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 진성영 작가의 포토에세이-섬 이야기 2

관매도의 봄은 해송 숲에서 불어오는 그윽한 솔향에서부터 시작된다. 침엽수답게 향 자체도 코를 찌를듯한 직선이다.

1600년경 강릉 함 씨가 관매도로 입도하면서 방풍과 방사를 목적으로 조성했다. 그 옛날 일본 사람들의 조사에 의하면 방풍림은 죽은 아이를 달아 매 두는 풍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하늘다리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해수욕장과 해송 숲 군락지ⓒ조종복
하늘다리 정상에서 내려다 본 해수욕장과 해송 숲 군락지. ⓒ조종복

해송 숲은 200m에 걸쳐 해수욕장 바로 위로 넓고 길게 연결되어 있다. 2010년 10월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 명품 숲’으로 선정되었고,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생명상’을 수상할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숲길 산책로를 걷다 보니 캠프장, 공연장까지 자연친화적으로 관리가 잘 되어 있어 가족, 연연 단위 여름 휴가지로 손색이 없었다. 

관매8경 중 하나인 해송 숲이 해수욕장 위로 조성되어 있다ⓒ석산 진성영
관매8경 중 하나인 해송 숲이 해수욕장 위로 조성되어 있다. ⓒ석산 진성영

다시 여정은 바다 향을 가득 품고 있는 관호마을 왕덕 기미로 향했다. 10여분을 걷다 보니 할머니들이 봄쑥을 깨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쌀·보리농사를 지었던 밭은 시대가 변화면서 쑥밭으로 탈바꿈이 되었고, 조도 해풍 쑥 인기로 심심찮은 농가소득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드디어, ‘왕덕 기미 쉼터’라는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관호마을 뒤편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바람막이 역할과 농작물의 피해를 막고자 쌓은 돌담(우실)도 함께 눈에 들어왔다.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관매도의 절경에 감탄사를 토해낸다. 

관호마을 우실 정상에서 바라 본 꽁돌바우ⓒ석산 진성영
관호마을 우실 정상에서 바라 본 꽁돌 바우. ⓒ석산 진성영

흔들리지는 않지만 설악의 흔들바위처럼 모양이 비슷한 ‘꽁돌 바우’가 시선을 압도했다. 지름 4~5m의 크기의 둥근 바위가 바닷물에 닿을 듯 말듯한 모습에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설화에 의하면 하늘에서 두 선녀가 돌공을 가지고 놀다가 지상으로 떨쳤는데 옥황상제께서 안타깝게 여기며 하늘 장사에게 이르기를 “빨리 지상으로 내려가 저 돌공을 가져오도록 하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하늘 장사는 왕덕 기미 해안에 떨어진 돌공을 회수하러 내려갔으나 생각보다 무거워 들어보지도 못한 채 장사 손가락 자욱만 깊게 남겼다고 한다.

가까이에서 본 꽁돌 바우는 신기할 정도로 움푹 파인 손가락 형상이 깊게 남아 있었다. 

가까이에서 살펴 본 꽁돌 바우에는 하늘장사의 손가락 형상이 남아 있다 ⓒ석산 진성영
가까이에서 살펴 본 꽁돌 바우에는 하늘장사의 손가락 형상이 남아 있다. ⓒ석산 진성영

이렇듯 관매도는 섬 전체가 100m 내외 구릉지로 형성되어 있다. 해안선은 곳곳에 돌출부와 깎아지르는 기암괴석이 있어 많은 볼거리와 함께 멋진 추억을 담아가기에 충분하다. 

마지막 관매도 여정은 배를 타고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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