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0주기 전에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해야

말은 많았지만 알맹이가 없다. 5․18 39주년의 소감이다.

주말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대통령과 여야 5당대표가 참석했다.

그만큼 5․18의 역사적 무게가 더해진 시대상황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하게도 5․18이 높이 평가받아서가 아니라 여야 정치논란의 중심주제가 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식에서 참배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미안하고 부끄럽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어’ 이번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이런 상황을 압축하고 있다.

2년 전 취임 직후 바로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고’ ‘5․18진상을 완전히 규명’하겠다는 파격적인 메시지와 광주를 보듬는 퍼포먼스를 통해 온 국민과 세계에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담는 개헌은 문재인정부에서 실현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5․18진상규명특별법에 의한 진상규명위원회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광주에서 한 약속과 의무감 때문에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국회의 여야정치지도자들에게 항의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직도 5․18에 대한 모욕이 들끓는 현실에 대해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한 마음이 기념사와 목 메인 모습에 가득했다.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대통령의 간절한 기념사에서 앞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남은 과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뚜렷한 내용이 다가오지 않는다. 광주에 대한 위로와 여야정치권과 국민에 대한 호소에 그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18 모욕에 대한 사과 없이 5․18묘소를 어떻게 참배할 수 있느냐는 광주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사과 메시지 하나 없이 유유히 참배를 마쳤다.

참배를 마구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는 광주의 어려움을 이용한 것이다. 시민들의 항의모습을 언론에 내보내 적절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참배 목적도 달성한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념식은 알고 보면 말도 논란도 많았지만 무엇인가 확실하게 남겨진 내용이 없다.

18일 광주시민들이 5.18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5.18왜곡과 망언을 사과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예제하
18일 광주시민들이 5.18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5.18왜곡과 망언을 사과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예제하

5․18 전야제와 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이 주장하는 구호는 명백한데도 말이다. 시민들은 주장한다.

<오늘을 밝히는 오월 진실로! 평화로!> <5․18진상조사위 즉각 가동하라>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하라>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하라> <5․18 왜곡하는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결국 5․18의 역사적 과제 해결은 다시 시민의 몫인가? 5․18의 시대적 모습을 보면 한국 민주주의가 어떤 상태인가를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 5․18은 살아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리트머스지이자 역사다.

촛불로 탄생한 대통령이 어떻게 해보지 못하는 상태, 역사의 정의나 진실은 아랑곳없이 빨갱이 지역주의만 조장하면 정치적 효과를 얻는 자유한국당의 극단적 보수정치, 한걸음도 진척 못하는 국회. 이것이 지금 한국민주주의의 서글픈 상태다.

지난 17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39주기 5.18광주민중항쟁 전야제. ⓒ광주인
지난 17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제39주기 5.18광주민중항쟁 전야제. ⓒ광주인

그러나 변화는 다른 곳에서 일고 있다. 39년간 감추어졌던 전두환의 발포지시, 헬기사격 등의 진실이 당시 군인들의 폭로에 의해 밝혀지고 있고 암매장 성폭력 등의 새로운 사실들도 시민들의 증언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못하고 정치권이 못해도 시민들이 5․18의 진상을 규명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5․18 역사왜곡에 대한 극우세력과 보수 정치세력의 행태에 대해서도 결국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발표된 여론조사는 국민 60.6%가 5․18왜곡처벌법에 찬성했고 반대는 30.3%에 그쳤다.

이 법안은 더민주당 정의당 민평당 의원 166명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옛 5.18묘지(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인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옛 5.18묘지(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인

올해 5월은 이렇게 넘어갈지 모른다. 그러나 내년 5월은 40주년 5․18이다. 내년엔 이번 오월처럼 넘기진 않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광주와 국민들은 심판을 하게 될 것이다.

여권이 무능하다면 그 무능을 심판할 것이고, 야권이 현재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그 망동을 단연코 심판하게 될 것이다. 광주의 여론은 정부도 책임도 준엄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0주년이 되기 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역사적 시대적 과제다. 그때야 비로소 5월 정신은 민주 인권 평화통일로 승화되어 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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