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는 민심, 경청과 적극적 대안으로 극복해야
자유한국당 5․18망언계기 민주개혁전선 회복필요

"자유한국당이 잊혀져가는 5․18을 살리고, 어려운 문재인 정부도 살려주고 있네요!" 며칠 전 식사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5․18광주학살 발포책임자 규명 등 마지막 진실을 밝히자는 문재인 정부의 진상조사위원회가 자유한국당에 의해 무기 지연되던 중에 '기해년 극우 3적(김진태 이종명 김순례)'이 탄력을 붙여 주고 있다.

대충 진상조사를 넘기려던 전두환, 어떻게 감형이나 사면 여론을 받아볼까 기대했을 박근혜 이명박 수감인들이 오히려 더 큰 낭패를 쓰게 되었다.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 꼴이자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광주시민사회단체와 5.18단체 회원들이 5.18광주민중항쟁을 왜곡 폄훼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제명과 5.18왜곡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인

그간 역사적 사실인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끊임없이 폄훼 왜곡하는 것에 대해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고, 5․18 진상조사위 활동이 즉각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꼭 이번 사태 때문은 아니고 올해 초 적극적인 경제활성화 대책이 영향을 미쳤지만 40%대까지 떨어졌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50대로 다시 상승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망언망발 '자뻑' 때문이다.

이번 계기로 민주평화개혁세력이 결집하고 있어 촛불전선이 다시 회복될 조짐이다. 그러나 호기에 기대 민심의 흐름을 간과하고 대처해서는 안된다.

얼마 전 서울에서 택시를 탄 한 작가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택시기사의 목소리를 자기의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전국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호남의 여론도 여간 차가워 새해 들어 가는 자리마다 정부가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화제였다.

지난 달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광주의 한 기업체 사장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만나는 기업인들도 대부분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5.18공청회에서 지만원과 함께 '5.18망언'을 일삼은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왼쪽).

'그간 어려운 남북평화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거 아니냐,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지금 돌아가는 경제 꼴을 보고도 그러냐? 지금 우리 중소상공인들은 죽을 지경이다. 대기업은 해외로 빠져가지, 대기업 수출실적 좋은거지 우리 중소기업 수출 날로 힘들어지지, 인건비는 올라가지, 원자재 값 오르지... 정부가 그간 한게 뭐가 있느냐?

우리가 남북평화를 반대하느냐? 잘 하라고 한다 근데 잘 되지도 않는 그것만 매달리지 경제 내 팽개친 꼴 아니냐?'고 반발한다. 여기까지는 이 기업인이 아니라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듣는 소리다.

전국시도의회 의장단과 광주.전남 광역의원들이 15일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5.18왜곡 폄훼 지유한국당 의원 제명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만난 몇 명의 좌담은 좀 뜻밖이었다. 이들은 여론주도 전파력이 큰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정책 몇개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정권운영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대통령이 사람은 좋지만 일을 제대로 추진하는 청와대 진용이 없다' '2년도 안 되었는데 정부 부처가 장악이 안 돼 따로 놀고 제대로 일하는 부처가 없다더라' '구 시대 인물들이 버티고 있는데 정부 공공기관 인사 정리도 못해 답답해 하는 곳이 많더라'

'정책도 필요한 것은유지해야 하는데 부처에서 멋대로 바꿔버려 열심히 하던 일도 중단되게 되었다' '다시 재벌에게 먹혀 공정경제니 적폐청산 물건너 간게 아니냐'

'여당의원들도 정부칭찬하기만 하지 제대로 견제하는 의원 없더라' 는 등의 이야기들이 줄을 이었다. 확실한 사실보다는 느끼거나 들은 이야기들에게 근거하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광주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가끔 만나다보면 아직 공개적으로 피력하진 않지만 약간 입조심 하면서 지역문제에 대한 비판들을 수두룩하게 제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한 광주나 전남 공약들 실행한게 있어? 한전공대추진 말고는 뭐 되는게 없다' '호남인사를 많이 등용했다고 하는데 고위직만 많이 데리고 간다고 뭐 좋나? 정작 필요한 건 지역과 연결해서 일하는 중간층 인사인데 거긴 별로 없다'

'광주형 일자리 정부지원이 고맙긴 한데 정말 이게 지속가능하냐? 정권 끝나면 흐지부지 되는 것 아냐?'

