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전당) 개관 이후 매일 전당의 홈페이지에 방문했다.

3년 넘게 매일 전당의 홈페이지를 관찰하며 가장 아쉬웠던, 가장 안타까웠던, 가장 부끄러웠던 점은 홍보의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전당의 민낯이 고스란히 홈페이지에 드러나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홍보의 기본이란 거창한 것도 전문적인 것도 아니다. 필자가 지적하는 수준은 전당 홈페이지에 소개되는 전당의 행사 정보에 관한 업데이트의 충실성 정도다.

적어도 행사 시작 일주일 전에는 행사 정보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것이 당위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당 홈페이지에서는 행사 바로 전날 또는 행사를 2~3일 남겨두고 행사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2018년 11월에는 행사 시작 전은 차치하더라도 행사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관련 정보가 전당의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이것이 과연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조 376억(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종합계획 수정계획 참조)이 투입된 국립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필자 자신을 의심한 적이 많았다.

심지어 글을 쓰는 지금도 필자는 필자의 전당 홈페이지 관찰이 정확했는지에 대한 의심과 확신이 뒤섞여있다. 그만큼 필자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홍보의 기본을 무시한 처사는 이를 무시한 당사자들만은 정확하게 알 것이다. 세상 모두를 속여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니.

최근 한 달 동안 전당의 홈페이지를 보며 이번에는 의심이 아닌 혼란에 빠졌다. 온갖 클래식 관련 행사 정보들로 가득한 전당의 홈페이지를 보며 이 홈페이지가 서울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인지, 광주 문화예술회관의 홈페이지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홈페이지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지난 1월 15일 전당 측(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2019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전당 측은 ‘실험적 문화발전소’, ‘아시아-한국-지역을 잇는 문화플랫폼’, ‘대중 친화적 문화향유 공간’, ‘기관역량 강화’ 등의 4개 정책 방향과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최근 전당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클래식 행사는 10대 과제 중 하나인 ‘문화행사 및 지역사회 협력 확대-대중적 문화예술프로그램 확대’의 일부로 기획되었다. 전당 개관 이후 전당의 정체성에 관한 긴장감은 늘 팽팽했다.

‘실험적 문화발전소’와 ‘대중 친화적 문화향유 공간’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던 전당이 2019년에는 실험적이면서 대중 친화적인 공간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일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성 확보의 수단으로 클래식에 주목한 일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클래식 탄생 이후 지금이 가장 클래식이 대중화된 시기일 것이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인한 클래식 공연 접근의 용이성 상승과 클래식인들의 대중 친화적 노력으로 인해 그 어떤 시대보다 클래식은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이는 클래식의 대중화이지 클래식이 대중화된 것은 아니다. 전당 측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어떠한 이유로 전당 측은 대중성과 클래식이라는 어긋난 조합을 시도하는 것인가.

100번 양보해서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당에서 다양한 클래식 행사를 연다고 치자. 그렇다면 적어도 그 안에는 ‘아시아’가 내재해야 한다.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이라는 전당의 비전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총 7차례 진행되는 ‘ACC 슈퍼클래식’에서는 아시아를 찾기가 어렵다. 5월 10일에 공연예정인 싱가폴 차이니즈 오케스트라(1997년 설립되었으며 남아시아의 악기들과 협주하는 오케스트라)가 그나마 아시아성을 담보하는 정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교차성이 부족하고 대중성을 표방하겠는 전당의 새로운 취지와도 어긋나는 클래식 공연 정보의 향연으로 전당의 홈페이지가 요즘 낯설기만 하다.

2008년 9월 27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 With Tolga Kashif & Royal Philharmonic(일명 서태지 심포니)’ 공연은 클래식도 대중성을 가질 수 있고 대중가요도 클래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차라리 ‘문화’대통령으로 불린 서태지가 ‘문화’수도를 표방하는 광주에 자리한 ‘문화’발전소를 지향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다시 한번 서태지 심포니를 선보인다면 어떨까. 서태지 심포니를 열면 수 만 명의 팬들로 전당은 그 어느 때보다 붐업될 것이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맥락이 갖춰지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고민한’ 대중성이 담긴 콘텐츠를 전당 측이 기획하라는 메타포니 말이다.

**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12호(2019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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