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실 잣 밤나무'인가?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녹음을 자랑하던 나무는 가을바람 따라 아주 작은 열매를 떨어 뜨리는데 그 열매를 우리는 '자밤', '재밤'이라고 한다. 하얀 열매는 밤과 고구마 맛이고, 모양은 '잣'형태를 띠기 때문"이다.(답변자: amordedios)
"구실잣밤나무 열매가 구슬처럼 둥글어 구슬 잣밤나무라 하다가 변형된 것"(답변자: 서원 이예)

밤꽃 향기를 내 품는 도토리가 열매로 '밤맛'이 난다 해서 "구실 잣 밤나무"라고 하는 이 나무는 비교적 따뜻한 기후 조건의 제주도를 비롯 서남해안 도서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참나뭇과 상록활엽수 중의 하나다.
내가 살고 있는 새섬 조도 신전마을에도 구실 잣 밤나무 군락지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매년 5월에 꽃이 피는 구실 잣 밤나무는 상록수림 중에 탄소 흡수율(CO2)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에는 그만이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면 구실 잣 밤 줍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생김새는 오목하면서도 둥글며, 겉 색깔은 대부분 검은색이지만 먼저 땅에 떨어진 것은 암갈색을 띠고 있는 것도 있다. 알맹이는 잣과 비슷한 하얀색을 띤다. 맛은 달거나 쓰지 않고 잣처럼 담백함이 미각을 편안케 한다.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새소리, 바람소리가 어울림의 장단을 맞추면 자연스레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숲지기 문광민(76세)씨를 만나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구실 잣 밤나무의 유래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지금이야, 별식으로 간식거리로 먹고 있지만 먼 옛날 마을에 흉년이 들 때마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동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재밤'을 주워다가 배고픔을 달래고 기근을 이겨냈던 눈물의 구황 열매로 할아버지 때부터 이곳을 가꾸고 지켜왔다"라고 했다.

노부부는 구실 잣 밤을 프라이팬에 볶아서 내왔다. 뜨거운 불 맛을 봤는지 성질 급한 잣 밤중에는 조개가 입을 벌린 것처럼 하얀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 옛날 추억을 생각하게 만든 구실 잣 밤은 예나 지금이나 맛은 그대로였다.
*구실 잣 밤 구매 문의 (1kg 800g 15,000원, 문광민_ 010 5007 2439)