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이 되면 늘 잠을 자고 때때로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속에선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물고기로 변신해 물속을 탐험하는 등 현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자유롭게 해내기도 한다.

이렇게 논리적이지 못한 꿈의 세계는 확실히 이성의 영역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눈으로 보고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 현실은 과연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참 애매한 질문이지만 누구든 완벽히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치 ‘인간인 내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 인간이 된 것인가?’라 했던 장자의 <호접몽>처럼 말이다.

ⓒhttps://blog.naver.com/alex601/1000298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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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시간에는 비논리적 현상인 꿈에 세계를 기술 발전에 빗대 ‘가상과 현실’의 영역으로 해석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파프리카’(곤 사토시 감독. 2006)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퍼펙트 블루>라는 애니메이션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이름이 알려진 곤 사토시 감독. 그의 연작 만화 중 하나인 <파프리카>는 1993년 출판된 츠츠이 아스타카의 소설<파프리카>를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오래전에 출판된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스토리와 상상력에 입을 다물기가 힘들었는데, 특히나 영화 속에서 가상 세계를 표현했던 화려한 영상 이미지들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아 한 동안 가시지 않았다.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 마치 꿈과 같은 ‘가상의 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계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와 TV 그리고 이제는 거의 우리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휴대폰 등을 통해서 너무나 손쉽게 이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애니메이션<파프리카>에서는 꿈속을 탐험할 수 있는 가상의 기계 <DC미니>가 등장한다. 심리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의 꿈속에 침투해 심리치료를 할 목적으로 발명된 기계를 통해, 영화는 ‘가상과 현실’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과 그 둘 사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휴머니즘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 미완성 단계인 DC미니는 환자의 무의식을 치료해내는 신기술이다. 즉 환자의 꿈속에 가상의 요원 ‘파프리카’가 직접 침투해 무의식 속에 투영된 심리적 상처들을 찾아내고 치료해내는 새로운 치료 기술로 기대를 많이 걸고 있던 개발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기계의 분실로 순조롭던 연구에 제동이 걸리고, 기계를 훔쳐간 도둑들에 의해 꿈과 현실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연구진들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 한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도둑의 실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드는데, 도둑 중 하나가 기계 개발자의 친구였을 뿐 아니라, 그 배후에 다름 아닌 기계 개발을 후원하던 연구소 이사장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단순심리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계를 이용해 사람들의 무의식에 침투해 자신이 꿈꾸는 파라다이스를 심어가며 서서히 세상을 잠식해 가는데 쓰고자 했던 이사장.

그렇다면 왜 이사장은 꿈의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것일까?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다리가 불편했던 이사장은 누구의 도움 없이 자유롭고 싶어 했다.

그리고 때마침 DC미니를 통해 접한 가상에 세계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운 몸을 가질 수 있었던 그는 나아가 온 세상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파프리카와 연구소 직원들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이사장은 결국 패배하고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파프리카를 보다보면 상징주의 화가 모로의 작품 <스핑크스와 오이디푸스>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때로는 연구소 사무실 벽면에 걸려 등장하기도 하고, 꿈의 세계에서 파프리카가 이사장에 쫓길 땐 스핑크스 자체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이 그림엔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델포이의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러 떠나는 오이디푸스가 비극의 여정 중 마주치게 되는 스핑크스. 그가 오이디푸스에게 던졌던 질문은 낯과 밤을 통해 비유한 사람의 일생에 관한 것으로 바로 ‘인간 존재에 대한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빌어 영화는 기계문명의 발전이 최고조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기계를 통해 독재자처럼 세상을 차지하려했던 이사장처럼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꿈을 먹고 자라는 어린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더 인간답지 않은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세상의 이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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