청, 노동계가 함께 ‘위험성평가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광주노동청은 법적 권한 미비와 불시 안전점검으로 이유로 공동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동종업체 공동조사의 주목적은 사업주 처벌이 아니라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불시안전점검이 아니라 사업주의 협조를 받아 진행해도 됩니다. 폐기물업체 인허가권을 가진 시.도지사의 역할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동종업체 공동조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수용하길 촉구합니다.
 

6. 정부와 국회에 제안합니다. 건축물 폐기물 처리의 공공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주십시오.

조선우드와 같은 재활용업체수는 전국에 5,972개입니다. 이중 73.3%가 10인 미만 사업장입니다. 조선우드의 안전보건 상태와 작업환경이 열악하듯, 다른 업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건축폐기물 재활용 문제는 민간영역의 영세업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근본대책을 만들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7. 문재인 대통령은 유가족의 바람을 귀담아 들어주십시오. 김재순의 죽음은 청년노동자, 장애인노동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대물림 가난 등 우리 사회 약자의 문제가 중첩된 비극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도 풀어야 할 숙제들입니다.

우선 임기 내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해 주십시오. 중소영세사업장 안전관리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21대 국회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1호 법안으로 제정해 주십시오.

다시는 김재순도, 김용균도, 구의역 김군도, 이천 참사도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20. 6. 10.

故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강사회를위한약사회 광주전남지부, 광주광역시노동센터,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엄마가달린다,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센터,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광주여성회,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조국통일범민족연합, 광주진보연대, 광주청년유니온, 광주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국민주권연대 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당 광주광역시당, 민주노동자전국회의 광주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민중당 광주광역시당, 민중의 집,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지역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법률원 광주사무소,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농민회, 전남대학생행진,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조선대학교 민주동우회.

 

관련기사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