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 작가의 포토에세이-섬 이야기2

전남 진도군 조도면 ‘모라개 마을’은 본 섬인 하조도에 속한 마을로 창유항 포구에서 곤우 마을 방향으로 경유하다 보면 큰 도로변 밑으로 두 채의 가옥이 보이는데 그곳이 모라개 마을이다. 

(좌)진도군 조도면 모라개 마을 (우)모라개 해변으로 가는 대나무 숲길ⓒ석산 진성영
(좌)진도군 조도면 모라개 마을 (우)모라개 해변으로 가는 대나무 숲길. ⓒ석산 진성영

‘모라개’는 예부터 모래가 많다고 해서 ‘사동(沙洞)’, ‘사파동(沙波洞)’이라고 했다. 바닷가 방향으로 음산한 대나무 숲길 30여 미터를 걷다 보면 바람마저 숨을 멈춘 자연 그대로의 모라개 해변이 펼쳐진다. 천년 학이 무거운 양쪽 날개를 펼쳐 새끼들을 따뜻하게 품은 형국의 모라개 해변은 멀리 관매도 방아섬을 비롯해 일대 수려한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잔잔하게 철썩거리는 파도소리에 숨을 죽이고,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백사(白沙)의 구릉을 지나면서 모래 속에서 자생하는 조도의 보물 ‘번행초’를 1시간이 넘게 찾아 헤매던 중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번행초는 백사장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에는 어디서든지 만날 수가 있다. 

모래를 머금고 있는 조도 번행초 ⓒ석산 진성영
모래를 머금고 있는 조도 번행초. ⓒ석산 진성영

번행초의 길이는 50~60cm 정도 자라나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둥그런 삼각형의 계란 모양이고, 4월부터 11월까지 노란색의 꽃이 피는데 제주도, 조도지역처럼 따뜻한 곳에서는 1년 내내 꽃이 피기도 한다. 꽃이 지고나면 딱딱한 돌기 형태의 4~5개 정도의 열매가 맺는다. 

따뜻한 해안가에서는 1년 내내 노란 꽃을 피운다는 번행초 ⓒ들꽃, 문화재 다 모여라
따뜻한 해안가에서는 1년 내내 노란 꽃을 피운다는 번행초. ⓒ들꽃, 문화재 다 모여라

번행초의 어린 가지는 봄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생즙을 내어 마셔도 좋으며, 여름과 가을에는 전초를 채취하여 자연 건조 후 차(茶)처럼 마셔도 좋다. 약용 효과로는 풍열을 내리고 부종을 해독하며, 위염, 위장, 패혈, 위암 예방에 좋다고 한다.

그 옛날 동의보감 저술자 허준 선생이 그의 스승 유의태의 반위(위암)를 고치려고 찾아 헤맸다는 약초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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