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기는 전략 1]
"일본을 이기는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작년 여름에 일본 큐슈 지방을 유람한 적이 있었다. 참 가까운 곳이고 볼 데도 많아 여행기도 쓰고 아는 사람들에게 가보라고 추천도 했다.

가능하다면 올 여름 백두산 아니면 큐슈를 탐방해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 순간 일본에 관광을 간다는 생각은 싹 가셨다. 마침 화가 난 한국인들의 안사고 안가는 '노 재팬(NO JAPAN)운동'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으로 번지는 노 저팬 운동, 안 가는 것이 효과적

인터넷신문 <이프레스> 이완규 편집인은 ‘일본 수출규제 한방에 때려잡을 방법. 간단하다. 일본상품 불매운동 같은 건 사실 큰 효과 없다’고 하면서 ‘딱 작심하고 한국인이 한 두 달 정도만 일본 큐슈, 삿포로지역으로 관광 가지 않았으면 한다. 한두 달이면 족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사드부지를 제공한 한국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들이 한국 관광을 하지 않아 우리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던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일본 마쓰야마대학 장정욱 교수도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관광객이 한 해 750만씩 일본을 찾는데 이 숫자가 줄어들면 일본 농수산물 소비는 물론 여행사와 숙박업 모두 타격을 입는다. 이들 1․3차 산업 종사자 대부분은 자민당 지지 세력이다’면서 일본 여행 자제 불매운동을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일본의 지역 여론이 나빠지면서 정치권에도 분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안사는 '노 재팬운동'은 홍보차원에서 안 가는 '노 재팬운동'은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국민적인 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고, 한국민의 반일정서로 보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대신 이번 휴가를 서울에서 보내는데 일본규탄 촛불집회가 있다고 해서 광화문으로 나섰다.

지난 3일 35도의 폭염에 오후 늦게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후덥지근한 광화문에선 낮부터 보수 우익단체의 집회가 시끄럽게 열리고 있었다.

나라를 저 버린 광화문의 토착왜구?

5.18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예제하
5.18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정권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예제하

신호를 기다리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저 사람들은 왜 거짓말을 해!" 그러자 옆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시끄러워 죽겠어요. 저 사람들 어디 안 잡아가!"라고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무슨 광신도처럼 떠들며 유인물을 나눠주는 사람에게 나도 한 마디 했다. "할 일이 그렇게 없어요. 정신 차리세요. 일본이 전쟁을 하는 마당에!" 그래도 그 여자는 아랑곳없이 더 큰 소리를 내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욕설을 퍼부어 댔다.

지독히 불쾌지수가 높아졌다. 저렇게 수많은 외국인들도 있는데 한국인이 미국 성조기나 일장기를 걸어 놓고 자기나라 대통령을 비난이나 하고 있으니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곳을 지키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은 얼마나 힘들까!

지방에서 딸과 함께 서울 구경 온 시민 한 분은 혀를 끌끌 차면서 "왜 부끄러운 것이 저들의 몫이 아니고 우리 몫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본이 경제전쟁을 선포한 날도 한국의 꼴통보수들은 일본우익들에 동조하고 자기나라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아마도 그들은 한국인이 아닌 것 같다.

동행한 친구는 "서울시가 앞으로 그 사람들 모이는 구역에 외국인 시위구역이라는 표지를 게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는 벌써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광화문광장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준다.

뜨겁게 타 오르는 반 아베 촛불집회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지난 7월17일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일본제품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지난 7월17일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고 일본제품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광주인

'NO 아베! 아베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 손팻말을 든 수천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고등학생, 지방에서 올라 온 대학생, 주부, 시민, 반아베 촛불 대표 등 여러 사람들의 일본의 경제침략 부당성 연설에 공감하고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구호에 힘찬 목소리로 동참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날 일본대사관 앞 행진에 이어 광화문을 지나 조선일보 앞에까지 행진하며 반일 시위를 벌였다.

일본정부의 백색국가 배제발표 직후 벌어진 매우 크고 상징적인 반일 집회였다. 이 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안사고 안가는 불매운동을 벌이고 8월 15일 촛불을 들고 대규모로 모이자는 결의를 했다.

그런데 흥미있는 것 중 하나는 시민대표의 연설 중 ‘우리는 일본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의 우익, 일본의 아베정권을 반대하는 것이다.

관광 온 일본인을 광화문에서 만나거든 친절하게 안내하자’라는 말에 모두 환영의 박수를 보낸 일이다. 이 싸움의 성격이 반일본이 아니라 반아베정권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명확히 알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일본 언론들

광주 동구 충장로 상인회가 내건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 보복 규탄' 펼침막. ⓒ에제하
광주 동구 충장로 상인회가 내건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 보복 규탄' 펼침막. ⓒ에제하

다음 날 일본의 한 TV 방송국의 토론을 보았다. 거기에선 한국의 지난 7월 초 소수시민이 모인 촛불집회와 8월 3일 크게 확대된 촛불집회 사진을 비교했다. 

