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광주 남구청에서 열린 남북교류협의회 간담회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김홍걸 남측협의회 의장을 만났다.

“작년부터 기차타고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가자는 운동을 해 광주전남만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호응 신청했으나 남북간에 평화진척이 지연되어 난감한데 남북방문 교류 길 좀 터 주십시오”라고 만난 김에 다짜고짜 건의를 했다. 언제 가능할 지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의장은 매우 반가운 답변을 주었다.

지난달 28일 광주 송정역에서 광주 광산구(구청장 김삼호)와 코레일 광주본부(본부장 이선관),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이사장 양동호)이 통일열차 편성·운영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 제공
지난달 28일 광주 송정역에서 광주 광산구(구청장 김삼호)와 코레일 광주본부(본부장 이선관),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이사장 양동호)이 통일열차 편성·운영 업무협약식을 개최하고 있다. ⓒ광주 광산구청 제공

“평양-신의주간 기차관광을 한 외국인들도 있고, 기차에서 풍경촬영도 가능하답니다. 감시나 보안 경호가 별로 필요 없는 기차관광은 북한측에서도 허용하기 쉬워 서울 개성 평양선만 개통된다면 먼저 진행되겠지요.”

“그 보다 먼저 민화협에서 금강산 관광을 추진할 터이니 상업이나 기타 북이 회피하는 목적이 아닌 금강산 방문부터 단체로 추진하면 북측과 협의해 올해부터 성사되도록 하겠습니다.

순수관광은 미국의 제제대상도 아니고 김정은 위원장도 조건 없이 개방하겠다고 밝힌바 있어 가능합니다.”

그간 통일부에서 남북평화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봐 자율적 남북교류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전남 기초지자체로는 유일하게 남북교류팀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광주 남구청은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북공동응원단을 만들고, 북한 방문교류를 검토하고 있다. 교류가 성사되면 김치학술교류와 통일김치도 개발하는 계획과 북한에 통일진료소 설치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 남구청이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집

또 광주 광산구는 광주송정역에서 평양까지 가는 통일열차를 추진하고 있다. 송정리역이 유라시아 통일시대 북한을 거쳐 중국 소련 유럽까지 가는 호남의 관문역으로서 기능을 다하자는 것이다.

광산구는 지난 2월 28일 송정역에서 코레일광주본부,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과 광주-도라산간 통일열차 운행협약식을 갖았다.

광산구는 남북정상회담 1주년인 4월 27일 하루 전인 올 4월 26일 평화통일을 소망하는 광주송정역에서 도라산간 왕복통일열차를 운행하며 김원중가수를 비롯한 예술인들의 문화공연, 기차내 통일교육과 토크 등의 프로그램과 도라산 평화통일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한다.

광산구의 통일열차는 민간운동인 ‘기차타고 신의주 가즈아운동’과 연계되어 협력하고 있다. 북한 개통이 이뤄지면 도라산을 넘어 곧장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겠다는 신의주행 사전단계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시민주도 평화운동을 펼치기 위한 ‘DMZ 평화인간띠 운동 광주전남본부’ 출범이다.

지난 2월 28일 광주 YMCA 무진관에서 광주전남 각계평화인사들이 모여 올 4월 27일 오후 2시 17분에 맞춰 70여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동서 양끝인 고성군-강화도 구간에서 인간띠잇기를 진행하는 인간띠운동 추진을 결의했다.

지난 2월 28일 광주 YMCA 무진관에서 광주전남 각계평화인사들이 'DMZ 인간띠잇기 운동' 추진을 결의하고 있다. ⓒ김영집
지난 2월 28일 광주 YMCA 무진관에서 광주전남 각계평화인사들이 'DMZ 인간띠잇기 운동' 추진을 결의하고 있다. ⓒ김영집

이 운동은 광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참여자를 모으고 있는데 광주전남이 선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광주에서 평화통일의 적극적인 기운이 일어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무래도 5․18 광주 민주주의 정신이 민족통일로 승화해야 한다는 역사적 인식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간 해마다 광주는 5․18 기념행사를 하면서 ‘광주에서 통일로! 민주에서 평화로!’ 라는 구호를 외쳐왔다.

5․18 광주민중항쟁정신은 민주주의실현과 평화통일의 완성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광주시민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민관의 평화통일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봐야 되겠다.

아마 올 5월에 있을 5․18 기념행사에서 평화통일이 주요주제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7일 출범한 39주년 5․18 기념행사위원회는 이미 ‘한반도 평화실현’이라는 과제를 담아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는 광주에서 평화기운이 세계로 활짝 필 것 같다. 7월 12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될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과 북한응원단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FINA)에는 이미 북한에 공식 참석과 일부 종목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고, 우리 정부측에서도 북한측에 평창과 같은 남북단일팀 구성을 요청했다.

아직 북한측이 공식적인 답변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간 남북정상회담에서 진행된 여러 차례의 우호적 교류와 신뢰를 통해 평창올림픽때부터 조건은 더 좋아졌다.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측에서도 회피할 이유가 없다.

만일 광주 수영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과 공동응원단이 구성된다면 관련하여 여러 가지 스포츠, 문화 등의 교류행사와 지도자간 회의를 통해 교착된 남북분위기를 일대 쇄신하여 전세계에 남북평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광주발 남북교류와 평화가 한걸음 진척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근 남북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태도에 만족하지 못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한다.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해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 또한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서의 ‘신한반도시대’의 새 역할을 서서히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 북미간의 회담 성과를 이어가면서도 남북간에 서로 파격적인 남북관계를 열어 갈 가능성이 높다.

지체하고 있는 미국, 방해하는 일본 사이에서 남북이 한 없이 대기상태에 머물 수 없고 스스로의 길을 자주적으로 개척하는 단계가 임박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사이의 평화의 새로운 단계는 우선 가능한 최대선상의 남북교류와 개방이 될 것이다.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곧 있으면 북한은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며 문재인대통령에게 3․8선을 개방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적인 투자자로 전 재산을 북한에게 투자하겠다고 하고 있는 짐 로저스가 허튼 빈 말을 했을까?

나는 지난 주 북구 민주평통 강연에서 평화를 위한 협상의 과정이 단박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일인 만큼 인내를 가지고 상대를 이해 존중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평화는 당사자인 우리 민족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개척할 때만 가능한 것이어 미국의 양보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남북 사이의 강력한 평화의지 실행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남북평화의 새로운 단계는 올 전반기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교착단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야 할 때다. 그 때에 광주가 움직이고 있다.

광주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나라를 지켜오는 선진적 역할을 해 온 역사를 가진 도시다. 광주시민이 힘을 합쳐 4월 정상회담 1주년에서 5월 5․18 평화통일로 그리고 7월 세계수영대회를 평화의 선언으로 광주가 지렛대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

광주, 평화통일의 선도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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