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산작가의 포토에세이- 섬 이야기 2

왜 '구실 잣 밤나무'인가?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녹음을 자랑하던 나무는 가을바람 따라 아주 작은 열매를 떨어 뜨리는데 그 열매를 우리는 '자밤', '재밤'이라고 한다. 하얀 열매는 밤과 고구마 맛이고, 모양은 '잣'형태를 띠기 때문"이다.(답변자: amordedios)

"구실잣밤나무 열매가 구슬처럼 둥글어 구슬 잣밤나무라 하다가 변형된 것"(답변자: 서원 이예)​​

수령 200년을 자랑하는 새섬 조도 ‘구실 잣 밤 나무’ ⓒ석산 진성영
수령 200년을 자랑하는 새섬 조도 ‘구실 잣 밤 나무’ ⓒ석산 진성영

밤꽃 향기를 내 품는 도토리가 열매로 '밤맛'이 난다 해서 "구실 잣 밤나무"라고 하는 이 나무는 비교적 따뜻한 기후 조건의 제주도를 비롯 서남해안 도서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참나뭇과 상록활엽수 중의 하나다. 

내가 살고 있는 새섬 조도 신전마을에도 구실 잣 밤나무 군락지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매년 5월에 꽃이 피는 구실 잣 밤나무는 상록수림 중에 탄소 흡수율(CO2)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그만이다. 

구실 잣 밤 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하고 있다. ⓒ석산 진성영
구실 잣 밤 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하고 있다. ⓒ석산 진성영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면 구실 잣 밤 줍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생김새는 오목하면서도 둥글며, 겉 색깔은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먼저 땅에 떨어진 것은 암갈색을 띠고 있는 것도 있다. 알맹이는 잣과 비슷한 하얀색을 띤다. 맛은 달거나 쓰지 않고 잣처럼 담백함이 미각을 편안케 한다.

구실 잣 밤의 겉(검정색)과 속 알맹이(흰색) 모습 ⓒ석산 진성영
구실 잣 밤의 겉(검정색)과 속 알맹이(흰색) 모습 ⓒ석산 진성영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울림의 장단을 맞추면 자연스레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숲지기 문광민(76세)씨를 만나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구실 잣 밤나무의 유래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지금이야, 별식으로 간식거리로 먹고 있지만 먼 옛날 마을에 흉년이 들 때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재밤'을 주워다가 배고픔을 달래고 기근을 이겨냈던 눈물의 구황 열매로 할아버지 때부터 이곳을 가꾸고 지켜왔다"라고 했다. 

구실 잣 밤을 먹고 있는 숲지기 문광민(76세)씨 부부 ⓒ석산 진성영
구실 잣 밤을 먹고 있는 숲지기 문광민(76세)씨 부부 ⓒ석산 진성영

노부부는 구실 잣 밤을 프라이팬에 볶아서 내왔다. 뜨거운 불 맛을 봤는지 성질 급한 잣 밤중에는 조개가 입을 벌린 것처럼 하얀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 옛날 추억을 생각하게 만든 구실 잣 밤은 예나 지금이나 맛은 그대로였다. 

*구실 잣 밤 구매 문의 (1kg 800g 15,000원, 문광민_ 010 5007 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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