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서정교회 목사(시인)

망월동에서 보낸 편지
        
칼바람 불어오는
혹독한 세월
억울한 죽음끼리
도란도란 누워있다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또 다시
폭도가 되었다

광주 눈물비가 내리는 동안
학살자가 오히려
또 광주를 쐈다

너무 태연한 민낯에
어린학생들 교실안
물러가라는 외치는 소리
침묵의 불꽃으로 다시
피어나
피의 함성으로
무등산 새벽을 깨운다

길가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오열하는 오월 어머니의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

봄은 어차피 저 어머니의 눈물을 먹으면서 오고있다

저 어두운 땅속에서
꽃핀다는 것을 보여 주리

툭툭 꽃망울 트는
핏빛 진달래로
타오르리

망월동 무덤은 무덤이
아니라
열린 빈무덤
민주의 꽃으로 피어나리
아니 진즉 핀 자유의 꽃
 
으깨어지고 일그러진
시간 모아
핏물 적셔
말라 버린 뼈들이
펜촉 되어 편지 쓴다

우리는 결코 죽은것이 아니라
살아
뻔뻔한 학살자의 섣부른 용서와 사면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시 일어나는 오월의 새싹을 보라
다시 피어나는
이팝나무 춤추는
망월동을 보라!
 

지난 11일 전두환 재판이 열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장헌권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1일 전두환 재판이 열린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장헌권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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