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만 오면 왜 ‘반푼이’가 되는가.

내가 점쟁이다. 국회 원 구성을 반듯이 할 것이라는 거대 여당 김태년 대표의 말에 웃으며 그래도 가슴 한 구석에 남은 일말의 기대. 허나 내 점은 맞았다.
 
언론사의 고위 간부인 후배가 내게 들려 준 말이 지금도 충격이다.
 
“선배. 똑똑하다고 뽑은 후배들이 몇 년 지나면 왜 하나같이 ‘반푼이’가 됩니까.”
 
후배의 말 속에는 비단 언론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반푼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성원이다.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금배지를 단 의원들의 사진을 쭈욱 늘어놓고 살펴보았다, 대단하다. 모두는 아니지만 거의가 출중하다.
 
언론인 변호사 검사 판사 교수 장관 기타 등등. 대단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항의를 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한꺼번에 몰아서 오물통에 넣지 말라고 말이다. 물론이다. 훌륭한 분들이 참 많다. 잡새들 틈에 낀 꾀꼬리라고 위로를 하면 되는가.
 
아무리 목욕을 깨끗이 했더라도 오물통에 빠지면 도리가 없다. 대부분이 그렇게 주장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틀리기도 하다.
 
# 여의도 <반푼이>
 

국회 본회의장.
국회 본회의장.

KBS가 남산에서 여의도로 옮겨 온 후 나는 여의도 식구가 되었다. 여의도에서 글을 썼고 노무현후원회를 했고 민주언론운동을 했고 지금도 사무실은 여의도에 있다. 여의도에서 흘려보낸 세월이 무려 수십 년. 이쯤 되면 내 몸에 여의도 귀신이 붙어 있을만 하다.
 
지금은 어니지만 모든 방송국이 여의도에 모여 있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여의도에 국회의사당이 들어오면서부터다. 장엄한 건물이다. 저 장엄한 건물 속에서 한국의 역사가 이루어진다. 아니 이루어졌다.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그 중에 금배지를 달고 들어가면 세상도 달라지고 사람도 달라진다. 의원이 되면 달라지는 게 무척 많다. 눈앞에서 저지르는 현행범만 아니면 <불체포특권>으로 끄떡없다.
 
국회의원은 자체가 헌법기관이다. 까불지 마라. 감히 누가 헌법을 건드리느냐. 요즘 대단한 김해영도 입에 올리는 것도 헌법이다. 아니 자신이 헌법이라는 자부심에 젖어있다. 좋은 직업이다. 말조심해라. 직업이라니. 의원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멸사봉공하는 애국자의 화신이 있을 뿐이다.
 
한 자리에서 TV를 보던 친구의 입에서 <모지리>란 소리가 나온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마침 국회가 개원되고 <미래통합당>의원들이 퇴장을 하는 장면이 보였다. 묻지 않았다.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여야의 합의 없이 개원할 수 없다. 우리는 개원을 인정할 수 없고 그러니 퇴장한다.’
 
앞으로 아무리 국회를 열어도 미통당이 ‘안 돼’하면 종 치는 것이다. 그럼 이날 국회에서 선출한 의장과 부의장은 무효인가. 헌법 소원거리가 또 생긴 것이 아닌가. 나도 <반푼이>가 되어 간다.
 
주호영이도 똑똑한 사람이다. 민주당이 독자개원 할 것을 알고 있었고 결과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 이게 무슨 짓인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가. 이게 바로 ‘반푼이 선언’이라는 것인가.
 
#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주호영이 김태년을 만났다.
 
‘김 대표. 법사위 예결위원장 다 가지시오. 상임위원장도 마음대로 하시오. 그 동안 우리가 참으로 못 된 짓 많이도 했소. 그러니 이제 민주당이 소신껏 정치를 잘 해 보시오. 우리는 옆에서 협조만 하겠소.’
 
어 어. 김태년이 까무러쳤다. 깜빡 놀라 깨니 꿈이다. 어떤가. 주호영은 발상과 행동을 전환해 볼 생각은 없는가. 한 번 해 봐라. 국민이 뭐라고 하는가. 국민이 모두 졸도를 해도 보고 싶은 광경이다.
 
한국당에서 과거에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버린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법을 만든다는 국회가 법사위원장의 독단으로 송장이 됐다. 이걸 아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내 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공자님이나 부처님이라도 어림없다. 국사를 포기한다면 또 모르겠다.
 
지금 코로나19라는 귀신같은 괴물 때문에 국민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가. 힘든 국민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라고 지원금을 주고 그러기 위해서 추경을 편성한다. 예결위원장이 어떤 자리인가. 미통당이 법사위와 예결위원장을 달라고 목을 매는 속셈을 꿰뚫고 있다.

누굴 바보로 아는가.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린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내 주면 손에 장을 짓는다는 친구가 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제 최선은 미통당이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라도 감지덕지 받아야 한다. 싫다면 상임위원장 자리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다.
 
국민이 177석을 민주당에 제공한 것은 이제부터 미통당의 억지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껏 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이를 어기면 이 또한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나는 미통당 의원들이 절대로 <반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반푼이> 행세를 하며 민주당의 정상적 정치를 혼란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이다. 이게 정상이 아님을 자신들도 잘 알 것이다.
 
# 역시 <반푼이>와 <모지리>


여기까지 썼다. 지금 6월 8일 새벽이다.
 
국회는 법이 정한 시한을 어겼다. 177석도 아무 의미가 없다. 이해찬 김태년의 철석같은 대 국민 약속도 헛것이다. 남은 것은 <반푼이>들의 말장난. 여의도 <반푼이> 만세다. <여의도 모지리>들 잘 놀아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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