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 추진단의 전시콘텐츠 관련 분야의 인사 3명을 공개모집하여 오는 18일 면접심사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야당대표가 삭발하는 등 볼썽사나운 정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을 보면서 지난 12년 동안 갈등과 반목을 거듭해 온 옛 전남도청 일원의 5.18사적지 원형복원과 전시콘텐츠, 그리고 활용계획 수립을 담당할 인사의 공모에 더 관심이 간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일의 시작도 추진도 끝도 사람의 품성과 자질과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그동안 광주시민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반면교사로 삼을 적임자가 선정되기를 기대한다.

우선 인사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옛 전남도청 원형복원과 향후 전시콘텐츠 구성과 공간의 활용 계획은 다양한 입장과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그동안 원형복원을 주장하며 농성을 주도해 온 5.18관련단체의 입장도 통일되어 있지 않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이 문제에 관해 입장을 수시로 번복해 왔고, 언제 또 그와 같은 탁상공론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지 모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비롯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과 광주광역시의 입장 역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편차가 적지 않다.

5.18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전경. ⓒ광주인
5.18최후항쟁지 옛 전남도청 전경. ⓒ광주인

따라서 전시콘텐츠 팀장은 이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단일한 계획을 준비하고 추진하여 성사시킬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첫째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관계에 대한 선행지식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5.18관련단체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고 필요하면 설득하는데 있어 필수적 요건에 해당한다.

둘째, 소통과 조정력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원칙과 로드맵을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사여야 한다.

셋째,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행정경험과 사회단체 활동 경력을 함께 갖춘 인사여야 한다. 이 사업은 행정경험이나 사회단체 한쪽의 경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경험은 자칫 관제형 기념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고, 사회단체 경험은 원칙이 바로서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지난 12년 동안 과정이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넷째, 전시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인사여야 하고, 사실적이면서 감성적인 전시콘텐츠를 생산하여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그들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고 그 진실과 가치를 담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녹여낼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분야 서류전형 발표 후 면접심사의 기준으로 제시한 내용은 위와 같은 원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미 광주는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에서부터 '10일간의 나비떼'와 원형의 무분별한 훼손 등에 이르는 시행착오를 수차례 반복해 왔다. 소통의 부재, 원칙의 부재, 조정능력의 부재, 무엇보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부재가 만든 결과들이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5.18단체도 항상 뒤늦게 발목 잡는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역시 과거의 자신들의 행보를 되돌아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지난 10일 열린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단장 김도형)현판식. ⓒ광주인
지난 10일 열린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 (단장 김도형)현판식. ⓒ광주인

이제 원형복원에 최소 일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 일년동안의 준비 정도에 따라 5.18민주화운동의 사적지로서, 광주의 도시정체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교훈과 미래가치인 인권과 정의와 평화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확장하는 연대와 희망의 중심지로서, 그리고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상생하는 ‘광주형문화콘텐츠’를 생산하는 샘물로서 옛 전남도청 일원의 5.18사적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떤 인사를 전시콘텐츠 분야 팀장에 선정하느냐의 문제가 자리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우규승 선생도, 한국의 대표적 지식인 황지우 선생도 모두 곤혹을 치렀다.

그 과정의 문제점과 광주사회의 세련되지 못한 문제해결의 방식까지도 모두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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