지난 12일 5.18단체와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자유한국당 광주시당사 앞에서 '5.18 망언' 김진태 의원을 비난하는 항의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인

정치권 쪽으로 오니 좀 더 발언이 쎄 진다. 당 집회나 당 교육에 몇 번 가서 보니 과거와 다르게 중앙에서 오는 국회의원이나 당 지도부에게 질문하는 당원들의 비판과 건의하는 목소리가 꽤 높다.

'정부 여당이 뭐하느냐'는 시민 목소리가 높다. '도대체 남북평화는 언제 실현되는 것이냐? 경제가 안 좋다는 비판이 사방에서 들리는데 이러다 총선이나 잘 치르겠냐!'는 성토섞인 문제제기들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 호남 여론의 흐름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면불신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뭔가 불만스러워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상당히 중요한 민심의 변곡점이다. 여기서 좀 더 나가면 불만이 불신으로 불신이 비판 비난으로 변하면서 민심동요가 일어나 선거 국면과 맞물리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의 극우망언파동은 흔들리는 지역민심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보수세력에 대한 집권당과 개혁적인 야당들의 공동전선을 형성시켜주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예기치 않게 호기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미 발생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 민심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호기를 만났으면서도 오히려 대응을 잘못하면 더 큰 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지난 11일 광주시민사회단체가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에서 '5.18망언' 자유한국당 의원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인

얼마 전 김근태선생을 계승하는 민평련이라는 정치단체에 가 '호남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나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긴장감을 가지고 호남민심과 호남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호남의 민심은 냉철하면서도 한번 쏠리면 적당히 나누는 것 없이 한쪽으로 집중되어 만일 정부와 여당이 안일하게 세월 보내다간 민심의 선택을 얻지 못하고 개혁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과 지방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나 당장의 현안에 매달려 있지 지역의 중장기 비전이나 정책대안을 갖고 잊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러워 대목이다.

문재인정부가 호남민심의 깊이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든 야든 호남의 중앙과 지방정치인들도 어려운 시대에 민심을 살피고 지역민이 사는 길, 미래대책을 위해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하여 하나하나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

뭐 좀 땄다는 과장 섞인 거리의 프랑카드나 홍보로 날로 절박해져가는 지역을 살릴 수도 민심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 광주는 '5․18 망언' 심판집회로 금남로가 뜨겁다. 무등산에 봄은 오는데 민심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주말에 읽는 고봉 기대승 선생의 논사록(論思錄)의 한대목이 남는다.

청와대부터 민심에 귀담아 들어야한다. <군주는 구중궁궐 안에 거처하여 총명이 사방에 미칠 수 없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대신이 건의하고 대간이 바로잡습니다. 근래에 대신이 아뢰는 말과 대간이 탄핵하는 일을 성상께서는 모두 머뭇거려 받아들이지 않고 어렵게 여기시니, 매우 큰 문제입니다. 국가를 위하는 뜻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대각(그때는 사헌부,사간원인데 요즘엔 이런 제도가 없으니 여론이라고 해 두자)의 말을 따르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 뒤에야 언로(言路)가 열리는 것입니다. 대각의 말을 따르지 않으신다면 공론이 막히고 인심이 해이해질 뿐만 아니라, 왕께서도 또한 습관이 되어 생각하시기를 ‘비록 대각의 말을 따르지 않더라도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라고 하시게 될 것입니다. 왕의 생각이 이와 같이 되신다면 정말 두려워할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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