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저녁, 필자는 연주회를 마치고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들과 함께 뒤풀이의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편집위원 선생님 한 분과 “미술이 먼저일까요? 음악이 먼저일까요.”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미술의 경우는 고대 원시인들이 남긴 벽화가 그 시작이라고 하였다. ‘아! 그러면 음악이 먼저인 것 같아요.’ 박사과정때 열심히 연구논문을 쓰기 위해 음악의 기원을 공부했었던 터라 나름 자신있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필자가 답한 음악의 시작

1. 원시인들이 맹수의 위협이나 격심한 생존경쟁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멀리서도 잘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도구를 사용하여 신호로서 리듬이나 음정을 더해 내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설.

2. 성경을 보면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하와)를 만드는데, 이때 아담이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창세기 2장 23절)”한다. 성경에서는 첫노래로 기록하고 있기에 이것이 음악의 시작이라고 하는 설.

두 가지의 답을 했지만, 시기적으로는 2번째 답에서 처럼 천지가 만들어진 시초와 함께 음악이 시작되었기에 그 어떤 시기보다도 ‘먼저’일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연히 미술보다도 음악이 먼저라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답을 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또 ‘그렇게 따지면 역시 미술이 먼저다’고 하신다.

이유인즉슨,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아담을 만들고 하와를 만들었으니 그 ‘만들었다’라는 말은 작품을 탄생시킨 하나의 작업이니 역시 미술이 먼저라고 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말문이 막혔다. 듣고 보니 너무 기가 막히게 맞는 말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대꾸하고 반항할 만한 그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계속 머릿속에 맴돌다

음악이 미술에 진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과 함께 필자가 음악이론 공부를 소홀히 한 원인도 있겠다 싶어 다시 한번 서적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서양음악사에서는 위에서 서술한 1, 2번 이외에도,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제우스에 의해 탄생한 뮤즈(Muse)가 음악을 관장했고, 태양의 신 아폴론이 음악의 신으로 불리었기 때문에 이미 그 이전부터 음악이 존재했다고 하는 설도 있다.

신화적 기원이 아닌 음악의 실제적 기원으로 따지자면 1번이 가장 근접한 답이 된다. 하지만 1번 답의 경우도, 음악과 소리의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결코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생존경쟁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표현하면서 내는 소리들이 성악적 표현으로 발전되어 점차적으로 운율과 리듬을 형성하게 되면서 음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이론은 부정할 수 없다.

돌에 구멍을 내 입으로 연주하는 ‘쉰’은 약 14만년전의 것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악기로 추정된다.

인류의 진화론에 적용하자면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인 네안데르탈인 또는 호모네안데르탈렌시스가 출현했던 시기에 이 ‘쉰’이라는 악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기록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인류가 소리를 다뤄 발전시켜 음악(운율, 리듬)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1번의 음악 기원설을 확실하게 뒷받침 해주는 기록적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야 대꾸해본다.

선생님! 하나님이 ‘만들었다’라는 말은 작품을 탄생시킨 하나의 작업이니 역시 미술이 먼저라고 하셨는데, 신이 행한 기원의 기록이 아닌 사람(인류)의 기록으로 논하자면, 아담은 인간이기 때문에 아담이 하와를 보고 노래한 기록이 음악의 시작으로 정의한다면 미술이 먼저가 아니라 음악이 먼저 아닐까요?

이후의 결과는 다음호에!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22호(2020년 1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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