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등 대형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도시를 장악...

 우주는 원래 빅뱅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애초 콩알만 하던 것이 불어나서 오늘의 거대한 몸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웬만큼 불어나니 그 확장세가 주춤해진 추세다. 도처에 존재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분의 마술은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시장경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도시는 과밀을 먹고산다. 밀집지역이나 번화가일수록 장사가 잘된다. 그런데 광주는 집합이나 재정비가 아니라 이동과 해체, 즉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무한 팽창만을 거듭하고 있다. 곳곳이 공동화되어 가는데도 신 개발지역을 향해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인구가 늘어나리라는 전망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점점 무인도로 황폐화해 가는 인근 시골 사람들도 눈치가 빨라 이왕이면 서울로 올라가지 예전 마냥 가깝다고 무조건 광주로 몰려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제적 낙후를 떨치고 인구를 늘릴만한 뾰쪽한 수도 없다.

 그런데도 인구의 산술급수에 반해 아파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덩달아 건물들도 늘어난다. 그러니 미분양 아파트 그리고 자고 나면 문 닫는 굿인 가계 등, 빈 집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그뿐인가. 아직 사람이 기거하는 건물도 실제 활용 공간보다 불필요한 빈 공간이 태반이다.

 좀 솔직해져보자. 늙은 내외가 오십 평대 아파트에서 산다면 사실 그 칠 할은 낭비다. 별로 갖출 것도 없는 개인 사무실이 열 평을 넘는다면 역시 그 칠 할이 낭비다. 그러니까 그들은 집 없는 서민의 몫이어야 할, 금싸라기처럼 멀쩡한 공간을 유령에게 헌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경쟁하듯 대형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도시를 장악해 가고 있다. 건물로만 보면 감히 누가 인구 140만의 도시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 안은 실속 없이 크기만 하거나 아예 텅 비어 있다. 그렇게 광주는 사람의 거처를 무서운 속도로 유령이 잠식해 가는 반 유령의 도시인 것이다. 

 시청은 어떤가. 설마 인구로 따지면 (이동인구 포함)거의 열 배에 가까운 서울특별시청 청사보다 더 클 리야 없겠지만 아무튼 대단한 위용이다. 무릇 거대한 공룡의 기지개 같은 청사도 청사지만 주변 공간 또한 시원하게 펼쳐져 있으니.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사무자동화 시대에 웬만한 기관들은 다 들어가고도 남겠다.
 
 시청이 그러니 다른 기관 역시 그에 질 새라 다투어 대형 몸집을 뽐내고 있다. ‘경복궁 중수’의 교훈이 아니더라도, 과다한 부채와 빈약한 재정으로 몸살을 앓는 형편에 외양보다 내실을 기하는 것이 급선무 일터인데 말이다.

 청사가 들어 선지 언제인가. 그런데 아직도 비어 있는 방이 있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를테면 저 칠 할의 유령의 거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혈세의 낭비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시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자기 방은 물론 빈방까지 쓸고 닦게라도 하면 어떨까. 아니면 그 것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지금껏 방치한 전 시민이 나서서 날마다 대청소를 하든지.

 한편 나름대로 내노라하는 공익단체들이 대여섯 평 짜리 연락사무실조차 마련하지 못해 셋방을 전전하는 형편이다. 아무런 보수도 없지만 순수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단체들이 말이다. 오늘도 광주 정신을 함양하고 문화도시의 역량 재고에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의 숨은 공로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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