집회 구호도 처음에는 일본수출규제 반대에서 이번엔 'NO 아베', 'NO JAPAN'으로 변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 시민들이 자신들의 일상과 관계없는 정치적 반일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리고 그 원인은 문재인정부가 이 시위를 조장한 것이다고 한 패널의 입을 통해 비꼬고 있었다.

이들 언론은 한국시민을 잘 알지 못하거나 싸움을 문재인 정부로 몰아가려는 의도 둘 중 하나였다. 일본에서 IT사업도 하고 강의도 하는 선배에게 도대체 일본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 경제전쟁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를 물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 학자의 우려

광주시사회단체가 지난 7월25일 5.18민주광장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예제하
광주시사회단체가 지난 7월25일 5.18민주광장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예제하

좀 의외의 답이 왔다. "일본에서는 SNS는 좀 시끄럽지만 한국에서 대응을 단신 뉴스로 나오는 등 비교적 평온하다. 한국정부가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정부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지시키고, 일본재무장 전쟁가능국가 개헌을 시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먼저 도발한 것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다. 

선배는 "일본에선 처음에 징용노동자(징용공) 문제를 다루자고 한국정부에 협의를 요청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계속 거부해 오다 결국 일본 우익의 분노를 키웠다."

"박근혜 정권 때 위안부 배상안을 합의하고 배상을 하는 것에 화가 났던 일본 우익들이 그 재단마저 해산한 문재인 정부에 분노, 결국 이들을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아베정권이 수출규제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다"는 해설이었다.

선배는 일본에 28년째 거주하고 있으면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하고 지지해 왔던 경제학자다.

지난해 3월 수피아 여고생과 광주시민들이 함께 펼친 3.1만세재현운동. ⓒ광주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3월 수피아 여고생과 광주시민들이 함께 펼친 3.1만세재현운동. ⓒ광주시교육청 제공

그런데 이 선배의 이야기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에 실망했다는 것이고, 이제 한일양국이 미래를 이야기해야지 과거에 잡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식민역사나 그간 일본이 해 온 행태, 이번 무례한 외교행위가 더 큰 문제고 촛불정권이 과거 역사를 정당히 하지 않고 미래로 갈 수는 없다고 했지만 한편으론 일본에 사는 100만명의 재일한국인들의 일부 시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이런 다른 견해를 소개하는 것은 일본내의 다른 견해도 들어보면서 우리 대응의 문제도 살펴보고 더욱 효과적인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일본 지식인 시민사회 '반 아베, 정권퇴진운동'으로

그러나 다행스러운 일은 일본 시민사회와 양심적 지식인들의 태도였다.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도 촛불이 밝혀졌다.

신주쿠역 앞에 모인 일본 시민 200여명은 반아베 규탄집회를 열면서 ‘NO 아베’, ‘한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일본생활당 대표이고 참의원인 야마모토 타로는 '아베정권은 내정의 한계를 외국을 때리는 것으로 은폐하고 있다’고 아베정권을 비판했다.

ⓒ에제하
ⓒ예제하

일본의 저명한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공무원 작가 문인 언론인 등 78명의 지식인들은 지난 7월 25일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정부가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하고 아베수상은 더 이상 한국과 일본사이의 반목을 조성하지 말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서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파워로 정권교체다!’, ‘헌법9조의 모임’ 등 SNS그룹에서는 '아베 독재정권이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국헌법개정을 위해 무모한 외교를 하고 있다', '최근 일본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좌절시킨 것도 평화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 것으로 아베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연대회의도 이러한 일본내 평화를 옹호하는 시민단체들과 연대관계를 유지하면서 한일평화우호와 아베정권 반대를 위해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일경제전쟁 장기화 될 듯

광주북구의회가 지난달 18일 일본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북구의회 제공
광주북구의회가 지난달 18일 일본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북구의회 제공

일본 아베정권에 의해 도발된 한일경제전쟁은 현재 협상불가능한 단계로 들어섰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단기에 이 싸움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치밀하고 냉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어느 나라고 크고 작은 무역 갈등은 존재해 왔다. 그러나 국가간의 보편적인 이익과 국제적인 자유무역규칙과 관례에 의해 갈등은 조정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의 한일경제전쟁은 중미간 무역전쟁에 이어 국제적인 규칙과 관례를 깨고 오로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무한경쟁 전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당분간 한일간의 경제전쟁도 경제 정치 국방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면서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것이 한계에 이르며 양국간의 피해가 극심한 지점에서 탈출하여 다시 협상과 조정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광주광역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광주인
광주광역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광주인

그러나 지금 한국은 그 전의 한국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듯하다. 문재인대통령은 "일본이 큰 소리 치는 상황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일본을 이기는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이번 글은 일본 아베정권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거 전후의 전체적인 한일간의 외교전쟁에 관해 살펴봤다.

이제 장기적인 한일 경제전쟁을 맞이하여 우리가 '어떻게 경제적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다음 호에 쓰고자 한다.

또 한일경제전쟁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 오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갈등과 평화에 대한 글로 <일본을 이기는 전략> 시리즈로 계속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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